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무지개’같은 사람이고파” 레인보우 리더·배우, 그리고 김재경 [인터뷰]

기사입력 2019.12.08 2: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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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조혜련 기자] 김재경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정확히는 그가 속한 그룹 레인보우가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지난여름, 레인보우 7명이 데뷔 10주년을 맞아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TV리포트는 준비 과정을 확인해왔다. 드디어 11월, 데뷔 날짜에 맞춰 그들의 이벤트가 베일을 벗었다. 이와 함께 김재경과의 인터뷰도 성사됐다.



2019년 겨울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어느 날, 김재경이 한껏 차가워진 날씨에 코트 깃을 여미며 TV리포트 스튜디오에 모습을 드러냈다. “날이 많이 추워졌다”는 인사에 그의 손에 들린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눈에 띄었다. “추울 만하다”는 기자의 대답에 김재경은 “추워도 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며 웃었다.



‘얼죽코(얼어 죽어도 코트)’에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직접 만든 에코백에는 일곱 빛깔 무지개 키링이 포인트로 달려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레인보우’를 잊지 않는 것까지, 만나자마자 그의 확고한 취향을 알게 됐다.



레인보우 멤버이자 리더로, 꾸준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배우로, 그리고 여전히 호기심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김재경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레인보우가 떴습니다” 여전히 ‘레인보우 리더 김재경’



레인보우는 이른바 ‘걸그룹 춘추전국시대’라 불리는 2009년, ‘가십 걸(Gossip Girl)’로 데뷔했다. 7인 7색 매력과 팀 이름을 살려 멤버별로 각각의 색을 부여받았고, 김재경은 ‘빨강’으로 불렸다. 소속사 전속 계약이 끝난 3년 전, 각자의 꿈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지만 레인보우는 여전히 돈독한 우애를 자랑한다. 소속은 다르지만, 서로를 챙기고 응원하며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김재경에게 데뷔 10주년 소감을 먼저 들었다.



“‘10주년’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가 커요. 그 시간 동안 이쪽 일을 계속하고 있고,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죠. 나뿐 아니라 멤버들의 이런 마음을 모두 모아 10주년 앨범도 준비하고, 팬미팅도 준비했어요. 연습생 때부터 ‘이 바닥에서 버티는 건 쉽지 않다’는 말을 들어왔는데, 우리가 그 시간을 함께했다는 게 놀랍고, 기쁘죠. 개인적으로는 무탈하게 함께해 준 멤버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어요.”





사실 김재경은 현재 소속사인 나무엑터스와 전속계약을 맺을 당시부터 레인보우 10주년 프로젝트 계획에 대해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비를 들여 기획부터 프로듀서까지 모든 것에 노력을 기울였다. 김재경은 “데뷔할 때부터 멤버들과 ‘10년, 20년을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했었기에, 그 이야기가 실현된 것”이라며 “올해 초에 모였을 때 ‘진짜 해 볼까?’라고 이야기가 나와서 그때부터 준비했다. 멤버들과 다수결로 결정하며 일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종영한 걸그룹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미지로만 소비되거나 ‘누구 그룹’으로 불리는 걸그룹을 재조명하고, 각각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의미한’ 장을 열어준 것. ‘비운의 그룹’이라 불리기도 한 레인보우이기에 이런 기회가 아쉽지는 않을는지 궁금해졌다.



“기사를 통해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됐고, 엄청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물론 우리가 그룹으로 활동할 때에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면 좋았겠지만, 우리는 좋은 시기에 데뷔해 활동했다고 생각해요. ‘어떤 그룹이 데뷔했다’는 것만으로도 관심받았던 시기였으니까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수혜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순위 역시 데뷔 초반에는 ‘1위’가 간절한 목표였지만, 어느 순간 멤버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시점이 있더라고요. 이제는 우리의 행복함을 보는 분들께서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10주년 프로젝트가 ‘특별함’으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로 연결되는 시작점이길 바라요.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레인보우’라는 이름으로 계속 함께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요. 한 그룹을 론칭할 때 ‘OO 그룹’이라는 전략을 세우기도 하잖아요. 운 좋게 내가 첫 순서였기에 대중을 만날 기회도 많이 얻었지만, 내가 받았던 만큼의 기회를 다음 타자에게 돌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도 했어요.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기회가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요. 무엇이 됐던 ‘앞으로’를 기대할 수 있도록 준비할게요.”





# 평생 연기하고픈, ‘배우 김재경’



김재경은 2012년 드라마 ‘몬스터’로 처음 연기를 맛봤다. 가수 활동 중 찾아온 기회가 ‘지금의 김재경’을 있게 해 준 첫 발판이 된 것. 그는 첫 작품을 떠올리며 “아쉽다”고 말했다.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여요. 그때는 연기에 대해 잘 몰랐기에 수동적으로 임했었고, 후회하지 않을 만큼 즐길 줄도 몰랐던 것 같아요. 지금 돌이켜보면 ‘조금 더 즐겼더라면, 재미있게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거죠. 물론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은 과정을 더 소중하게 느끼고, 현장을 즐기는 법도 아는 거겠지만요.”



