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석재현 기자] “첫 방송이 끝나고, 가슴이 철렁했어요. 그 때가 가장 큰 위기였죠.”
최고시청률 23.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KBS 2TV ‘동백꽃 필 무렵’. 로맨틱 코미디와 휴머니즘, 스릴러를 넘나드는 장르와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쌈, 마이웨이’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임상춘 작가의 생동감 넘치는 대본을 앞세워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동백꽃 필 무렵’을 연출한 차영훈 PD는 지난 9월 18일 첫 방송이 나간 직후, 일부 시청자들의 반응에 진땀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옹산의 연쇄살인범 까불이가 흥식이(이규성 분)로 추측한 이들의 댓글을 봤기 때문.
“흥식이가 배관을 고치러 간 것만으로 추측하시길래 들킨 건가 걱정했죠. 다행히 다른 아이디어를 내주신 분들이 많아 조용히 묻혔어요. 사실 까불이를 향한 관심이 많아 보안 유지차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처음에는 까불이가 잘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니까 이규성 씨에겐 ‘추격자’ 하정우 씨 시나리오를 줬어요. 이후 배우들도 흥식이를 까불이라고 생각하길래, 흥식이일지 흥식이 아버지일지 모르니 애매하게 연기하라고 디렉팅 했어요. (웃음)”
그리고 또 다른 반응에 깜짝 놀랐다고 덧붙였다. 까멜리아 알바생 최향미(손담비 분)의 트렌스젠더 설이었다.
“저희도 미처 생각 못했어요. 그리고 향미도 약간 민망해 했어요. 하지만 그 자체가 드라마 화제성을 반증하는 것이니까요. 성유리 씨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향미가 가고 싶었던 곳이네’ 하는 반응이 저희에게 큰 관심으로 다가와서 고맙고 기뻤습니다.”
차 PD는 ‘동백꽃 필 무렵’이 성공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으로 대본을 꼽았다. 이야기가 매우 좋았기 때문. 그래서 부담감도 컸다고.
“세상에 완벽하다는 표현은 오만하지만, 그만큼 좋았어요. 농담식으로 배우들에게 라디오 드라마를 해도 되겠다고 말했어요. 그대로 읽고 전달해도 될 만큼 좋았거든요. 그래서 (배우들이) 연기를 못하거나 제가 연출을 못해 대본을 망칠까 걱정했어요. 오정세 씨가 이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는데, 모든 이들이 같은 생각이었죠.”
대본 못지않게 출연했던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빛났던 ‘동백꽃 필 무렵’. 이에 차영훈 PD는 호화캐스팅이었다고 웃으며 자평했다. 그는 배우들에게 연기 면에서는 전적으로 의지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특별히 디렉션을 주기 보단 배우들에게 맡겼달까요? 사실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있어 배우들의 이해도가 더 높을 때가 많거든요. 그런 면에서 공효진, 강하늘 씨는 압도적이었어요. 매우 철저하게 준비하고 그걸 표현했어요. 효진 씨는 본능적인 천재에 가깝고, 하늘 씨는 6개월 전부터 황용식 그 자체였죠.”
모든 배우들을 향한 극찬 속에서 차영훈 PD는 특히 이 사람이 ‘동백꽃 필 무렵’의 신스틸러라고 치켜세웠다. 옹벤져스 리더 박찬숙 역의 김선영이었다.
“사실 그 분의 인지도에 비해 작은 배역이었거든요. 그러나 좋은 대본이라는 확신으로 참여해주셨고, 큰 존재감으로 만들어주셨어요. 선영 씨를 비롯해 옹벤져스 식구들이 이번 작품의 신스틸러로 꼽고 싶어요.”
많은 인기를 끌었던 만큼, 시즌 2를 기대하는 이들도 많다. 이에 차영훈 PD는 ‘가능성 0%’라고 답했다.
“휴식을 갖고 ‘메밀꽃 필 무렵’으로 ‘깔끔이’를 잡으러 나올 수 있겠죠. (웃음) 실제 시즌 2에 대한 계획이 없고, 더 좋은 작품으로 뵙고 싶어요. 임상춘 작가님과 또 하고 싶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가능성은 열려 있어요.”
끝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로 차 PD는 ‘우리 주변에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의 의지가 모여서 기적이 이뤄진다’와 ‘나쁜 놈 한 놈은 착한 놈이 쪽수로 이길 수밖에 없다’라고 정의했다.
“옹산은 따뜻한 척 하지만 배타적 공동체였죠. 그 사람들이 누군가에게는 질곡으로 다가갔고, 그 모습은 편견을 갖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있어요. 이를 해결하는 것 역시 우리 안에서 비롯됐으면 했어요. 우리가 성장하고 선의를 가지면서 우리 안에서 이걸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끌어내야 한다고 느꼈어요. ‘잘못도 내 안에 있지만, 이걸 이겨낼 힘도 내 안에 있다. 노력하고 나누고 공감하면 그런 의지를 발견해낼 수 있다’는 게 전달됐음 해요.”
석재현 기자 syrano63@tvreport.co.kr /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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