[현장스케치] 김태은PD, 1980년생이 빚어낸 트로트의 가능성②

기사입력 2014-05-19 07: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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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풀잎 기자] 음지에 있던 ‘트로트’ 장르와 마니아 시청층을 갖고 있는 젊은 프로듀서가 만났다. 그는 왜 촌스럽고 올드하다는 인식이 강한 ‘트로트’를 선택하게 됐을까.



지난 주 Mnet ‘트로트엑스’의 연출을 맡은 김태은PD를 만나 프로그램에 얽힌 비화를 들어봤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2주 만의 첫 녹화라 그런지 촬영장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했다.



몇 시간째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3,2,1 스타트”를 줄기차게 외치던 김태은PD. 촬영 중간 쉬는 시간에 만난 그는 척 보기에도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모두가 조심스럽게 녹화에 임하고 있다”라고 운을 뗀 김태은 PD는 이번 회차 콘셉트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김태은PD는 “우리에게는 ‘미션’이 있다”면서 “이번 녹화는 ‘트로트’가 가진 장점을 널리 알리겠다는 목적을 담았다. 도전자들이 고르는 노래에는 키워드가 있다.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는 바람이 녹아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심사기준도 달라졌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마음가짐이 더 고와야한다. 김태은PD는 “고음을 높게 내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다음 라운드에는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올라가게 될 것이다. 트로트라는 게 알고 보면 가사가 참 좋다. 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 심사기준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따지고 보면 애초에 음악이라는 것 자체에 정답이라는 게 있겠느냐”라고 웃어 보였다.





김태은PD는 이 과정에서 제작진의 터치는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 구성상 일반인이 거의 없다는 것도 이유다. ‘트로트엑스’에는 각계각층 유명인사의 참가율이 유독 높다. 일명 ‘악마의 편집’ 없이 그들이 빚어내는 이야기들을 전부 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로트엑스’는 오디션 형식을 빌린 예능 프로그램이다. 서바이벌 요소 보다는 예능적 면모가 더 부각돼왔다. 이로 인한 ‘베테랑’ 심사위원들과의 불협화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김태은PD의 답변은 예상과 많이 달랐다.



김태은PD는 “처음에는 많이 놀랐다. 선생님들의 생각이 곧을 것만 같았는데, 아니었다. 나와 다르지 않았다. ‘트로트’ 장르를 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더 관심을 보이셨다. 프로그램 기획단계 당시 태진아, 설운도 선생님을 뵙고 물었다. ‘트로트가 뭐에요?’라고. 선생님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정해져있지 않다’고 하셨다. 트로트의 사전적 정의는 정말 복잡하다. 4분의 4박자 템포로 시작해야 한다고 쓰여 있지 않느냐.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라고 한다. 창법에만 ‘뽕끼’가 있어도 트로트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우리 프로그램의 취지는 ‘트로트를 가장 잘 부르는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다. ‘트로트’를 알리는 데 이번 시즌에 목표가 들어있다”라고 열변을 토했다.





김태은PD는 2005년 KM ‘슈퍼주니어쇼’를 시작으로, Mnet ‘재용이의 순결한 19’(2006),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2007), ‘전진의 여고생4’(2008) 등을 연출하며 스타PD로 떠올랐다. ‘슈퍼스타K2’, ‘슈퍼스타K3’, ‘슈퍼스타K4’ 등의 연출에도 참여했다.



‘트로트’ 장르는 그에게도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다. 1980년생인 김태은PD가 오래 전 노래를 알리 만무했고, 경력 40년이 넘은 트로듀서들과 호흡을 맞추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꼭 도전해야 할 이유는 있었다.



김태은PD는 “나는 좀 특이하다. 소외받거나 ‘B급’에 애착이 있다. 찬란한 영광에서 벗어난 것들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다. 음악에서는 트로트가 그런 위치다. 기껏 ‘반짝이’ 의상만 연상될 뿐이다. 하지만 이 장르가 갖고 있는 의미는 그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트로트’를 메인으로 만들고 싶었다. ‘알앤비’보다 감동을 자아낼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트로트엑스’는 김태은PD 뿐만 아니라 Mnet에도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김태은PD는 “Mnet은 참 젊은 방송국이다. ‘트로트엑스’를 만들기로 결정한 후, 사무국 팀원 2~30명이 앉아서 고민을 시작했다. 트로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막막하더라. 20테라의 연도별 트로트 음악을 다 들었다. 제목만 봐서는 팀원 전부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는데, 노래를 틀었더니 신기하게도 모두가 따라 부르더라. 그때 가능성을 느꼈다”라고 껄껄 웃었다.





평균 시청률 2%를 유지하며 잔잔한 인기를 이어가는 중인 ‘트로트엑스’. 30~40대 층에서 특히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김태은PD는 “크게 대박을 치지는 않았지만, 망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면서 “중장년층이 주 시청층이다 보니, 온라인상에서는 반응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님께 들어보면 ‘반상회 커뮤니티’, ‘한인 커뮤니티’(미국 교회)에서 그렇게 회자된다더라”라고 뿌듯한 미소를 보였다.



낯선 장르에 대한 이물감, 트로듀서들과의 호흡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다고 한다. ‘서바이벌’ 형식이다. 김태은PD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한 두 번 한 것도 아닌데, 이번에는 도전자들을 좁혀나가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면서 “‘슈퍼스타K’의 경우, 첫 무대만 봐도 그들의 역량이 보였다. 어느 정도는 탈락자 예측이 가능했다. ‘트로트엑스’는 그게 안 된다. 그래서 너무 힘들다”라고 살짝 이마를 짚고는 다시 녹화현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트로트 엑스’는 트로트에 락, 힙합, 댄스, EDM(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버라이어티 쇼. ‘트로트 엑스’에서는 트로트 뮤지션, 타장르 뮤지션, 일반인 참가자가 드림팀을 구성해 다른 드림팀과 경쟁을 펼친다. 태진아, 설운도, 뮤지, 유세윤, 박명수, 홍진영, 박현빈, 아이비가 8명의 트로듀서 군단으로 출연한다.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방송.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조성진 기자 jinphoto@tvreport.co.kr.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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