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활자 뛰쳐나온 문학...독자-작가 `짙은 교감`

기사입력 2009.11.27 1:34 PM
②활자 뛰쳐나온 문학...독자-작가 `짙은 교감`

[현장중계] 제 7회 문학나눔콘서트 ‘소설읽기의 방식’

제 7회 문학나눔콘서트는 시간이 지날 수록 열기를 더해갔다. 이메일을 통해 사전 접수된 독자의 질문을 건네는 시간. 콘서트가 예상시간을 초과한 관계로 한 작가 당 하나의 질문이 주어졌다.

첫 번째 질문을 받은 작가는 한강. <그대의 차가운 손>의 캐릭터는 어떻게 떠올렸냐는 물음에, 그녀는 “5년 전에 발표한 책인데 아직까지 소설을 내지 않고 있다. 직무태만이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소설을 쓸 때는 상황을 먼저 생각하고 인물의 성격을 떠올려요. 작품에서 거식증과 폭식증을 오가는 주인공 L도 손가락을 이용해 구역질을 하면 위산에 부식돼 손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설정한 캐릭터입니다.”

데뷔작 <고래>(문학동네. 2004)로 단번에 주목받은 작가 천명관. 독자는 그에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단숨에 풀어낸 게 아니지, 이야기보따리가 남아있는지, ‘애정 어린’ 걱정을 전해왔다.

천명관은 “사실 저도 걱정이 된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 “가까운 이야기는 왠지 불편해서 쓰지 않고, 주로 멀리 있는 이야기를 쓴다. ‘유쾌한 하녀 마리사’는 (배경이) 독일까지 가지 않았는가. 그렇게 생각하면 아직 쓸 게 많다”고 독자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정이현의 <삼풍백화점>(현대문학. 2005)을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는 독자는 작가에게 애착이 가는 작품을 물어왔다.

“작품보단 인물에 애착이 더 많이 가요. 소설을 발표하고 시간이 지나면, 그 녀석들 어디서 잘 살고 있을까 궁금해지죠. <달콤한 나의 도시>의 은수가 특히 생각이 많이 나네요.”

감회에 젖은 듯 잠시 생각에 잠긴 작가는 곧 “다음 장편도 서서히 준비 중”이라며 “‘달.콤’이 지금 이곳에 대한 이야기여서, 다음엔 시간과 공간을 조금 멀리 잡아보면 어떨까 궁리하고 있다”가 집필 계획을 밝혔다.

“사람이 심심해지면 별의별 생각이 다 하게 돼요”

박민규는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는 작가다. 현란한 옷차림 때문만은 아니다.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는 다른 작가들에 비해, 우물우물 말을 뱉지 못하고 삼키는 화법도 독특하다.

“심심해지려고 많이 노력해요... 어렸을 때도 멍하니 잘 있었어요. 먼 산도 많이 보고... 사람이 심심해지면 별의별 생각을 다하게 되더라구요.”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에 박민규는 이같이 답했다. 흐느적흐느적 몸을 꼬며 어색해하는 그에게 특별히 한 가지 질문이 더 날아들었다.

<핑퐁>을 읽으며, 소설이 아닌 시라고 느꼈다는 독자는 시를 쓸 계획은 없는지 물었다. 그렇게 봐주셨다니 고맙다고 입을 뗀 박민규는 “혼자 몰래 시를 쓰고 있지만 발표할 계획은 없다”며 “소설은 인간이 ‘앉아서’ 쓰는 거지만 시는 순전히 ‘받아서’ 쓰는 것이다. 나는 아직 어림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죽고 난 후 뜬금없이 시집을 발표할지도 모른다는 마무리로 여운을 남기며, 박민규 시집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관객과의 대화까지, 무려 2시간 30분이 넘게 진행된 공연은 한강의 노래로 드디어(?) 막을 내렸다. 가늘게 떨리는 소박하고 정직한 목소리가 심금을 울렸다. 공연 내내 열기로 달아오른 사람들의 얼굴도 서서히 제 빛을 찾아가고 있었다.

콘서트 후 싸인회를 진행 중인 작가와 몇몇 독자를 만나봤다.

직접 작품 속 배우로 분한 소설가 천명관은 “연기가 너무 어렵고, 연기자들을 존경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유쾌한 하녀 마리사’는 다분히 연극적 요소가 있는 소설이라며, 언젠가 연극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기나긴 싸인 행렬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사회자 고은주는 “늘 사회를 볼 때면 공연하는 작가들이 부러웠다. 드디어 소원을 성취했다”며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칵테일 슈가>를 재구성한 인형극에 대해서는 “독자가 만든 ‘입체적’인 독후감을 본 느낌이었다. 감동이 오래 지속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이 세 번째 낭독 무대였다고 밝힌 정이현은 “사실 이전까지는 낭독 문화가 존재하는지조차 잘 몰랐다”며 “작가는 독자와 이렇게 코앞에서 마주할 기회가 많이 없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있다면 계속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설 발표 때마다 낭독회를 갖는 작가 김영하의 심정이 이해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민규는 작가들이 뒷풀이 장소로 이동한 마지막까지 팬들의 사인공세에 시달렸다. 단연,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지만 이에 대한 감흥은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무덤덤한 반응이었지만, 독자 하나하나의 이름을 묻고 사진촬영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만으로 그 답은 대신한 듯 했다.

대학생 신호연(21)씨는 “독특한 발상의 소유자 박민규, 여린 감성으로 글을 쓰는 작가 한강이 특히 궁금했다”며 “혼자서 그려오던 모습과 실제가 너무나 흡사해 신기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학에 있어서는 문외한이라고 밝힌 공대생 윤성일(24)씨는 “공연에 등장한 작품을 하나도 읽지 않았지만, 충분히 재미있었다”며 “문학에 대한 흥미를 느끼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텍스트를 뛰쳐나온 문학, 집필실에서 벗어난 작가. 그들이 느낀 해방감과 자유로움은 공연에서 그대로 표출된 듯 하다. 싸인회까지 모든 일정이 끝나고, 텅 빈 공연장엔 작가와 독자가 뿜어낸 ‘열기’만이 남아 있었다.

[TV리포트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