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머니' 정지영 감독 "이명박·박근혜 블랙리스트 1호..극비리에 준비"[인터뷰]

기사입력 2019.11.07 3:0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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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수정 기자] 살아있는 명장이다. 1982년 데뷔, 올해로 데뷔 37년차인 정지영 감독은 여전히 뜨겁고 날카롭다.



1990년 당시 금기시되던 빨치산을 스크린으로 소환한 '남부군', 베트남전의 현대사적 의미를 재조명한 '하얀 전쟁', 석궁테러 사건을 통해 사법부 부조리함을 말한 '부러진 화살',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고문은폐 사건을 그린 '남영동 1985'까지. 



그의 필모그래피가 곧 한국현대사다. 예리한 통찰력과 상업적 흥미로움을 두루 갖춘 그가 이번엔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으로 시선을 돌렸다.



영화 '블랙머니'는 양민혁 검사(조진웅 분)가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금융 비리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그린 작품이다. IMF 이후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바탕으로 극화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7년간 공백기를 가져야했던 정지영 감독. 그는 '블랙머니'를 통해 기득권자들의 금융자본주의의 민낯을 파헤친다. 





■ 다음은 정지영 감독과 일문일답



-'블랙머니'는 처음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양기환 제작자가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당시 은행 노조쪽과 얘기하다가 영화화 아이디어를 얻었다더라. 친한 감독이 몇 없어서 나한테 제안했지. 사건은 알고 있었지만 영화화하기 어렵겠단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힘들었다. 6년 동안 준비했다. 어려운 경제 얘기를 대중도 알기 쉽게 푸는 게 쉽지 않았다.



-영화 '남영동1985' 이후 공백이 길었다. 무려 7년이다.



다른 작품도 준비했는데, 투자가 잘 안 되더라. 그때는 몰랐는데 뒤늦게 알게 됐다. 깨달은 게 아니고 실제로 확인을 했다. 이명박, 박근혜 시절에 나는 영화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멜로드라마도 준비해봤는데 역시나 안 되더라. 내가 블랙리스트 1호였다.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접했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



화도 났지만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가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니. 생존권을 박탈당한 것 아닌가.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이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이유가 있나



우리는 금융자본주의에 살고 있는데 그 실체에 대해 잘 모른다. '블랙머니'는 그 실체를 알려주는 영화다.





-극비리에 준비했다고.



제작위원회를 만들어서 시민들에게 성금을 받아 제작금을 모으려고 했다. 시작은 그렇게 출발했는데 시대가 바뀌었는지 다행히 투자자가 나타났다. 



-'빅쇼트', '마진콜', 국내에선 최근 '국가부도의 날'이 금융과 경제를 소재로 했다.



다 봤다. '빅쇼트'와 '마진콜' 모두 훌륭한 영화지만, 난 대단한 영화를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쉽고 재밌는 상업영화를 만들어야겠다 싶었지. '국가부도의 날'은 (금융 소재임에도) 380만 명이나 봤더라. 용기를 얻었다.



-조진웅은 다작 배우이다 보니 대중에게 익숙한 모습이 많다. 



평소에도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다. 조진웅한테는 파워가 보여. 현장에서 내가 생각하지도 않은 연기를 하는데, 그게 나한테 설득력 있게 다가오더라. 조진웅은 양민혁 검사 그 자체가 돼 연기했다.



-반면 이하늬 캐스팅엔 물음표가 있었다고.



그간 내가 영화에서 본 이하늬의 모습에서 김나리의 오만하고 냉정한 엘리트의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예능프로그램('은밀하고 위대한 동물의 사생활')을 보고 당당하고 시원시원한 친구라는 걸 알게 됐다. 주변 사람들도 이하늬를 추천하길래 한번 만나봤지. 성장과정에서 쌓아온 내공이 굉장한 사람이더라. 





-마지막 김나리의 선택을 두고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정말 많은 버전의 결말이 있었다. 김나리는 건전한 보수적 사고를 가진 엘리트다. 그렇게 살다가 어떠한 계기로 나쁜 보수가 될 수도 있는 거다. 반대로 양민혁은 진보나 보수를 떠나 무지막지하게 검사 역할을 해나가는데, 어떠한 계기로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하게 된다. 사람들이 살면서 계기를 만나면 변화하게 된다. 그걸 두 사람으로 대비시켜 보여주고자 했다.



-지치지 않고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있나.



할 수 있는 게 영화밖에 없다. 대학 강단에도, MBC에도 있어봤는데 결국 영화로 돌아오더라. 고민이 있다면 관객들이 점점 사회 고발 영화를 싫어하는 것 같다. 안 그래도 사는 게 골치 아픈데 영화까지 골치 아플 필요 있냐는 거다. 그럼에도 나는 영화를 재밌게 만들어보려고 노력하는데, 계속 봐줄지 모르겠다. 나는 예술가가 아니다. 대신, 우리가 어떤 시대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하고 싶다.





-'블랙머니' 이전에 준비했다는 멜로드라마도 사회성 짙은 작품이었나.



가제는 '지하철 3호선'이었는데, 지하철 3호선에서 만난 두 중년 남녀의 러브스토리였다. 정치, 사회적 영화는 아니었는데도 투자가 안 되더라.



-차기작에서는 어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을 예정인가.(그는 삼례 나라슈퍼 살인사건의 영화화 준비 중이다.)



경찰에 대해 그리려고 한다. 이번에도 실화이고, 내년 5월 크랭크인 목표다. 



-관객들이 '블랙머니'를 보고 어떤 평을 하길 바라나.



'재밌다'. 그 다음은 '재밌는데 그냥 재미만 있는 건 아니다'. 상업영화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토론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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