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유아인 "실패도 지나고나면 보약, 흥행 울렁증 없어요"(인터뷰)

기사입력 2011.10.20 12:0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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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김범석 기자] 영화 '완득이'(이한 감독)에서 유아인은 말 보다 주먹이 앞서는 반항아이지만, 실제로 만나본 그는 언변 역시 뛰어난 청년이었다.



중간중간 '비방용' 발언이 튀어나올 만큼 직설화법의 소유자. 그러나 암기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연기 잘하는 배우는 머리도 좋다더니 인터뷰 말미에 "왜 이렇게 말을 잘하냐"고 묻자 "요즘 말 한마디 잘못하면 칼 날아오는 세상 아니냐"며 샐쭉 웃는다.



유아인은 영화와 사생활을 오가는 질문에도 "저한테 궁금한 게 많으신가 보다"라며 슬쩍 화제를 영화로 돌리는 노련함까지 보였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 이어 '완득이'로 주목받는 이 앞길 창창한 스물다섯 청년은 고교 자퇴와 낙향을 언급하며 "인기는 신기루처럼 허망하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며 "으하하" 웃었다.



◆ 슬픈 졸라맨 콘티



"김윤석 선배님이 픽스된 상태에서 제가 합류하게 됐어요. 강남의 한 고깃집에서 선배님을 처음 만났는데 수저 든 모습까지 영화의 한 장면 같더라고요.(웃음) 너무 신기했죠. 거의 아들뻘인 저한테 꼬박꼬박 존댓말을 써주신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유아인은 "완득이가 멋부리는 아이가 아니라 교복 바지도 줄여입지 않았고, 혼혈 설정이라 얼굴도 매일 시커멓게 분장해야 했다"며 "가장 힘들었던 건 혼자 외롭게 액션스쿨 다니며 배웠던 킥복싱이었다"고 말했다. 극중 완득이처럼 실제로도 줄넘기, 로드웍부터 시작해 자세잡고 섀도 복싱하기까지 꼬박 한 달이 걸렸다고 한다.



"영화에 세 번 스파링 장면이 나오는데 마지막에 나오신 분이 제 사부님이셨어요. 저보다 한 살 적지만 깍듯하게 사부로 모셨죠.(웃음) 폐활량 때문에 담배 끊어야 하나 걱정했는데 그래도 견딜 만 하던데요. 아직 20대잖아요. 대신 술은 좀 줄였습니다."



부산영화제 개막일(6일)이 마침 생일이라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들과 해운대 술집에서 과음했다는 그는 "요즘은 일주일에 이틀 정도로 횟수를 줄였다. 이 정도면 거의 끊은 거나 마찬가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극중 필리핀 엄마를 둔 혼혈 설정인데 광고 모델 이미지에는 타격이 없을까. "엥, 그런 것까지 신경쓰면서 어떻게 연기해요? 그런 걱정은 눈꼽 만큼도 없었고 광고는 '성스' 종영 이후에 몰아서 촬영했어요."



'완득이'를 찍으며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터미널신이었다. 엄마에게 새 구두를 사준 뒤 터미널에서 포옹하며 그간 쌓아뒀던 마음의 응어리를 털어내는 장면이었다. 필리핀 배우 이자스민의 감정이 격해져 NG가 무려 스무번 이상 났다고 한다. "그 장면 앞두고 감정을 잡느라 엄마와 계속 눈물을 흘렸어요. 감독님은 '충혈되니까 그만 울라'고 하셨지만 서로 얼굴만 쳐다보면 눈물이 줄줄 흐르더라고요."



노력에 비해 흥행운이 없었다고 하자, "'앤티크'를 빼고 100만 넘긴 영화가 없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흥행을 염두에 두고 출연한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고 받아쳤다. 독립, 저예산 영화 경험도 있고, 하도 실패를 많이 해서 그쪽으론 굳은살이 박혔다는 설명이었다.



"20대 초반부터 독립영화에 발을 담그게 됐죠. 진짜 슬픈 게 뭔지 아세요? 예산이 적다보니 콘티 작가가 없어 대부분의 콘티가 '졸라맨' 스타일이에요. 왜 작대기로 사람 몸을 그린 만화 있잖아요."





◆ 잔고 바닥날수록 강남서 멀어져



연기자가 되기 위해 고교 시절 상경, 기획사 숙소에서 2년 살았다는 유아인은 "고시원에서도 지내봤는데 서울미고 자퇴 후 한동안 외로운 시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드라마 '반올림'(05) 이후 대구로 내려가 1년6개월 동안 백수로 보낸 것도 모든 게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내가 지금 뭘 위해 이렇게 살고 있나, 그런 고민이 밀려오니까 아무 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뭘 하든 다 어긋나고 반항하고, 그런 방황의 시간 때문에 '완득이'에 캐스팅됐는지도 모르죠. 감독님도 제 이야기를 듣고 '완득이가 따로 없네' 하시더라고요."



방황하던 그에게 손 내밀어준 작품이 독립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06)였다. 유아인은 "제목부터 와닿았던 영화"라며 "영어 제목이 'Boys of tomorrow'였는데 정말 마음에 들었다"며 웃었다.



18세 때 검정고시를 봤고 건국대 예술대학에 재학중인 그는 "대구에서 보낸 1년반이 저한테 큰 밑거름이 됐다. 이제 웬만한 고민이나 걱정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때 강남이 지긋지긋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통장 잔고가 줄어들수록 성수동, 이태원으로 이사가면서 강남에서 멀어져갔죠.(웃음) 지금은 명동에서 사는데 강남 정서는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요." "'완득이'가 12월까지 롱런하는 게 목표"라는 그는 "완득이는 사실 유아인이라는 예명 보다는 홍식이라는 본명이 더 잘 어울린다. 유아인은 좀 이물감이 느껴진다"며 큭큭댔다.



"오랜 자취 생활 덕분에 황기 백숙까지 뚝딱 만들 수 있다"는 유아인은 "주위 시선 때문에 착한 척하는 게 가장 싫다. 예의 바르고 매너 좋은 게 물론 좋지만 어떻게 사람이 늘 가면을 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 방송에서 '엠넷 꺼져'라고 말한 것도 작가가 써준 대사가 아니었어요. 실제 제 감정이었죠. 저는 얼굴 알려진 사람은 이래야 한다, 같은 틀을 깨고 싶어요. 좀더 자유롭고 솔직하게 살 수 있잖아요."





김범석 기자 kbs@tvreport.co.kr 사진=송효진 기자 shj@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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