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저절로 흔들리는 국기대?

기사입력 2009.11.27 1:34 PM
밤이면 저절로 흔들리는 국기대?
인천 송도. 우연히 앞마당에 나갔던 한 사내는 온몸이 얼어붙는 공포를 느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 건물 위의 국기대가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

목요일 밤 9시에 방영된 SBS TV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에서는 `밤만 되면 흔들리는 국기대의 미스터리`를 알아봤다. 제보자에 따르면 그 요상한 국기는 바람이 불 때는 가만히 있고,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흔들리다가, 옆에 있는 대까지 같이 요동치게 한다는 것이다.

제작진이 현장을 찾아갔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대낮. 건물 옥상에 튼튼하게 붙어있는 국기대가 흔들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저녁 9시경, 갑자기 국기대가 거짓말 같이 흔들렸다.

누군가 옥상에 올라가 국기대를 흔드는 것은 아닐까. 제작진이 직접 올라가 봤지만 사람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조화일까.

방송에 따르면 그 같은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게 벌써 6년이다.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도깨비가 흔들고 있다`거나 `신들린 국기대`라는 괴 소문이 난무하고 있었다.

여기엔 몇 가지 패턴이 있었다. 먼저, 저녁 6시와 새벽2~3시가 되면 규칙적으로 국기대가 흔들렸다. 또 흔들거리는 주기도 정해져, 맨 처음에는 가운데 국기대가 흔들렸고, 시간이 지날수록 양쪽의 하나가 따라 했다.

반면, 옥상에 설치한 미니 골프장이 날라갔을 정도로 강풍이 부는 날씨엔 국기대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제작진은 혹시 건물에 이상이 있기 때문이 아닌지, 전문가를 불러 진동조사를 해봤지만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는 의외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바람이 만들어낸 `공진현상` 때문일 수 있다는 것. `공진현상`이란 약한 바람이 만들어낸 진동이 만드는 현상. 세상의 어떤 물체이든 특정 주파수를 만나면 유난히 잘 흔들리게 된다는 견해다.

실제로 1940년 미국 워싱턴에 있는 타코마 다리가 다리의 고유진동수와 바람의 주파수가 맞아 초속 19미터의 바람에 어이없이 무너진 적이 있었으며, 미국의 한 디스코 텍도 건물 신축개장을 축하하기 위해 벌인 파티에서 나온 음악소리와 건물의 진동수가 맞아 건물이 무너져 버린사례가 있다는 것.

제작진이 기상청을 찾아가 알아본 결과 전문가 말이 사실로 밝혀졌다. 국기대가 흔들린 비밀은 `바람의 주파수`에 있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의 특성상 동일한 주파수 대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가능했다.

밤마다 바다를 끼고 나가는 육풍이 존재하기 때문에, 저녁시간대만 되면 국기대가 움직이며, 태풍이나 저기압이 지나가게 되면 육풍이 힘을 못써 국기대가 안 움직인다는 게 결론. 제작진 덕분에 그동안 원인을 알 수 없는 괴담으로 흉흉했던 마을이 생기를 되찾게 됐다. [TV리포트 전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