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포커스]페퍼톤스, 유쾌한 DNA 지닌 두 남자의 명랑음악

박영웅 기자 / 기사입력 : 2010-02-01 09:10:58

[TV리포트 박영웅 기자] 쌀쌀한 겨울 날씨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가슴 따뜻한 음악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전히 자극적인 음악들이 활개치고 있기에 봄날을 닮은 노래가 더욱 기다려진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미리 봄날을 맞은 두 남자(신재평, 이장원. 이상 28)의 새 음악에 눈과 귀를 집중해 봤다.

‘후추(Pepper)처럼 톡 쏘는 소리(Tones)’를 들려주겠다고 결심한 남성 2인조 듀오 페퍼톤스가 3집 ‘사운즈 굿’(Sounds Good!)을 들고 다시 대중 앞에 섰다. 올해로 결성 6년째를 맞은 28세 동갑내기 두 청년의 변함없는 ‘명랑음악’이다. 마치 주말 오후 한강변을 달리며 듣기에 딱 어울리는 소리, 상쾌한 아침을 떠올리게 하는 기분 좋은 소리 말이다.

카이스트 99학번 같은 과 친구로 만난 두 사람은 2003년 밴드를 결성,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한 10년지기 친구사이. 이후 인디 레이블 ‘캬바레 사운드’에서 2004년 데뷔 음반을 발표했고, 빠르게 상승곡선을 그리며 주류를 넘나드는 실력파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귀로 듣는 즐거운 일상, 행복한 음악을 팝니다”

페퍼톤스의 음악은 마치 만화 주제가에 노랫말을 입힌 듯 유쾌한 DNA를 지녔다. 공원에 누워 한가로이 책을 읽는 느낌 혹은 여행을 앞둔 설레임이 느껴지는 기분 좋은 착각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두 사람은 새 음반을 “소소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행복을 담은 소리”라고 소개했다. 경쾌함과 독특함으로 점철된 페퍼톤스는 자신들의 음악을 스스로 ‘명랑 음악’이라 명명한 만큼, ‘일상 속 행복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음악’이라고 했다.

이번 음반 ‘사운즈 굿’ 역시 타이틀에 걸맞는 경쾌한 소리들이 기분 좋은 감성을 느끼게 한다. 대중적이면서 트렌디한 사운드는 친숙함을, 파스텔 톤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는 여전한 ‘페퍼톤스표’ 음악이란 평이다. 키치적인 감성에 담긴 긍정의 힘찬 기운 역시 그대로다.

“기분이 울적한 날에는 음악 작업이 어려울 정도로 저희 노래는 솔직한 편이에요. 스스로 즐거울 수 있어야 듣는 이들도 기분 좋겠죠? 우리가 살아가면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즐거움을 찾아 많은 이들에게 전파하는 것이 페퍼톤스의 존재이유죠”(신재평)

3집은 포크, 모던록과 일렉트로닉 장르가 절묘하게 결합된 일본 시부야계 음악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페퍼톤스만의 독창성은 음반에 담긴 다양한 주제의 노랫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희망의 노래(‘Sing!’), 탁구를 소재로 한 즐거움(‘Ping-pong’), 학교 앞 공원에서 느끼는 평화로움(‘공원여행’), 월급날의 기분 좋은 감정(‘Salary’) 등의 주제가 봄날의 감성으로 무장한 멜로디와 어우러져 춤을 춘다. 반면, 지난 앨범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차분한 느낌의 곡들도 있다. 타이틀 곡 ‘겨울의 사업가’를 비롯해 전 소속사에서의 추억을 담은 발라드 곡 ‘작별을 고하며’, ‘Knock’ 등을 통해 멤버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도 차근차근 풀어냈다.

이처럼 두 사람의 끼는 ‘일상’이란 주제 아래 ‘상상’이란 날개를 달았다. 무대 위를 활보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보다는, 상상을 청각적으로 형상화시켜 이 모든 것을 말한다. 또 엉뚱한 생각들이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음악에 대한 진지함과 견고한 사운드도 담겨 있다.

“저희는 만화책, 전자오락을 자주 접하기도 하지만, 상상하는 것을 즐겨요. 일상의 모든 것이 페퍼톤스 음악의 주제가 되죠. 처음에는 우리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뻤는데 지금은 우리 음악을 듣고 누군가는 위로를 받고, 즐거워 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행복에 대한 사명감 같은 걸 느끼게 됐죠” (이장원)

평소 전자오락을 즐기는 두 남자는 슈팅 게임 속에서 예명을 따와 인디 활동을 펼쳐왔다. ‘노 쉘터’(No Shelter,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란 의미와 ‘사요나라’(잘 가라)란 일본어에서 따온 ‘노쉘’(이장원)과 ‘사요’(신재평)란 예명이다. 상상을 즐기는 이들답게 센스가 넘친다. 이것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일상을 즐기는 페퍼톤스 음악의 원천인 셈이다.

“인디계의 아이돌? 평생 음악할 수 있는 생명력이 간절해”

페퍼톤스는 ‘인디계의 아이돌’이란 애칭을 얻을 만큼 많은 여성팬을 확보하고 있다. 멜로디는 어깨를 들썩 거릴 만큼 친숙하고 여성 취향이지만, 멜로디 속에 담겨 있는 사운드는 무게감을 덧입혀 묵직함 마저 느껴진다. 이는 홈레코딩을 주로 해 오던 전작들과는 달리 처음으로 세션 연주자들과 전문 스튜디오에서 소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란다.

풍성해진 사운드와 함께 음반 곳곳에 담겨 있는 칩-튠(전자오락 기계음을 연상시키는 사운드 효과)의 시도나 적재적소에 사용된 효과음 등도 이들의 섬세한 노력을 엿보게 하는 부분이다.

이처럼 보다 견고해진 소리는 소속사 이적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페퍼톤스는 안테나 뮤직에서 새 둥지를 틀었고 유희열, 정재형, 루시드폴 등 실력파 뮤지션들과 새로운 도약을 꿈꾸게 됐다. 또한 선배 뮤지션들을 바라보며 오랜 음악 활동을 위한 고민도 함께 했던 이들이다.

“앞으로 음악을 오래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유)희열이 형이나 (김)동률이 형 한테서 많은 조언을 얻기도 했죠. 안정적인 것과 새로운 것들 사이에서 늘 갈등하지만, 결국은 선배 뮤지션들 처럼 꾸준한 생명력을 지닌 가수로 활동하고 싶은 것이 꿈입니다”

페퍼톤스라는 생소한 이름을 내걸고 대중 앞에 선지도 벌써 6년. 청량한 느낌의 멜로디, 공감을 자아내는 일상의 소리, 실험적인 사운드의 조합 등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삼박자가 지금의 페퍼톤스의 색깔을 만들어 왔다. 비오거나 흐린 날에는 작업은 하지 않는다는 두 남자. “생기 넘치는 음악, 꾸준한 생명력을 지닌 뮤지션”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두 남자의 맑은 음악이 더욱 기대가 되는 이유다.

사진제공 = 안테나뮤직

박영웅 기자 hero@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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