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기 유전자로 잡을 수 있다?

기사입력 2009.11.27 1:34 PM
바람기 유전자로 잡을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한 결혼 시스템 일부일처. 일부 예외는 있지만 전 세계 대부분의 사회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속내를 들여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배우자를 두고 바람을 피운다는 이야기는 전혀 새롭지 않다. 또한 일부일처가 인간의 욕망을 외면한 사회적 순응 기제라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 23일 ‘MBC 스페셜’이 ‘일부 일처-배신 혹은 해방’을 통해 일부일처제를 주도하는 유전자(?)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일부일처 유전자는 2004년 6월 과학 전문지 ‘네이처’를 통해 실체가 밝혀졌다.

방송에 따르면 미국 에모리 대학교 래리 영 박사팀은 15년간 ‘불스’라는 들쥐를 연구했다. 래리 영 박사는 “불스는 암컷과 수컷이 한 번 관계를 맺으면 서로 짝을 지어 살고 둥지도 함께 짓고 새끼들을 잘 돌본다”며 “이런 관계는 평생 지속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불스와 일부다처제인 다른 들쥐의 뇌를 비교 연구했다. 단층 촬영 분석 결과 불스는 뇌의 아래쪽이, 일반 들쥐는 위쪽에서 호르몬이 활성화되면서 검게 변했다. 검게 변한 부분은 코카인이 반응하고 헤로인이 중독성을 유발하는 부분과 같은 부위. 결국 불스가 일부일처를 유지하는 이유는 일종의 중독이라는 게 박사의 설명.

그는 “일부일처를 하지 않는 종들은 중독을 유발하는 부위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호르몬이 활성화된다”며 “그래서 그들은 한 파트너에 중독되지 않고 장기적인 짝을 맺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일부다처 쥐에 불스의 유전자를 주입했을 경우 일부일처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영 교수는 “실험을 통해 하나의 유전자를 변화시킴으로써 일부일처를 하게 만들 수 있,고 일부다처를 하게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인간에게도 이 같은 적용이 가능할까.

문화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사랑을 할 경우 인간 역시 쥐와 유사한 중독 현상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사랑을 할 경우 VTA(Ventrl Tegmental Area)라는 작은 기관에서 도파민이 만들어지고 그 도파민은 뇌의 여러 지역으로 확산된다”며 “도파민의 기능은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며 에너지를 북돋아주고 하나의 대상에 중독되도록 한다”고 전했다. 낭만적인 사랑이 중독이라는 것.

문제는 인간의 사랑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랑의 유효기간은 1~3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피셔 박사는 말했다. 결국 인간은 사랑이 시들면 일부일처제의 효력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래리 영 박사는 인간 역시 호르몬 변화를 통해 일부일처의 효력을 지속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약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것에는 관심 없지만 이론적으로 보면 남자들의 바람기를 잡는 것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사진=방송장면)[TV리포트 조헌수 기자]pillarcs3@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