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빠다' 손병호 "예능 늦둥이? 나는 배우다" (인터뷰)

기사입력 2011.04.13 9:5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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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이효정 기자] 영화 ‘파이란’(2001)의 냉혈한 보스 용식으로, ‘오아시스’(2002)에서는 장애인 한공주의 파렴치한 오빠 한상식으로, ‘목포는 항구다’(2004)에서는 보스를 배신하는 악당 두호로, 마지막으로 ‘효자동 이발사’(2004)의 다혈질의 경호실장 장혁수 역으로 출연했다.



다작을 했고, 줄곧 악역을 맡아왔다. 관객들로부터 “이런 비호감이 있을 수 있나”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 만큼 실감나는 악질의 모습을 연기했다. 그의 이름은 손병호다.



이번엔 다르다. 상대배우 김승우가 그의 ‘악역 전문배우’ 라는 타이틀을 넘보기 시작했다. 대신 손병호는 순수한 영혼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딸의 한마디에, 아내의 눈빛에 마음이 흔들리는 순수한 아빠이자 남편으로 돌아왔다. 더 이상 악함이 없다. 오히려 그의 촉촉한 눈빛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영화 ‘나는 아빠다’(전만배 이세영 감독, 기억속의 매미 제작)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손병호를 만났다. 그런데 또 다른 이미지가 있다. 바로 사회자 혹은 교주(?). 인터뷰 내내 쉴 새 없이 이야기한다. 그것도 웃음기 가득한 코믹함을 담아서 말이다. 은근히 자기 자랑까지 더한다. 그 만큼 솔직하고 재밌다. 사람냄새 나는 손병호의 또 다른 매력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 손병호, 그는 천상 배우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녹화를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웃음) 다른 출연진이 저보고 사회자 혹은 교주 같다고 하더라고요.”



기자의 눈앞에 앉아있는 손병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만나볼 수 있는 털털하고 유쾌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요즘 뜨고 있는 ‘예능 늦둥이’ 김태원 김구라 등의 계보를 잇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손병호의 예능 도전,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예능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고 뭔가를 보여줘야 하고 리액션도 필요하고.. 조금 부담스러운 면이 있죠. 드라마와 영화를 하면서 예능도 같이 하기엔 벅찰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순간 저만의 재치있는 센스로 애드리브를 보여주면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제는 예능을 해도 여유가 있죠.(웃음)” 



그렇다면 ‘예능 늦둥이’ 개대해도 좋은가라는 물음에는 “내가 갈 길이 아니다”라고 못을 박는다. “역시 연기자는 연기자의 길로 가는 게 좋죠”라는 그의 눈빛에서 읽을 수 있었다. ‘천상 배우’.    



◆ 천상 배우가 인정하는 배우는 누굴까. 





손병호는 1999년 최민수 주연의 영화 ‘유령’에서 단역으로 첫 스크린에 데뷔했다. 연극인으로 활동해왔던 그가 영화에 대해 무지했던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영화도 카메라에 대해서도 몰랐다. 그런 손병호에게 처음으로 영화를 알려준 배우가 있다. 지금도 멋진 그의 모습을 회상하며 손병호는 감탄했다.        



“‘유령’ 촬영 당시 주연배우인 최민수 이정재 둘이서 거의 모든 장면을 소화했고 전 뒤에서 매일 기다리는 상황이었죠. 덕분에 다른 배우들과 인터뷰 놀이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 때 최민수가 들어왔고 ‘연기에 대한 얘기를 들어볼까요?’라고 제가 농담처럼 말했더니 우리 놀이에 동참을 하더라고요.”



“최민수는 ‘연기(演技: 펼 연, 재주 기)의 ‘기(技)’자를 왜 기술로서의 의미로 쓰는 줄 모르겠다. 기는 귀신 기(示)로 쓰고 싶다. 연기는 영혼이니까. 나는 영혼을 팔고 싶은데 기술만 요구한다’는 진솔한 얘기를 했어요. 이 사람의 생각과 철학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죠.”  



그 후, 영화에 무지했던 손병호가 계속 실수를 하자 ‘손교수, 이리 와봐’라며 꼼꼼히 연기를 지도해줬다는 최민수. 그리고 그 사람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생각이 좋다고 말하는 손병호다. 



‘열혈남아’ 유지태도 손병호가 인정하는 배우로 꼽았다. “그는 배우들 만의 고집과 욕심이 있어요. 돈을 벌면 차를 사지 않고 카메라를 사고 연극을 만들죠. 젊은 친구가 정말 기특하지 않나요? ‘주름이 생겼으면 좋겠다. 인생의 깊이를 갖고 싶다’는 말을 할 때 마다 후배지만 배우로서 아주 멋지고 기특해요. ‘정말 배우로서의 배우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구나’ 라는 걸 느끼게 해줘요” 



◆ 배우 그리고 아빠, 손병호





오는 14일 개봉을 앞둔 영화 ‘나는 아빠다’에서 손병호는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가족과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비운의 마술사 나상만 역할을 연기했다. 악역을 맡은 김승우와 연기 대결을 펼친다. 처음으로 악역 자리를 다른 배우에게 내줬다. 왜일까.



“제가 극중에서 마술사로 나오잖아요. 마술은 타이밍이에요. 영화를 위해 배운 마술을 집에서 가족들에게 보여줄 때가 있는데 타이밍이 안 좋죠. 마술 자체를 즐기지 않고 속임수가 뭔지 찾으려고 하니깐.. 이와 마찬가지로 인생의 타이밍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영화로 ‘악역 전문배우’라는 타이틀을 벗고 새로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할 수 있는 타이밍 아닐까 싶어요.(웃음)”



손병호의 인생에 있어 ‘터닝 포인트’가 될 이번 작품을 통해 그가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확실하다. 바로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



“한국은 지금 아버지 부재의시대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를 통해 아빠라는 존재의 힘이 상승됐으면 좋겠어요. 아버지는 무조건 돈만 벌어오는 존재라는 인식은 매우 슬프죠. 아버지의 사랑이 가치 있게 비춰졌으면 합니다.” 그의 목소리에 힘과 비장함이 보였다. 



그렇다면 실제 손병호는 두 딸에게 어떤 아빠일까. 그는 ‘자상한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주말은 무조건 가족에게 ‘올인’이에요. 주변 사람들에게도 항상 말해요 ‘주말엔 무조건 집!’”  



마지막으로 그의 30년 연기 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웃음기 가득했던 그의 얼굴이 진지하게 변했다. 화려한 제스처와 눈가에 가득한 장난기가 어느새 싹 사라졌다.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떨리고 긴장되고.. 인생의 완성은 없는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해서도 좀 더 연구를 하고 노력해야할 것 같아요. 배우는 선택을 당하는 사람이지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런 점에서 배우라는 자리에 계속 서 있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가늘고 길게 말이죠.(웃음) 영화, 무대 어디서든지 그 끈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이효정 기자 hyojung@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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