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다시보니 깜짝 놀랄 장면 많네

기사입력 2004.12.17 9:04 AM
`모래시계` 다시보니 깜짝 놀랄 장면 많네
요즘 ‘느끼남’ 하면 떠오르는 게 최민수다. MBC `한강수 타령`에서 워낙 능글능글한 연기를 잘한 탓이다. 그러나 최민수 하면 역시 강렬한 눈빛이다.

그의 매력이 최고로 발휘됐던 작품은 드라마 `모래시계`. 최근 고현정이 컴백하면서 재방송되기 시작한 SBS 드라마넷의 `모래시계`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16일 11시에는 13부가 방영됐다.

친구의 배신으로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 가까스로 풀려 나온 태수(최민수)는 친구인 종도를 찾는다. 그가 자신을 구해주었다고 생각하고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그러나 친구가 자신을 냉정하게 대하는 눈빛을 느끼자 이내 입을 굳게 다문다. 종도가 내내 이야기하는 동안 태수가 한 말은 단 두 마디 "내가 잘못 왔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니가 한 짓이야?"

애인인 혜린(고현정)의 집을 찾았을 때 그의 무게 감은 극에 달한다. 혜린은 그를 풀려나게 하기 위해 카지노재벌인 아버지와 협상하고 다시는 태수와 만나기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집 앞에 기다리던 태수를 냉정하게 외면하고 들어간 혜린은 잠시 뒤 다시 나온다. 이제 다시는 안 만날 거라고 말하며 반지를 돌려주는 혜린. 그 앞에서 태수는 묵묵부답이다. 무슨 말 좀 해보라고 화 낼 줄 모르냐며 외치다가 혜린이 먼저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말하며 몸을 돌릴 때까지 태수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혜린이 돌아서자 팔을 잡는다. 천천히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다 몸을 돌린다. 등대 앞에서 청혼하는 모습도 `역시 최민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자신의 의사를 슬쩍 떠보는 혜린 앞에서 "상관없다. 이 여자 내 여자다. 날 좋아하든 않든"이라는 대사는 웬만한 카리스마 없이는 좀처럼 소화하기 힘든 내용이다. 예컨대 태수가 혜린한테 한 청혼은 이런 식이다.

태수는 술집을 운영하며 친구들한테 손가락질 받던 어머니 얘기를 꺼내며 "나 내 여자 그렇게 만들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며 반지를 내민다. "날 믿으면 내 옆에 있어"라는 말과 함께.

결국 둘 만의 여행을 떠나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태수를 버리고 혜린은 홀연히 사라진다. 이날 장면은 앞으로 태수가 왜 거물급 조폭 보스로 성장하게 되는지 단서를 제공한다. 힘이 없어서 삼청교육대에 갔고, 그 때문에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졌다고 생각한 것. 자신의 사랑을 놓치지 않기 위해 거물급 조폭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 10여 년 전 드라마인 만큼 추억을 감상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이날 장면에서는 영화 `나쁜 남자`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서원이 등장한다. 혜린 오빠의 약혼자로서. 이날 잠시 등장한 그는 공항에서 혜린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는 장면만 비춰질 뿐 대사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1분이 채 안 되는 아주 단역이지만, 그의 연기경력이 짧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놀라운 장면이다. 나쁜 남자가 2002년 1월 개봉, 모래시계가 1995년 초에 방영됐으니, 이미 6~7년 전 방송활동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제 10대 중반에 불과했던 신인연기자가 결혼을 앞둔 역할을 맡았으니 너무 조숙했던 것인가?

이미 고인이 된 남성훈의 등장도 새록새록 옛 기억에 잠기게 만들고, 말 한마디 없이 묵묵히 흑기사 역할을 수행하는 재희(이정재)의 모습도 신선하다. 요즘은 코믹 연기로 거의 인상이 굳어버린 손현주도 여기서는 정인영이라는 조폭으로 등장하며, 조형기도 마중사로 등장한다.

한때 `눈물의 여왕`으로 불렸던 조민수도 단아하면서 고전적인 여성상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드라마가 전개되면 이승연이 사회부 여기자로 활약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 동안 의식하지 못했다가 이날 강한 인상을 준 인물은 최과장. 낙하산을 타고 카지노 직원이 된 윤혜린을 처음부터 강하게 훈련시키는 역할을 맡은 최과장도 만만치 않은 카리스마를 뽐낸다.

단판 대결에서 진 혜린이 "속임수 쓴 것 아니냐"고 따지자 싸늘한 목소리로 "우리 카지노에서 속임수를 쓰는 딜러는 그 자리에서 해고. 예외는 없어요"라고 짤막하게 말한다. 기품이 느껴지던 혜린을 오히려 요란스런 숙녀로 만들어버린다.

그러고 보니 도대체 `모래시계`에서 터프하지 않은 이가 과연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음울한 시대, 우울한 시대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 모든 인물들은 시대의 무게와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

그 무게감이 고스란히 모든 인물들에 스며들어 무거운 인물들로 만들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회주의로 점철하는 종도(정성모)를 빼면 말이다. 매주 화~금 오전 9시 40분. [TV리포트 김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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