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조혜련 기자] “짧은 등장이었지만 ‘검법남녀2’ 현장에서 느꼈던 즐거움을 다시 경험하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강준서’ 캐릭터로 다시 시청자와 만날 날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수많은 팬을 거느린 배우가 클럽에서 여성에게 물뽕을 먹이고 성범죄를 저질렀다.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던 이 배우는 검찰에 자진 출두, 현장 CCTV를 증거로 당당하게 맞섰다. 그의 죄를 추적하던 검사는 탈색과 제모까지 깔끔하게 마친 그의 마약 투약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현실 속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 이수웅이 강렬한 캐릭터로 시청자의 뇌리에 콕 박혔다.
이수웅은 최근 종영한 MBC ‘검법남녀2’에서 약물 강간 성폭행 사건 가해자인 배우 강준서 역을 맡아 열연했다. 검찰 조사 중에도 기고만장한 자세로 무죄를 자신하던 그의 모습에 시청자는 분노했고, 모든 죄가 밝혀진 뒤 눈물로 호소하는 그에게 시청자는 혀를 내둘렀다.
또렷한 그의 얼굴이 어딘지 익숙했다면, 그 느낌이 맞았다. 이수웅은 2013년 데뷔한 소년공화국 멤버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팀의 막내로 눈길을 끌었던 그는 가수 활동 중에도 여러 작품을 통해 연기 경험을 쌓았고, 팀이 해체한 뒤 현재 소속사인 화이브라더스로 둥지를 옮겨 오롯한 배우로 이제 막 발을 뗐다.
배우로의 첫 시작,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캐릭터가 아닐 수 없었다. 진한 인상이 주는 강렬함은 있지만, 겪어본다면 강준서의 ‘기역’ 도 찾을 수 없는 이수웅이기에 더욱 그렇다.
“오디션을 통해 강준서 역할을 맡게 됐어요. 경험한 적 없는 캐릭터기에 최대한의 준비는 했지만,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은 있었죠. 촬영 중에는 노도철 감독님의 멘토링을 많이 받았어요. ‘조금 더 거만하게’ ‘네가 세상 최고인 것처럼’이라는 주문이 자세부터 달라지게 하더라고요. 그 덕분에 지금의 강준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시즌1 방영 당시부터 많은 ‘덕후’를 양산했던 드라마 ‘검법남녀’. 때문에 한 에피소드의 캐릭터일지라도 부담은 상당했을 터다. 여기에 현실에 존재하는 누군가를 떠오르게 한다는 점도 무게를 더했을 만하다. 실제로 강준서가 등장한 이후 시청자들은 온라인상에서 ‘누군가가 떠오른다’고 콕 짚어 말하기도 했다.
“부담이 없었던 건 아녜요. 하지만 캐릭터가 강렬한 만큼 시청자들이 ‘쟤 누구지?’하고 관심 가져 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더욱 열심히 준비했어요. 거만하고 얄미웠던 만큼 눈도장은 제대로 찍은 것 같죠?(하하하)”
강준서에 몰두한 이수웅에 누구보다 놀란 반응을 보인 것은 소년공화국 멤버들. 이수웅은 “첫 등장 이후 주변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재수 없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는데, ‘강준서는 어떻게 되냐’면서 궁금해했다. 스포일러는 할 수 없어서 ‘본방사수’ 하라고 했다”며 웃었다.
“‘검법남녀’ 첫 시즌부터 열혈 팬이었던 원준이 형은 내 대사까지 외울 정도로 몇 번이고 봤다고 하더라고요. 멤버들과의 단체 대화방에서도 제 이름을 잃고 ‘강준서’라 불리고 있고요. 다른 형들도 ‘앞으로는 더 재수 없게 해’라며 조언해주기도 했어요. 본 방송을 놓친 형도 제가 나온 회차를 찾아보고, 소감을 보내주기도 했고요.”
앞서 밝혔듯 이수웅은 한 그룹의 막내로 제법 오랜 시간 무대를 경험했다. 방탄소년단과 데뷔 동기인 그는 뜨거운 조명 아래, 팬들의 환호 속에 노래를 하고 춤을 췄다. 현재 그가 속했던 팀은 해체했고, 다섯 멤버는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멤버 중 셋(선우 성준 민수)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연기자로 또 다른 꿈을 펼치고 있는 그이지만, 과거가 그립지는 않을까.
“저도 멤버들도 ‘그래도 좋게 마무리했다’고 생각해요. 끝맺음에 대한 여러 고민을 했었는데, 마지막 콘서트도 했고, 팬들께 우리가 직접 이야기도 할 수 있었으니까요. 멤버들과도 여전히 잘 지내고 있고, 소년공화국 때 응원해줬던 팬들도 여전하거든요. 물론 무대에 대한 그리움은 있지만, 앞으로도 기회는 얼마든지 생길 거라 봅니다. 형들과도 가끔 만나면 노래 작업도 하고 춤도 춰요. 다들 음악적 관심도 여전하고, 꿈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요.”
가수 활동을 할 당시에도 같이 키워왔던 ‘배우’라는 꿈. 이를 현실로 하나 둘 이뤄가는 중인 이수웅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무엇이라도’라고 말하면 대답이 될까요? 아직 보여드린 게 없어서 무궁무진하게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촬영 현장이 무척 즐겁고 행복하다는 걸 ‘검법남녀2’를 경험하며 다시 한 번 느꼈어요. 반짝하는 스타가 아닌, 평생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윤석 유해진 선배님들처럼, 꾸준히 연기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조혜련 기자 kuming@tvreport.co.kr / 사진=김재창 기자, ‘검법남녀2’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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