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성 "'동백꽃' 출연, 오정세 선배님 영향 컸다…'까불이' 철저히 비밀"[인터뷰]

기사입력 2019.12.02 7:0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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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손효정 기자] 배우 이규성의 연기 인생은 KBS 2TV '동백꽃 필 무렵' 전, 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동백꽃 필 무렵' 속 화제의 인물 '까불이' 흥식이를 연기한 그는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인지도도 수직 상승했다. 그리고 '동백꽃 필 무렵'의 최대 수혜자에 등극했다.



'동백꽃 필 무렵' 마지막회에서 진짜 까불이는 흥식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흥식이 아버지(신문성 분)가 까불이로 잡혀 있던 상태였고, 흥식이는 "살인자여도 그래도 아버지"라면서 눈물도 흘렸기 때문에 그의 반전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특히 그 과정 속에서 이규성은 기침 소리와 함께 순한 얼굴에서 까불이로 순식간에 돌변하는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의 소름을 더욱 유발했다.



극중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이규성이었기에 실제 모습이 궁금했다. 실제의 그는 밝고 유쾌한 청년이었다. 연기에 대해서는 매우 진지했다. 그는 약 6개월 동안 자신을 버리고 흥식이로 살아온 것 같았다. 단 한 장면도 허투루 연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동백꽃 필 무렵'=흥식이로 산 시간 



이규성은 사실 '동백꽃 필 무렵'에 승엽(이상이 분) 캐릭터로 오디션을 봤다. 최종 오디션을 마치고 차영훈 감독은 이규성에게 '추격자'의 하정우 대본을 건네면서 연쇄살인마 연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그러나 감독은 두 번째 촬영때 '까불이가 아닐 수도 있다'고 얘기했고, 이규성도 자신의 정체를 몰랐다고 했다.



이어 이규성은 "그래서 연기할 때 항상 세 가지 버전을 준비했다. '내가 까불이일 때, 아빠가 까불이일 때, 그리고 애매한 선'으로. 같은 대사도 한 번은 오열하면서 '살인하지 마'라고 했다가, 화를 내면서 '방해 좀 하지 마'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19회 대본을 받고서야 자신이 까불이라는 사실을 확신했다고 밝혔다.



시청자가 '까불이 찾기'를 한 것처럼 현장에서도 '까불이 찾기' 열풍이 뜨거웠단다. 까불이가 흥식이라고 알고 있던 배우들조차 혼란을 겪었다. "18부 촬영 때가 절정이었어요. 제가 용식이 형(강하늘 분)한테 '저한테는 아빠 밖에 없다'고 하는 장면에서 현장에 계신 선배님들도, 스태프분들도 '아빠로 바꿨나 보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때 까불이가 저라는 것은 감독님, 작가님, 아빠, 저 정도만 알고 있었죠."





'까불이' 강력 후보였던 이규성은 외적인 모습부터 심혈을 기울였다. '동백꽃 필 무렵' 에스테틱 살인사건 등, 검은 옷을 입은 사나이는 모두 이규성이 아닌 대역이었다고. 여기에 이규성의 기침 소리를 따로 녹음해 덧입힌 것이라고 했다. 이규성은 "여자라는 추측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일부러 체중을 감량했다. 제가 원래 64~5kg 정도인데, 60~62kg를 유지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규성이 중심을 둔 부분은 '흥식이의 서사'였다. 흥식이는 외적으로는 순박하고 어수룩한 철물점 청년 같이 보인다. 그러나 알고보면 검은 속내를 지닌 사람.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연쇄살인마가 된 인물이다. 사이코패스적인 인물을 연기한 이규성은 죄가 정당화 되지 않게 노력했다.



"내가 왜 살인적인 충동을 느꼈고, 살인을 저지르고 난 뒤에는 어떤 이유로 죄의식을 안 느끼게 됐는지 그런 부분에 집중하고, 보여졌으면 했어요. 뭔가 하나가 마음에 안 들고, 나를 못 살게 군다고 예민하게 생각이 들어서 일을 저질러 버리고, 죄의식도 안 느끼게 된 거죠. 그게 어떻게 보면 정당화를 해버리는 것이니깐 정당화한 모습이 잘 보여지는 마음도 있으면서, 그와 동시에 내가 갖고 있는 윤리의식과 부딪히는 것이 많이 힘들었어요." 



