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핑퐁` 토론회 ..."개성만점" vs "읽기 불편"

기사입력 2009.11.27 1:34 PM
박민규 `핑퐁` 토론회 ..."개성만점" vs "읽기 불편"

[북토마토] 시민기자들 난상 토론 현장

[북토마토]는 국내 유일한 책 뉴스 사이트인 북데일리(www.bookdaily.co.kr)가 주최하여 책 시민기자들이 만들어가는 책 토론회의 이름입니다. `토론을 마음껏 즐기는 토론회`의 약자입니다.-편집자주

`문법의 해체, 서사구조를 따르지 않는 글쓰기, 결말을 책임지지 않는 실험성...`

박민규의 소설을 수식하는 말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는 제어되지 않는 아이콘이자, 문단의 이단아다. “조까라마이싱!”이라며 기성문단을 향해 반격포를 날리기도 하고, 문예창작학이라는 전공을 의심케 하는 무지한 발언도 망설임 없이 내뱉는다. 그의 ‘고분고분하지 않은’ 글쓰기에 깔린 반항심은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자의 울음과 패배자의 비명, 모두를 대변하는 것이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하 ‘삼미’)(한겨레신문사. 2003) <카스테라>(문학동네. 2005)로 큰 인기를 모았던 그이니 만큼 신작 <핑퐁>(창비. 2006)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계간지 ‘창작과비평(이하 창비)’에 연재 했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출간시기를 묻는 전화가 출판사로 폭주했고, 문의 글 역시 잇따랐다. 이 같은 반응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낯선 문체와 소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사랑받는 박민규의 작품세계를 논해보고자 북데일리는 제5회 북데일리 난상 토론회 ‘북토마토’를 개최했다.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 2006) <내 머릿속에 개들>(문학동네. 2006) <자유롭게>(21세기북스. 2006) <뜨거운 관심>(다산북스. 2006)에 이은 이번 토론회에는 북데일리 시민기자 김영욱, 조한별, 서정민갑, 원호성, 함수린, 구윤정, 신기수씨, 북데일리 고아라 기자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쳐보였다. 그 현장을 지상 중계한다.

“몰입이 안 된다 VS 발상이 좋다”

조한별 : <카스테라>가 작가의 생각을 집약해 놓은 것이라면 <핑퐁>은 그것을 부풀려서 솜사탕처럼 독자들이 뜯어먹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작품 같아요.

신기수 : 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저 같은 독자에게는 좀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보통의 독자들은 스토리텔링이 분명한 소설에 익숙하니까요. <핑퐁>은 너무 기교에 치우치다 보니 내용이 부실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무리도 너무 급작스럽게 느껴지고요.

구윤정 : 저는 반대생각인데요. 세계를 ‘포맷’해버린다는 결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역시, 박민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영욱 : 결말이 너무 성급했어요. 손쉬운 방법으로 해결해보려는 느낌도 들고, 몰입도 잘 안됐고.

서정민갑 : 솔직히 <핑퐁>은 많이 실망 했어요. 메시지나 구성 면에서 나아졌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었거든요. 박민규에게서 가장 아쉬운 것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 너무 얇다는 거예요. 메시지는 얇은데 재주도 없이 버티고 있다 보니 바닥이 드러나는 거죠. 개인적으로 <핑퐁> 뒤에 적힌 백낙청씨의 평가는 조금도 공감할 수가 없었어요.

원호성 : 너무 소재를 앞세운 작품이라, 황당한 SF같기도 해요.

김영욱 : SF도 각각의 의미가 있고, 판타지에도 세계관 즉, 질서가 있는데 <핑퐁>은 그것조차 너무 약해요.

원호성 : 저도 작품을 지탱하는 세계관이 상당히 빈약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예 그런 측면을 기대하지 않고 오락적으로 즉, SF만화를 보듯이 읽는다면 읽어볼 만하기도 하지만요.

“결말을 짓지 않는 비겁함?”

구윤정 : 개인적으로 못과 모아이가 지구를 ‘포맷’한다는 결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박민규 맞아?”라고 반문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당연하다는 식으로 받아들였어요. 솔직히, 박민규 소설에 결말에 대해 무리 아닌가요.

김영욱 : 박민규가 이야기의 결말을 못 내리는 건 습관 같아요. 작가라면 자기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어야죠. 계속 그게 반복된다면 비겁한 거죠. 이제는 안티 팬들의 의견도 작가의 귀에 들어가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줘야 할 것 같아요.

구윤정 : 그건 작가의 개성 아닌가요. 자기 멋대로 쓰고 싶다는 것. 지극히 박민규스럽지 않나요.

조한별 : 작가가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독자는 고맙죠. 하지만 마음대로 내버려 두는 작가도 있을 수 있죠. 그걸 한계니 뭐니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야 말로 비평의 한계 아닌가요?

함수린 : ‘결론을 무조건 내야 한다’는 건 폭력 아닌가요? 제가 한국소설과 멀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늘 작가들이 뭔가를 가르치려 들기 때문이었어요. 박민규는 분명 문단의 새로운 출현이에요. 여기서 그에게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려 드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 잣대가 오히려 그를 억압할 수 있지요. 작가가 꼭 결론을 내려야 할 필요는 없어요.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 거죠. 터무니없는 결론을 내는 것도 이 작가의 스타일이죠.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할 수도 있고.

서정민갑 : 박민규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서로를 믿지 않아요. 무척 냉소적이죠. 그게 시대의 증거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바램이지만, 어느 작가든 시대를 뛰어넘는 인물을 창조해줬으면 해요. 문학이 위대한 것은 그 시대를 뛰어넘는 어떤 인물을 창조해주기 때문이에요. 증거 하는 인물을 만들 것인가, 반응하는 인물을 만들 것인가, 저항하는 인물을 만들 것인가를 놓고 고민할 때, 박민규의 인물은 반응하는 인물일 뿐, 시대에 저항하는 인물, 뛰어넘는 인물이 없어요. 조정래의 <태백산맥>(해냄. 2002) <광장>(문학과지성사. 1996)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성과힘. 2000)의 인물들이 보여준 역동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모두 공감하실 거예요.

신기수 : 말씀하신 내용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박민규에게 그 정도를 요구하는 것은 아직은, 무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요.

김영욱 : 저도 박민규한테 원하는 것은 없어요. 다만 자신의 색을 갖춰 나가기를 바라죠. 다양함이 존재할 수 있다면 그 다음 것도 창출되겠지요.

“박민규, 왜 읽히나”

조한별 :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죠. <삼미>부터 생긴 팬들이 계속 후속작들을 기대하고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작가자체의 독특한 캐릭터도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것 같아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저는 박민규가 좋아요.

구윤정 : 박민규 밖에 못 쓰는 독특한 글이잖아요. 다른 작가와 비교할 수 없는. 그게 가치가 있는 거죠.

서정민갑 : 앞으로는 출판사와 영합(迎合)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존문단은 공격하면서 정작 박민규 자신은 문단을 병들게 하는 창비에서 글을 연재하고 거기서 책을 낸다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죠. 자신의 패션이 이용된다는 것 역시 알고 있을 겁니다. 어찌 보면 교활 하다고 할 수 있죠. 앞으로라도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사진 = 시계방향으로 서정민갑, 조한별, 김영욱, 구윤정, 신기수, 함수린, 원호성)

[TV리포트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