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th 대종상] 반세기 넘은 대종상, 언제쯤 안녕하시렵니까? ①

기사입력 2014-11-22 06: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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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한국영화와 반세기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종상. 올해는 반세기를 넘어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는 첫 번째 해로 그 의미를 더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이만 허투루 먹은 셈이 됐다. 시간이 흐를 수록 논란은 가중되고 유일한 자랑이었던 권위는 추락해 허덕이고 있다. '대충상'이라는 관객들의 비아냥과 조롱만 남은 셈이다. 지천명을 넘어선 대종상, 대체 언제쯤 안녕하시렵니까?



지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홀에서 신현준, 엄정화, 오만석의 진행 아래 제51회 대종상영화제가 열렸다.



한국영화의 질적 향상과 영화산업의 진흥을 도모하기 위해 1958년 문교부가 제정한 영화예술상인 대종상은 1962년 제1회를 개최한 이래 올해로 51회를 맞이하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영화제로 거듭났다.



특히 올해 대종상은 '반세기를 넘어 새로운 10년을 향해'라는 슬로건을 표방하며 깨끗한 공정성과 성대한 발전을 기원했다. 이를 위해 지난 1년간 국내 극장에서 상영된 모든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영화인들의 폭넓은 투표를 통해 후보작을 선정하고, 전문심사위원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작 및 수상자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심사결과 역시 시상식이 열리는 직전까지 금고에 보관되며 보완을 유지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수상결과는 언제나 그랬듯 실망만 남겼다. 주장했던 공정성은 온데간데없고 납득할 수 없는 수상으로 관객의 공분을 샀다. 진정 영화인을 위한 축제인지, 대종상 사무국을 위한 동네잔치인지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충무로의 미래를 이끌 신인들의 사기는 떨어뜨리고 '베끼기 논란'에 휩싸여 법정 공방을 펼치는 작품을 올해의 대표작으로 선정했다. '흥행작=수상'이라는 고리타분한 공식도 빠지지 않았다. 올해도 안녕하지 못한 대종상에 관객들은 울분을 토했다.





◆ 신인들 사기 떨어뜨리는 대충상



평생에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신인상. 충무로를 이끌 미래의 루키를 발견하고 응원하는 부문으로 그 어느 부문보다 경건하고 의미가 깊다.



이러한 영광의 신인상에 올해 대종상은 '해무' 박유천, '족구왕' 안재홍,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여진구, '변호인' 임시완, '신의 한 수' 최진혁을 신인남우상 후보로, '인간중독' 임지연, '도희야' 김새론, '우아한 거짓말' 김향기, '마담 뺑덕' 이솜, '타짜-신의 손' 이하늬를 신인여우상 후보로 추렸다.



신인상 후보가 발표된 직후 신인남우상으로는 여진구와 임시완이, 신인여우상으로는 김새론과 김향기가 강력한 수상 후보로 떠오르며 누가 수상을 꿰찰지 관객들의 기대를 높였다.



여진구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5명의 범죄자를 아버지로 둔 소년 화이를 완벽히 이해해 소름 끼치는 열연을 펼쳤고 임시완도 '변호인'에서 국밥집 아들 진우 역으로 리얼한 고문 연기,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쳐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기에 신인상 가능성이 높았다. 제67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면서 전 세계의 씨네필을 사로잡은 '도희야'의 김새론도, '우아한 거짓말'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속 깊은 막내딸 천지를 연기한 김향기도 어린 나이답지 않은 호연으로 많은 관객의 공감을 산만큼 수상이 유력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대종상은 예상과 달리 박유천과 임지연에게 안겼다. '해무'에서 전진호의 막내 동식으로 첫 스크린 도전에 나선 박유천은 극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최악의 연기를 선보인 것은 아니나 경쟁 상대인 여진구와 임시완에 비하면 신인상을 받기엔 부족한 연기력이다. 그간 많은 시상식과 평단으로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은 여진구와 임시완이기에 이번 수상 실패는 더욱 믿기지 않는다.



또한 임지연도 '인간중독'에서 남편 경우진(온주완)의 상사 김진평(송승헌)과 사랑에 빠지는 마성의 여인 종가흔으로 파격적인 노출연기를 시도했지만 그 역시 김새론, 김향기에 비해 어딘가 꺼림칙한 수상임을 지울 수 없다.



덜 익은 감을 와작 깨문 것처럼 입안 가득 텁텁함이 퍼지는 올해 신인상. 과연 올해의 신인상 수상 결과에 얼마나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표절 논란에도 상주는 킹 오브 오지랖



사실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각종 배우에게 수여하는 상을 주요 부문으로 공을 들인다. 반면 카메라 뒤편에서 열심히 뛰는 스태프들의 공을 인정하는 기술 부문에는 관심 밖의 일로 치부하며 대충 시간 때우기에 급급한 모양새로 일관하고 있다.



