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팔없는 마라토너 "다리로 뛰면 되지요"

기사입력 2009.11.27 1:34 PM
두팔없는 마라토너 "다리로 뛰면 되지요"
‘팔 없으면 어때요? 다리로 뛰면 되는데…’

정신지체 마라토너 엄기봉씨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져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두팔 없이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토너가 있어 장애우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KBS 1TV ‘피플 세상속으로’는 27일, ‘팔 없는 마라토너’ 김황태(31)씨의 사연을 다뤄 훈훈한 감동을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0년 8월, 전선기술자로 일하던 중 2만 2천 볼트의 고압선에 감전돼 두팔을 잃었다. 정신을 잃고 3일만에 깨어났지만 뼈가 녹고 신경이 죽은 두팔은 절단 돼 어깨 밑으로 약간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당시 그의 나이 23세였다.

그 후 황태씨는 혼자 밥을 먹을 수도 옷을 입을 수도 없게 됐지만 남아있는 두다리로 달리기 시작했고 2004년 봄에는 마라톤 풀코스 42. 195km를 완주할 수 있었다.

달리 할 수 있는 운동이 없어 시작했던 마라톤은 이제 황태씨의 가장 중요한 일과이자 목표가 됐다. 방송에 따르면 황태씨는 지난 3월에 열린 ‘동아마라톤대회’에선 3시간 5분 5초의 기록을 세우며 완주했다고 한다. 이제 그의 목표는 풀코스를 3시간 내에 주파하는 ‘서브스리’.

그러나 ‘두다리가 있으니 달리기야 문제 없겠지’ 하는 생각은 섣부르다. 두팔 없이 달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뛸 때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속도를 내주는 것은 팔의 몫이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태씨가 양팔이 없는 악조건을 딛고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가족의 힘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만나왔던 여자친구 김진희(30)씨는 지난 2002년에 아내가 됐다. 진희씨는 그동안 얼굴 한번 찡그린 적 없이 남편을 돌봐왔다. 김씨가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것도 다 아내 진희씨의 사랑과 격려 덕분.

황태씨는 “집안의 반대로 힘들 땐 놔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뜻대로 안됐었다”며 “지금은 아직도 내 곁에 있어주는 것이 감사하다"고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가족의 사랑과 용기를 팔 삼아 오늘도 두팔 없는 마라토너는 인천의 한 경기장을 달린다. 목표를 이루는 그날까지, 그리고 그 후에도 황태씨의 달리기는 계속될 것이다.

“제 목표는 서브스리하는 그날까지 또 나이를 먹어서도 쭉 마라톤을 하는 겁니다”

(사진 = 두팔 없는 마라토너 김황태씨, 방송장면)

[TV리포트 윤현수 기자]vortex7231@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