앞서 말한대로 선과악을 오가는 연기로 호평받은 이규성. 그는 특히 두 장면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18부 마지막에 '나는 아빠 밖에 없잖아' 할 때 용식이 형 팔을 잡거든요. 간절하고 절박해하는 한편, '용식이 형을 확실하게 속였나'라는 생각을 속으로 했어요. 그런데 (강)하늘 형이 제 손을 딱 떼는 것이 아니라 툭툭 치고 조심스럽게 떼서 정말 좋았어요. 또 마지막회에서 취조신에서 원래 비웃는 장면이 없었거든요. 연기를 하면서 비웃음이 나왔는데 감독님이 써주셔서 기억에 남아요."



'까불이'로 옹산을 공포로 물들인 흥식이. 그는 동백(공효진 분)과 옹벤저스의 응징으로 최후를 맞이했다. 특히 극중 동백은 500cc 맥주잔을 흥식이 머리에 내리치는데, 해당 장면을 두고 공효진은 "많이 아팠을텐데"면서 이규성을 걱정하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이규성은 "설탕으로 만든 맥주잔이었다. 축구공으로 맞는 정도인데, 효진 선배님이 엄청 걱정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선배 공효진, 강하늘의 내공을 많이 느꼈다고 밝혔다. 



"공효진 선배님은 워낙 어릴 때부터 봬오던 분이라 선배님으로서 근엄과 위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진짜 털털하시고 편한 동네 누나처럼 대해주셨어요. 민낯 배우 같은 느낌이에요. 사람을 대할 때도 민낯처럼 대해주시고, 연기적인 조언도 조심스럽게 해주셨어요. 



이번 작품하면서 (강)하늘 형과 가장 친해졌어요. 하늘 형은 실제로도 미담 폭격기고, 촬영 때도 항상 폭격을 많이 해줘서 편하게 연기하게 해주신 것 같아요. 용식이는 선, 까불이는 악의 대표이니깐 어떻게 친해질까 했는데 먼저 다가와주시고, 계속 장난치고 놀고…친해져서 좋은 앙상블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연기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은 형이에요."



이규성이 누구보다 고마워하는 사람은 임상춘 작가였다. 작가의 글만 봐도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고, 흥식이의 서사를 마지막까지 그려줬기 때문에 특히 고마웠다.



"작가님은 대본리딩 때와 종방연 때 뵀어요. 대본리딩 때는 작가님께서 까불이의 큰 그림을 얘기해주셨고, 종방연 때는 제가 더 말을 많이 했어요. '혹여나 제가 잘 표현해냈을까요? 제대로 이해했을까요?' 했을 때 먼저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하다. 제가 말하지 않은 인물의 심리까지 다 보였다'고 해주셔서 감사했고요. '다음에 작품할 때 같이 할 수 있을까요?'라고 부탁을 하시는 것처럼 말씀해주셔서 절대 부탁하실 말씀이 아니라고 했죠. 뭐가 됐든 저는 불러만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죠."