피땀 흘린 그들의 정성을 진정으로 감사하긴 하는 건지 길지도 않은 수상 소감을 방송 시간이란 핑계로 싹둑 잘라버리기도 한다. 늘 누가 받아도 알지 못하고 상관없다는 식이다. 그래서일까? 그야말로 막장 중의 막장 수상이 펼쳐진 51회 대종상이다. 바로 음악상이 그 막장의 주인공이다.



올해 초 개봉한 '수상한 그녀'의 음악을 총괄한 모그는 영화 속 OST로 '한번 더'라는 곡을 삽입했고 이 노래는 얼마 뒤 인디그룹 페퍼톤스의 1집 'Ready, Get Set, Go!(레디, 겟 셋, 고)'와 코드 진행 도입부터 노래 파트에 이르기까지 노래 전반적인 부분이 똑같다는 의혹을 샀다. 당시 모그 측은 "순수 창작곡이다"며 해명했지만 페퍼톤스 측은 "확실한 표절이다"고 나서며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페퍼톤스 측은 모그와 공동 작곡가 한승우를 상대로 1억원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현재까지 표절에 대한 시비가 판결 나지 않은 상태다. 그런 가운데 모그가 올해의 대종상 음악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된 것. 모그와 함께 후보에 오른 수상자는 '타짜-신의 손'의 김준석 음악감독, '명량'의 김태성 음악감독, '군도:민란의 시대'의 조영욱 음악감독 등이 거론됐다. 모그는 '수상한 그녀' 외에도 '역린'으로 중복 노미네이트 됐다.



표절 공방에 휩싸인 '수상한 그녀'가 음악상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히 문제시될 수 있는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닌 대종상은 논란을 즐기듯 자연스레 모그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관객들 사이에서 '명량'의 김태성 음악감독이 수상 후보로 유력하게 떠올랐지만 대종상의 결단은 모그로 확고했다.



모그는 수상 직후 "좀 전까지 내 뒷자리에서 오늘 음악상을 김태성 음악감독이 받지 않을까 얘기했는데 갑자기 내 이름이 호명됐다. 김한민 감독, 김태성 음악감독에게 죄송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논란에 타격을 입은 '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과 제작진, 그리고 결과가 어찌됐든 마음의 상처를 입은 페퍼스톤에 대한 미안함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예상과 달리 자신이 받은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뿐이었다.



대종상은 표절에 휩싸인 모그가 추운 겨울을 보내도록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싶었던걸까? '킹 오브 오지랖'을 선보인 대종상의 넓은 아량. 그런 대종상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답답한 가슴만 내리칠 뿐이다.





◆ 비(非) 흥행작 여전히 찬밥신세



176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흥행 영화 1위를 차지한 '명량'은 올해 대종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해 남우주연상(최민식), 기획상(김한민 감독), 기술상(윤대원·특수효과)까지 4개 부문을 휩쓸었다. 1137만명을 동원한 '변호인' 역시 여우조연상(김영애), 신인감독상(양우석 감독), 시나리오상(양우석·윤현호), 하나금융그룹스타상(임시완)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며 '명량'과 함께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명량' '변호인'에 이어 감독상(김성훈 감독), 촬영상(김태성), 조명상(김경석)을 받은 '끝까지 간다'가 3개 부문을, 여우주연상(손예진), 남우조연상(유해진)을 받은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 2개 부문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인간중독' '해무' '군도:민란의 시대' '역린' '수상한 그녀' '신이 한 수' '타짜-신의 손' '친구2' 등이 1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그러나 대종상이 선정한 영화들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하나같이 흥행에 성공한 흥행작들뿐이다. 소위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다양성영화나 독립영화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



올해 대종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 실패한 작품은 '소원' '제보자' '좋은 친구들' '한공주' '우아한 거짓말' '도희야' '족구왕' '집으로 가는 길' 등이 있다. 특히 '소원' '좋은 친구들' '한공주' '도희야' '족구왕'은 개봉 직후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으로 인정받았고 국내 관객들 사이에서도 호평을 얻으며 수작으로 입소문이 난 작품들이다. 그럼에도 무대에 서지 못했다.



대종상은 비 흥행작에게 등을 돌리고 흥행작만 쫓는 허울뿐인 영화제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아야 하는 본질적인 의무는 잊은 지 오래다. 그저 반짝이는 스타들을 자신들의 축제에 모시기 위해 상을 퍼주는 급급한 모습만 보였다.



모국에서는 홀대받지만 해외에서 환대받는 아이러니한 상황. 반세기를 버텼다는 세월만 자랑할 게 아니라 소외된 내 집안 식구부터 챙겨야 한다. 대종상이 지금 가장 새겨야할 정신은 화려한 파티보다 내실 점검이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 사진=대종상 사무국, KBS2 제51회 대종상영화상 화면 캡처, 영화 '한공주' '도희야' '좋은 친구들' '족구왕'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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