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강.동.호. … “대범이는 88만원 세대의 희망”(인터뷰①)

기사입력 2011.05.04 1:4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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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전선하 기자] 어느 날 문득 여자친구가 아들을 안겨주고 미국으로 떠났다. 3년간 준비해온 고시시험을 코앞에 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남자는 수화기를 들어 고향집에 연락했지만 별 다를 것 없는 부모님의 사정에 묵묵히 아이를 안고 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MBC TV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배유미 극본, 노도철 연출)에서 지방대 법대 출신에 가진 거라곤 선한 양심과 사람에 대한 믿음뿐인 강대범의 이야기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각박한 상황이지만 이를 연기하는 강동호에게선 어느 누구보다 대범에 대한 믿음이 풍겨 나왔다.



“대범이처럼 살면 손해 본다, 무시당한다,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시는 게 요즘 현실이죠. 하지만 대범이는 은근히 강단 있는 캐릭터예요. 시련을 겪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 선택이 옳았다는 걸 언젠간 증명하게 될 겁니다”



자기가 연기하고 있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야 여느 배우든 마찬가지겠지만 강동호가 대범을 사랑하는 이유는 조금 남다르다. 극심해지는 빈부격차,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은 나지 않는다는 절망의 시대에 대범은 88만원 세대의 남은 희망이라는 것이 강동호의 믿음이다.



“20대 초반엔 저 역시 그랬어요. 대범이 같은 인물이 어리석게 보였으니까요. 신뢰를 저버리는 일들을 알게 모르게 겪었던 것 같고 그러한 일들에 상처 받으면서 사람에 대한 벽이 생기고 자격지심이 늘었기에 그와 같은 생각이 자라버린 거죠. 하지만 대범이 역을 맡은 이후 기죽지 않고 세상을 지키고 싶어 하는 변호사가 꿈이라는 역할에 몰두하다 보니 선한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건 어떤 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더군요. 대범이가 꼭 잘 돼서 이런 사람이 성공한다는 믿음을 시청자분들이 스스로에게 투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입니다”



강동호가 대범을 만난 건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 오디션을 통해서다. 브라운관에서 낯선 얼굴인 그가 주말드라마의 4인 주연 중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참 괜찮은 청년 대범과 시쳇말로 싱크로율 100%였다는 제작진의 결정에서였다. 흰 피부에 뿔테안경이 잘 어울리는 얼핏 샌님같은 모습이지만 187cm가 넘는 장신과 운동으로 빚어진 건장한 체격은 대범이 사체업자들로부터 남봉(길용우 분)을 지켜낼 만큼의 듬직함과 신뢰감을 주기에 모자라지 않는 모습이다. 여기에 극중 정원을 연기하는 김현주를 향해 지어보이는 아빠미소도 순수하고 선한 대범을 연기하는 데 안성맞춤인 강동호만의 자산.



“정원이 캐릭터는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니까요. 밝은 성격에 주변 사람들한테 잘하고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에게 엄마가 돼 주고 싶어 하는 여자에게 반하지 않을 순 없을 것 같아요. 극중 계단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며 정원의 순수한 모습에 미소 짓는 모습이 있었는데 그건 정말이지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볼 때 지어지는 제 웃음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막 드라마 연기에 발을 디딘 그에게 시련이 없을 리 없다. 강동호는 물론이거니와 함께 출연하는 한지우, 박유환 등 신인급 연기자들이 촬영장에서 거북이 목이 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 다행인 것은 ‘반짝반짝 빛나는’에는 고두심, 장용, 박정수와 같은 베테랑 연기자들과 감각적인 연출로 이름이 높은 노도철PD가 메가폰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두심 선배님은 촬영장에서 말씀을 굉장히 안 하는 편이세요. 하지만 한 마디 씩 툭 하고 던지는 말씀에 제 생각이 깨고 제 연기 방향도 많이 바뀌는 편이죠. 노도철 감독님께서는 열정적이면서도 정확하고 냉철한 분이세요. 선생님들께 뭔가를 요구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분명하게 이야기 하시는 모습에서 조용한 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이렇게 좋은 배우와 연출가가 만드는 덕분에 ‘반짝반짝 빛나는’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며 순항하는 중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사랑 받는 이유에는 탄탄한 극본의 힘을 빼놓을 수 없는 일. 특히 ‘반짝반짝 빛나는’에는 수많은 드라마에서 클리셰로 사용됐지만 여전히 결론은 쉽게 내릴 수 없는 낳은 정과 기른 정의 경중을 그 어떤 드라마보다 밀도 있고 설득력 있게 그리며 시청자를 빨아들이는 중이다.



“저라면... 낳은 정과 기른 정 중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은 건 없겠지만 드라마 속 장용 선생님처럼 대처하지 않을까 싶어요. 정원이와 금란이 모두를 보듬으며 내가 낳은 아이는 아니지만 28년 동안 기른 자식이므로 합의점을 찾겠죠”



대범에 대한 빙의가 점점 짙어지고 있어서일까, 강동호는 본격적인 악녀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금란(이유리 분)에 대해서도 연민의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오랫동안 옆을 지키며 금란이가 원래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인물도 대범이죠. 금란이의 행동은 그간 받아온 피해의식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 것 같아요.... 대범이가 실은 재벌가의 자식이라면요? 음, 금란이처럼 신림동 가족을 버리고 평창동 집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28년 간 키워 준 신림동 부모에 대한 정이 어디 가나요. 이러한 선택이야말로 이 시대의 희망 아닐까요?”



사진 = 김재창 기자



전선하 기자 sunha@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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