# 부모님께 효도하는 아들



이규성은 연기를 잘하는 탓에 연기 경력이 오래 됐을 것 같지만 신인 배우다. 그는 군대를 다녀온 뒤, 지난 2016년 웹드라마로 데뷔했다. 특히 얼굴을 알린 것은 지난해다. 그는 영화 '스윙키즈'에서 로기수(도경수 분)의 인민군 동료 만철 역을 연기하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JTBC '스케치'와 tvN '진심이 닿다'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알아봐 주고, 관심을 가져준 것은 '동백꽃 필 무렵'부터다. 이규성은 "진짜 감사하게도 길거리를 지나가도 많이들 알아봐주시고 사진 요청도 많이 해주신다. 인기가 많은 드라마라서 인지도가 생기는구나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규성이 잘 돼 부모님도 정말 좋아하신다고. '동백꽃 필 무렵'은 가족애에 대해 그렸다. 흥식이와 아버지의 이야기에는 눈물나는 부성애가 녹아 있기도. 그렇다면 실제 이규성은 어떤 아들일까. 그는 "흥식이는 패륜아고, 저는 효도를 하고 싶어하는 아들인 것 같다"면서 "이번에 '동백꽃 필 무렵'으로 효도를 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부모님이 저를 부르는 목소리 자체가 나긋해지셨어요. 전에는 새벽에 들어오고 시끄럽게 하면, 아버지께서 예민해하셨는데 '동백꽃 필 무렵' 촬영 기간에는 늦게 들어와도 다 이해해주셨어요. 새벽에도 '촬영 잘 하고 왔냐'고 인사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집에서도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원래부터 어머니, 아버지께 커플 신발을 사드리고 싶었거든요. 이번에 신발을 사러 갔는데 직원분이 알아봐주시고 할인을 해주셨어요. 그렇게 신발을 사드렸는데, 부모님이 안 신으려고 하시더라고요. '동백꽃 필 무렵'에서 고두심 선생님이 아들 용식이가 입던 2002년 월드컵 티셔츠를 계속 입잖아요. 그 모습들이 생각나서 더욱 공감 가고 울컥했던 것 같아요."



사실 이규성이 처음에 배우가 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다고. 때문에 그에게 부모님의 인정은 더욱 값진 것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수련회에서 즉흥곡 같은 것을 했는데 희열을 크게 느껴서 부모님한테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부모님이 '수능 성적을 내놓으면 그때 시켜줄게'해서, 3년 동안 참았던 것 같아요. 근본없는 공부를 하다가 수능이 끝나고 입시학원을 다니면서 재수를 했어요. 그때 학원 선생님이 나오신 경기대만 지원했는데 합격했어요. 입학 후에는 교수님이 공연 기회를 많이 주셨죠."



이규성은 연예계 친구에 대해 묻자 "'스윙키즈'를 찍으면서 (도)경수랑 친해졌다. 유일하게 친했던 또래 친구였는데 군대에 갔다. 그리고 오정세 선배님과는 이번이 세 번째 작품이다. '스윙키즈', '진심이 닿다'에 이어 만났다. 친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답했다. 특히 이규성과 오정세처럼, '동백꽃 필 무렵'의 배우들은 원래부터 인연이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동백꽃 필 무렵'을 한 것도 정세 선배님의 영향이 커요. '진심이 닿다' 때 두 번째로 만나고, 종방연 때 '다음 작품 뭐하세요?' 물으니깐 '동백꽃 필 무렵'을 하신다고 하셨어요. 저는 최종이 남아있는데, '선배님이 하고 계시니깐 무조건 붙어볼게요' 했는데 다행히 붙었어요. 선배님이 이번에 잘 됐다면서 뿌듯해하셨어요. 파출소 소장인 (전)배수 선배님도 이전에 영화에서 뵌 적이 있는데 또 뵙게 됐죠. 



옹벤저스 누나들은 서로 워낙 아시던 분들이 많으시고, (신)문성 선배님하고 (이)정은 선배님은 스무살 때 알고 지냈는데 이번에 40대가 돼서 다시 만나신 거라고 해요. 또 모르고 캐스팅했는데 에스테틱 금옥(이진희 분)과 다스패치 기자(안세호 분)를 연기하신 배우분들은 실제 부부라고 하시더라고요."



이규성은 준비된 배우였기에, 드라마 제목처럼 활짝 필 수 있었다. 연기력이 아닌 비주얼과 인기만 쫓는 시대에 이규성이란 배우의 존재 가치는 더욱 높다. 어떤 연기를 해도 잘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드는 그의 다음 모습이 기대된다.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너무 큰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배우로서 성장하고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로서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앞으로도 감사해하면서 연기할 것 같아요. 이 마음 잃지 않겠습니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동백꽃 필 무렵'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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