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길의 연예퍼즐]지드래곤 선정성 논란, 속옷과 비키니의 차이

윤상길 편집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0-02-06 11:22:35

[TV리포트]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지그래곤(본명 권지용)이 공연 내용의 선정성 논란을 이유로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를 두고 연예인의 공연 창작품에 대한 법률적 제재가 타당한가를 두고 대중문화계와 청소년관련단체 사이에 법리논쟁까지 벌어지는 등 연예계가 시끄럽다.

이 논쟁을 언급하기 전에 한 예를 들어보자. “왜 치마 아래의 속옷은 음란하고, 비키니 수영복은 그렇지 않을까?” 여성의 속옷은 비키니 수영복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속옷은 감춰야할 대상이고 비키니 수영복은 과시의 대상이다.

이 비슷하게 생긴 두 종류의 옷은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문화적인 습관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대중이 공유하는 문화적인 습관은 기묘하게도 속옷과 비키니의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지드래곤 공연을 보는 관점이 서로 다른 것도 이와 다름 아니다.

이번 논쟁은 보건복지가족부의 검찰 조사 의뢰에서 비롯됐다. 논쟁의 핵심은 두 가지. 지드래곤이 공연에서 청소년유해물로 판정받은 ‘쉬즈 곤’(She's Gone) 등 2곡을 부른 것이 ‘청소년보호법상 판매금지 규정을 위반했는가’, 그리고 공연에서 성행위 장면을 연상시키는 춤 동작을 한 것 등이 ‘형법상 공연음란죄에 해당하는가’이다.

지드래곤은 검찰 조사에서 음란성 여부와 관련해 "음란했는지 잘 알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공연에서 부른 ‘쉬즈곤'이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된 사실을 알았느냐는 질문에도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공연 중 음란한 퍼포먼스를 보인 것은 “소속사의 기획에 따른 행위였지만 색다른 공연을 꾸미기 위한 창작자의 노력이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 사람들은 공연의 주관객층이 청소년이었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운다. 스타의 언행에 쉽게 영향 받는 청소년에게, 특히 추종에 가까운 광적 반응을 보이는 아이돌 팬들에게 지드래곤의 공연 내용은 유해하다는 관점이다.

이 주장과 관련해 지드래곤의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는 "대중음악이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누구보다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는 음반 기획자로서, 이번 공연의 연출과 진행을 총괄했던 한 사람으로서 시끄러운 논란이 일어난 점에 대해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정작 공연을 본 관객 가운데 일부는 검찰 조사에 대한 항의 서명을 벌이고 있다. 이 서명 작업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공연장에서는 음란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열광적이었다.”며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사진 한 장을 가지고 음란성 운운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선정성 여부의 잣대는 공연에 참석한 관객이 결정할 문제이지 법적 문제로까지 비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관점이다.

다시 속옷과 비키니의 아이러니로 돌아가자. 이처럼 모든 사람에게는 ‘관점’이라는 게 존재한다. 관점은 옳은 것, 좋은 것, 이상한 것 등등 사물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이다. 이 관점은 때때로 소수자에게는 폭력적일 수 있고, 혹은 진짜 진실을 가리는 눈가리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드래곤의 공연을 대중스타의 창의적인 퍼포먼스로 볼 것인지, 의도된 음란성 이벤트로 볼 것인지는 분명 관객의 몫이다. ‘속옷’이라는 단어와 ‘비키니 수영복’이 갖는 어감의 차이를 생각해보라. 우리의 가슴은 다르게 반응한다. 이는 논리적 이해가 아닌 감성적 반응이다. 그 둘은 화학적으로도 유사하며 생김새며 무게까지도 거의 같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가 갖는 관점은 이토록 위력적이다.

관객의 코앞에서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펼치는 연극이 이 시간에도 만원사례 속에 공공연하게 펼쳐지고 있다. TV의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성행위를 암시하는 춤판이 벌어지고 있고, 이 모습을 낄낄거리며 가볍고 즐겁게 시청하는 요즘이다. 성적 암시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끝으로 성공회 대학 신영복 석좌교수의 글을 인용해 본다. 그가 쓴 ‘처음처럼’이란 책에 나오는 글귀이다. “섬사람에게 해는 바다에서 떠서 바다로 지며, 산골사람에게 해는 산봉우리에서 떠서 산봉우리로 지는 것입니다.”

사진 = TV리포트 DB

윤상길 편집국장(대우) yoonsk4u@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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