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서의 희망가 ‘게이트 키핑 강화’는 왜 공염불 되었나?

기사입력 2012-03-28 09: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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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하의 연예 X파일]  KBS는 2년 전 해외 경영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용역비 24억 원을 주고 경영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그해 6월 KBS는 ‘2014년 세계 대표 공영방송 도약’이란 야심찬 조직개편안에 ‘게이트 키핑의 강화’라는 항목을 넣어놓았다. 하지만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공영방송으로 태어나고자 한다”며 목청을 높였던 KBS는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헛구호만 남발한 꼴이 되었다. 이런 상황은 김비서의 리더십 부재로 인해 빚어진 필연의 결과란 시청자들의 비판을 면할 길 없어 보인다. 왜 일까?



시청자가 낸 수신료를 자그마치 24억 원이나 지불하고 컨설팅을 의뢰해야 할 만큼 KBS는 경영능력이 부족한 건가 하는 의구심이 떠올랐었는데 그해에 총비용 1조4천60억원(KBS 2010년 경영평가)을 쓴 거에 비하면 그 정도 컨설팅 용역비는 새 발의 피로 생각했었는지 모른다. KBS는 개편안에서 "본부장-국장-부장-차장으로 이어지는 국부제를 선택해 '게이트키핑'을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그동안 관리자 1인당 팀원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 조직관리가 사실상 붕괴된 팀제를 개선해 게이트 키핑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개편안 발표 2년도 채 안지나 KBS 안에서 여과 없이 여러 가지 일들이 터졌다. 그 대표적인 건 언론노조 KBS본부의 파업, ‘시벌로마’ 패러디 파문, KBS교향악단의 내홍으로 인한 문제, TV소설 ‘복희누나’의 쥐 잡는 날 포스터 사건, 지난해 스타 한예슬의 ‘스파이명월’ 녹화펑크 등을 지적할 수 있다.



KBS는 언론노조 KBS본부의 파업을 명분 없는 불법, 정치파업으로 규정지었다. 이는 “파업의 목적이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부당징계, 막장인사 분쇄와 사장 퇴진을 위한 파업’이라 현행 법상 보호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다 KBS 경영진은 언론노조 KBS본부가 조합원 1,000 여명의 제2노조이고 회원 3천500명의 KBS노동조합원은 묵묵히 현업에 임하고 있다고 했으나 KBS본부 파업은 극한으로 치달아 마주보며 달리는 열차를 연상케 한다.



그런데다 MBC의 간부들이 보직을 내던지고 파업에 참여하는 것과 달리 KBS 지역 총국장과 전국 지역국 보도국장들이 후배들의 파업을 폄훼하는 성명을 내놓아서인지 KBS 경영진들은 “시간이 흐르면 해결이 날 거다”며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공정방송을 내걸고 투쟁중인 KBS본부는 점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Reset KBS! 국민만이 주인이다’이란 구호 아래 연일 ‘Reset kbs뉴스9’를 통해 “ ‘소비자고발’을 능가하는 김인규 고발이 속 시원히 샅샅이 파헤쳤습니다”며 그동안 KBS 조직 내부에서 벌어졌던 각종 추잡한 모습들을 세상에 드러내데 열을 올리고 있다.



KBS본부 3월27일자 동영상 ‘리셋 김인규 고발’에서 미주리대학의 한 언론학자가 인터뷰를 통해 “이 ‘김인균’이란 일단 감염되면 구토,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증상에서 시작해서 심각하면 환자의 뇌에까지 이르러 헛소리를 하면서 논리적 사고를 못하게 하는 아주 더러운 병균이다”며 주장하고 나섰다. 해설자는 KBS는 그동안 ‘김인균’이라는 악성균에 잠식당하여 공영방송의 기능이 마비되었다며 목청을 높였다. 심각하게 오염되어 방송의 공영성을 잃어버렸다는 이 동영상 패러디를 네티즌이면 누구나 볼 수 있다. 유투브와 팟캐스트에 올려져 있어 스마트 폰을 가진 사람은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이밖에 KBS본부 인터넷 사이트에는 김인규 사장의 과거를 파헤친 동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어 공룡이나 다름없는 거대 조직인 KBS가 어쩌다 이런 지경에 처했을까 하고 혀를 차게 만든다.



그뿐이 아니다. KBS교향악단의 내홍으로 인해 지난주 단원 71명이 해촉 등 중징계 당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교향악단 비상대책위원회는 3월25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함신익 지휘자 해고 등을 요구하는 길거리 연주를 가졌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이어 교향악단원마저 길거리로 나와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사태로 비화한 것이다. 하지만 노조나 교향악단의 요구를 KBS에선 받아들일 생각조차 없어 보이는 바람에 서로가 ‘끝장대결’로 가는 길 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TV소설 ‘복희누나’ 포스터 논란은 엎친데 덮친격의 게이트 키핑 사건이다. ‘복희누나’는 3월12일 방송에서 극중 보건소 벽면에 ‘다 같이 쥐를 잡자, 쥐약 놓는 날 4월11일 오후 5시. 농수산부’라는 포스터가 올라 있어 말썽이 되었다. “포스터 속에 정치적 의미가 담겨있다”는 여론에 제작진은 “드라마가 시대극인 만큼 60-70년대 배경을 살리고자 쥐잡기 포스터와 반공표어를 쓴 거다”며 확대해석을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의도적인 건 아니라는 적극적 해명에도 방송 간부 K씨는 “그건 있을 수 없는 해프닝이다. 연기자와 카메라 리허설을 하며 소품을 체크하지 않았다니 변명이 될 수 없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드라마국의 이런 비판 때문인지 KBS 감사실이 수원 드라마센터의 감사를 실시한 거로 알려졌다. 뒤늦게 해이해진 조직의 기강을 잡으려는 제스처인가.



KBS의 조직 내 기강이 해이해져 위험선상이 아니냐는 논란은 지난해 드라마 ‘스파이명월’의 펑크 소동 때도 있었다. 한예슬이 촬영거부를 선언하고 돌연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잠적하는 초유의 일이 터진 것이다. 한예슬이 살인적 촬영 스케줄에 불만이 쌓여 빚어낸 일로 나중에 귀국, 사과를 하는 해프닝을 벌였던 그 사건도 사실은 드라국의 게이트 키핑에 문제가 있어 일어난 거로 보는 주장이 많다. 이는 방송국의 외주제작사와 연기자 관리 등 기능 마비로 도가 넘친 행위를 한 여배우를 감당해 내지 못할 정도로 조직의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빚어진 게이트 키핑이라는 것이다.



재벌회사들은 신입사원 연수교육 때 자기계발서 추천목록에 꼭 ‘攻彼顧我’를 집어넣기도 했다. 조직생활과 세상 살아가는 데 필요한 조언이 담겨 있어서다. ‘공피고아’의 뜻풀이는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승리의 방법을 찾는 지혜’이다. 이 책을 김인규 사장도 읽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는 리더십 부재의 행동만 보여주었나. 무용지물 된 BCG 보고서 보다 그의 건강에 필요 한 건 자기계발서 아닐까. 노조가 풍자한 ‘김인균’의 항생제가 담겨있는 자기계발 책 말이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사이트 캡처



신일하 편집위원 ilha_shin@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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