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세이지發 거장들의 경쾌한 대서사시 '아이리시맨' [어땠어?]

기사입력 2019.11.13 8:54 AM
스코세이지發 거장들의 경쾌한 대서사시 '아이리시맨' [어땠어?]

[TV리포트=성민주 인턴기자] 전후 미국의 현대사와 마피아의 흑막, 로드 무비가 자연스레 교차한다. 자칫 무겁기만 할 수 있는 방대한 이야기는 당대의 대중음악을 배경삼아 경쾌하게 그려진다.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공개 전부터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그리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의기투합으로 화제를 모았다.

'아이리시맨'은 20세기 미국 정치 이면에 존재했던 악명 높은 인물들과 연루된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니로 분)의 시선으로 전후 미국 조직범죄를 그려낸 영화.

찰스 브랜튼의 논픽션 '아이 허드 유 페인트 하우시즈(I heard you paint houses)'를 원작으로 미국의 장기 미제 사건인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다뤘다.

로버트 드 니로는 살인청부업자로 거듭나는 군인 출신 트럭운전수 프랭크 시런을, 알 파치노는 국제 트럭 운전자 조합 '팀스터(Teamster)'의 수장 지미 호파를, 조 페시는 겉으로는 직물 커튼 사업가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범죄를 기획하고 저지르는 러셀 버팔리노를 각기 연기했다.

아직 '아이리시맨'을 보지 못한 동료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봤다.

Q. 거장 배우들과 마틴 스코세이지의 만남, 어땠어?

이름값이 빛난다. 스코세이지가 풀어낸 방대한 이야기와 거장들의 명품 연기는 압도적이다.

영화 '비열한 거리', '좋은 친구들', '카지노' 등 마피아 영화를 다수 연출한 마틴 스코세이지는 이번에도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탈리아계 마피아 조직의 생리를 세밀하게 그려냈다.

마피아 연기의 거장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 조 페시는 70대의 나이에도 변함없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들은 백발 노년 마피아로 분하는가 하면, 디 에이징(De-Aging) CG의 힘을 빌려 젊은 시절의 모습을 재현했다.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는 특히 시선을 끈다. 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만큼 중~노년을 오가며 핵심적인 역할을 무게감 있게 소화했다. 이해관계 때문에 오랜 친구를 저버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 그의 섬세한 내적 갈등 연기는 발군이다. 살인을 일상으로 삼는 프랭크 시런의 캐주얼한 폭력성도 잘 그려냈다.

Q. 마피아, 미국 정치, 교차 편집... 이해하기 어렵지 않아?

어느 정도 필요한 배경지식도 있고, 극중 기억해야 할 인물들도 많다.

영화는 82세 노인 프랭크 시런이 1975년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자동차로 디트로이트로 떠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프랭크 부부와 러셀 부부가 디트로이트로 향하는 3일간의 여정은 과거 40대의 프랭크가 러셀을 만나 살인 청부업자로 거듭나는 과정과 교차된다.

1940년대에서 70년대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프랭크는 전후 미국의 굵직한 현대사를 마주한다. 마피아 세력은 쿠바 카스트로 정권 전복 시도, 케네디 대통령의 당선과 피격,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국제 트럭 운전자 조합 '팀스터(Teamster)'의 주도권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 중후반부의 주 테마다. 알 파치노가 연기한 지미 호파는 실제 1940~50년대 미국에서 막강한 권력을 누렸으며 케네디 당선 이후 1960년대 배심원 매수와 뇌물, 사기죄로 유죄를 선고받는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는 무겁기보다는 경쾌하게 그려진다. 빅밴드와 로큰롤, 컨트리 등 중요 장면마다 흐르는 당대 미국 대중음악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의 힘이 크다.

Q. 넷플릭스 영화라면 영화관에서는 못 봐?

영화관에서도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메가박스 일부 상영관에서 오는 20일부터 만나볼 수 있다. 넷플릭스에는 오는 27일 공개된다.

Q. 러닝타임 209분, 너무 길진 않아?

길긴 길다. 그래도 이어지는 스토리가 궁금해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영화는 그만큼 강력한 몰입을 선사한다. 프랭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3시간 반이 흘러간다. 50여 년의 세월을 오가며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다 보니 자연스럽게 길어진 모양새다.

극장에서 볼 계획이라면 상영관의 의자가 푹신한 편인지 미리 체크해두는 편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3시간 반처럼 느껴지지는 않았고, 2시간 반 정도로 느껴졌다.

성민주 기자 meansyou@tvreport.co.kr / 사진=영화 '넷플릭스맨'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