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1년’ 김민정, 이제 막 서른이 된 설렘을 안고(인터뷰)

기사입력 2011.04.08 10:2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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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김예나 기자] 김민정. 이제 막 서른 살을 넘겼어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그렇다고 지나간 이십대를 그리워하거나, 나이 들어감을 원망하진 않아요. 제가 배우생활을 한지도 어느덧 21년차가 됐듯, 시간은 원래 그렇게 흘러가는 거니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지난 1년을 꼬박 쉬고 고심 끝에 선택한 KBS 2TV 수목드라마 ‘가시나무새’. 기대보다 시청률이 좋지 않아요. 속상하지만, 배우가 숫자에만 연연하다보면 연기를 그르칠 수 있어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내게 맡겨진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죠. 시청자들이 유경이를 이해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표면적으로 보면 ‘가시나무새’의 한유경은 악랄하고 못된 나쁜여자죠. 제가 만난 유경이는 상처에 몸서리치는 여자에요. 어려서부터 줄곧 상처투성이로 마음속에는 흉터만 남았어요. 몸은 성장했지만, 마음은 아직 어린 아이라고 봐도 될 것 같아요. 더 이상의 상처를 받고 싶지 않은 단순한 마음으로 가시를 세우고 독을 키웠어요. 그래야만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유일한 친구 서정은(한혜진 분)과 사랑하는 남자 이영조(주상욱 분)을 무조건 밀어내기만 해요. 가슴 속 깊은 애증이 아닐까요. 늘 마음과 머리가 엇나가는데, 유경이는 그것조차 몰라요. 엄마와 딸을 몰인정하게 버리고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부분도 다 그 때문이에요. 유경이는 자기 상처 때문에 다른 건 아직 볼 줄 모르는 나약한 여자에요.



하지만 유경이의 이런 행동은 극 안에서 좀 더 친절하게 설명이 필요했던 부분인데, 미흡해서 아쉬웠죠. 유경이와 만나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요. 앞으로 유경이가 본격적인 악녀로 비쳐질 텐데 배우로서는 기대도 되고, 한편으로 속상한 마음도 있어요.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어요. 더욱이 초등학교 때부터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제 경우에는 더 혹독했던 순간도 있죠. 그렇다고 그 상처를 일일이 드러내고 아프다고 토로하고 싶지는 않아요. 누구나 각자에 맡겨진 시련을 감내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거죠.





어렸을 때는 일단 연기만 했어요. 대본을 외우고, 현장에서 감독님과 선생님들이 주문하시는 대로 따랐죠. 지금보다 작품 수도 훨씬 많았어요. 어느 순간 성인연기자가 되고, 생각의 크기가 커지면서 고민이 많아졌어요. 어떤 배우로 사는 게 과연 김민정이 행복할 수 있을까.



어느 때는 나 자신보다 배우라는 책임을 더 우선시했어요. 결국 몸을 망가뜨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죠. 배우에게 몸 관리는 절대적인 건데, 제가 잘못 판단했어요. 스스로를 지키고 지켜줘야 더 많은 작품에서 오래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 했던 거예요.



작품에 몰입하다 본의 아니게 몸이 다칠 때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와 만나 내 의도와 다른 상황으로 전개되기도 하고, 끊임없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기도 해요. 배우라는 특수한 직업 때문에 얻는 만큼 포기하는 부분도 많아요. 여전히 힘들고 벅찰 때도 많지만, 지금까지 잘 넘겨온 걸 보면 저 스스로에게 신기해요. 내가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 이상의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있구나.



저도 올해부터 30대에 들어섰어요. 섭섭하겠다고 물으시는데, 전 나이에 제약받지 않아요. 앞으로도 보여드릴 게 무궁무진하거든요. 오히려 나이에서 오는 일종의 안도감이랄까. 자신감이 더 생겼어요. 20대에는 부단히 넘어지고 부딪히면서 지금까지 왔기 때문에 후회가 없어요. 30대는 더 치열해 질 테니, 두렵지 않네요.



언젠가 얼굴에 주름살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얼굴 안에 연륜이, 삶의 흔적이 묻어나고 싶은 게 제 욕심인데 자칫 곡해하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저도 아름답게 보이고 싶죠. 그 어떤 여배우가 화면에 흉하게 비치고 싶겠어요. 다만 외형에 치중해서 진정으로 품어야 할 아름다움을 잃고 싶지는 않아요.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에 비쳐진 제 모습에 다들 놀라셨대요.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1위를 하니까 기분이 묘하고 좋던 걸요. 노래를 부르고, 반주에 맞춰 춤을 추던 김민정이 새로웠나봐요. 예능에 자신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기회가 될 때 마다 저를 자꾸 드러내야겠어요.



배우에게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 고정관념이 큰 몫을 차지한다는 거 또 다시 새겼어요. 강한 캐릭터를 입었던 건 몇 차례 되지 않거늘, 김민정하면 다들 독하고 세고 악하고 무섭다고 그렇게 기억해주시네요.(미소) 실제로는 발랄하고 까불고 웃는 걸 즐기는 그런데…그래서 언젠가는 꼭 제 모습을 그대로 담아서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라디오 DJ에 꼭 도전해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호호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 / 사진 = 김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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