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루를 버티는 우리 이야기 '버티고' [종합]

기사입력 2019.10.11 6:0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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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성민주 인턴기자] "고층건물 안에서 물고기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버티고' 언론시사회에서 전계수 감독은 이같이 밝히며 영화의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배우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 전계수 감독이 참석했다.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 분)이 창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러브픽션'으로 개성 강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선보인 전계수 감독의 신작이다.



'버티고'라는 제목은 어디에서 왔을까. 전 감독은 "'버티고'는 영어로 현기증이라는 의미도 있고, 비행용어 중 회전을 할 때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 감각을 상실하는 '비행착각'을 칭하기도 한다"며 "서영이 가지고 있는 현기증 같은 증상도 있지만, 그 증상 자체를 버티고 있다는 의미를 동시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재밌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전계수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전 감독은 "3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낀 감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공간이 제가 다녔던 환경과 매우 유사하다. 캐릭터 역시 당시 상사와 동료에게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며 '버티고'의 기획 배경을 밝혔다.



전계수 감독은 또 "여주인공 서영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선 자체가 섬세했으면 해서 화자를 여성으로 바꿨다"며 "같은 나이 여성 직장인 마음의 무늬가 어떨까 궁금했다. 또 여성으로 가야만 보편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고층건물이 영화의 메인"이라며 "그 안에서 사람들이 물고기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고층건물은 남성적인 프레임이다. 수직적이고, 두꺼운 외벽으로 고립되고. 그 안의 가부장적 질서에서 계약직이라는 아슬아슬한 신분을 가지고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자평했다.





극중 서른 살 디자이너 서영을 연기한 천우희는 "서영이라는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지만, 관계들이 인물에 줄을 하나씩 달고 있는 느낌이었다. 연애, 가족, 사회생활 등. 그것들이 영화가 이어가면서 하나하나 툭툭 끊기면서 낙하하는 느낌이었다. 그것이 전혀 연줄이 없는 누군가에게 구원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JTBC '멜로가 체질'에 이어 서른 살 여성의 모습을 선보이게 된 천우희는 "제 또래이기 때문에 더 가깝고 공감할 수 있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현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옷도 많이 갈아입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직장생활하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털어놨다.





배우들은 '버티고'에 등장하는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천우희는 서영에 대해 "안쪽으로 에너지를 응축해야하는 이 캐릭터는 동물에 비교하자면 큰 수족관에 갇혀있는 돌고래 같았다"고 말했다. 서영에게 힘이 돼 주는 로프수리공 관우 역을 맡은 신예 정재광은 "관우라는 인물을 삶의 의지가 담긴 천사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비밀을 간직한 서영의 연인이자 직장상사 진수 역을 맡은 유태오는 "이 캐릭터가 어떻게 자랐고, 어떤 자유를 가지고 자랐는지 등을 이력서를 쓰면서 정리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7년 전 전계수 감독의 전작 '러브픽션'에 출연했던 그는"두 번째 작품에서 주-조연이 되어서 재밌었다"고 고백했다.





'버티고'는 러닝타임 내내 특별한 사건 없이 흘러간다. 전 감독은 이에 대해 "'버티고'는 일반적인 영화처럼 서사의 단단함에 기대는 작품은 아니"라며 "감각을 상실한 여성과 현대인이 생의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그 감각을 내면화했을 때 감정의 무늬들을 사운드와 미장센으로 담는 데 신경썼다"고 짚었다.



특히 그는 클로즈업 숏이 많았던 촬영을 두고 천우희에게 감사를 표했다. "서영이 겪고 있는 격렬한 흔들림을 숏의 크기 대비를 통해 드러나기를 원했다"며 "클로즈업을 되게 잘 써야하는데, 우희 씨 얼굴이 다른 배우들보다 작아서 많이 가까이 가야하더라. 덕분에 좋은 리듬을 많이 만들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전 감독은 "영화에서 날짜와 날씨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자막으로 등장하는 날씨는 그날 하루에 대한 예보이자 서영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느낌이기도 하다. 총 17번 나오는데 17개의 다른 챕터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처럼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버티고'는 오는 17일 개봉된다.





성민주 인턴기자 meansyou@tvreport.co.kr /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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