그 후 김재경은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신의 퀴즈 시즌4’ ‘라이프 온 마스’ ‘배드파파’ ‘초면에 사랑합니다’까지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시청자와 만났다. 1930년대 유명 가수부터 작품 보는 눈 확실한 재벌 상속녀까지 시간도, 직업도 넘나들며 매력을 발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초면에 사랑합니다’ 속 베로니카 박이예요. 아무래도 최근 작품이라 그런지 진한 기억으로 남아있기도 하고, 이 전 캐릭터들에 비해 다양한 감정을 표현했던 인물이라 그런 것도 같아요. 실제의 나는 낯을 좀 가리는 편인데, 필터링 없고, 내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모습은 레인보우 멤버들이나 친한 사람들만 아는 모습이거든요. 조금 더 진솔한 내 모습을 베로니카를 통해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바꾸게 된 계기로 배우 조달환과의 만남을 떠올린 김재경은 “내게 연기는 ‘척’하는 것이었다면, 조달환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고리를 잘 맺는 것’이라고 했다. 그 연결고리를 잘 맺기 위해 내가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말에 흥미를 느꼈다. 그전까지 나는 미래의 나만 그릴 뿐, 과거의 나를 돌아본 적이 없었다. 어느새 연기는 내게 ‘평생 하고 싶은 재미있고 행복한 것’이 됐다”고 말했다.



의상 디자인을 전공한 덕분인지 의상 자료를 수집하는 것으로 캐릭터 구축을 시작한다는 김재경. 도전하고 싶은 장르에 대한 질문에도 ‘의상을 이유로 들어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연기’를 사람으로 표현한다면 난 아직 젖먹이 아기에 불과한 것 같아요. 꾸준히 노력한다면 ‘믿을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겠죠? 도전하고 싶은 장르요? 한복을 좋아해서 한복을 입을 수 있는 사극을 하고 싶어요. 운동도 좋아하니 액션도 도전하고 싶고요, 베로니카와는 정반대 성격을 지닌 글루미한 기운의 캐릭터도 만나고 싶어요. 사실 아직까지 안 해본 것이 많기에 다 해보고 싶어요, 하하. 아! 전도연 선배님을 작품에서 뵙는 게 꿈이에요. ‘연기를 할 때엔 눈이 다르다’고 하던데, 그 눈과 꼭 마주하고 싶습니다.”





# 끊임없이 변화하고 싶은, ‘김재경이란 사람’



팔방미인, 요즘 표현으로 금손인 김재경은 수식어도 다양하다. 대중에게 익숙한 가수이자 배우이고, 레인보우 멤버들에게는 듬직한 리더이자 언니다. 잘하는 걸 나열하기보다 ‘못하는 걸’ 찾는 게 빠를 만큼 다방면으로 뛰어나다. 그런 김재경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람이고, 앞으로도 변화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사람들에게 ‘변했어’라고 말하면 나쁜 의미로 받아들이잖아요, 그러나 좋은 쪽으로의 ‘변화’도 분명히 있어요. 지난 일기장을 열어보고 지난날을 돌아보면 ‘내가 변했구나’하고 느낄 때가 많더라고요. 한곳에 머물러있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걸 흡수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지긋해져도 어린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 (시간과 함께) 흐르는 사람, 시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그런 그에게 ‘가장 잘하는 것’을 물으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멍 때리는 것 잘해요”라고.



“생각은 필요한 순간에만, 짧고 굵게 하는 게 좋잖아요. 연예인은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각이 꼬리를 물게 돼요. 그래서 생각을 비우기 위해서라도 생각이 필요할 때 집중해서 생각하고, 손으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려 해요.”



데뷔 초 완벽주의자, 미래지향주의로 살아왔다는 김재경은 촬영차 찾은 파프아뉴기니에서 ‘현재의 행복’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는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의 나는 조금 힘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그곳에서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 봐도 행복했다. 어느새 완벽하지 않아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한다면 지금의 나에게 최선을 다한다면 괜찮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대중이 작품 속 내 연기를 보실 때 ’김재경‘이라는 이름을 잊고 캐릭터로 기억하실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언제나 마지막 캐릭터로 기억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리고 ‘김재경’이라는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무지개’ 같은 사람이요, 보면 기분 좋고 또 보고 싶은 사람이겠죠”



조혜련 기자 kuming@tvreport.co.kr / 사진=나무엑터스, 김재경 인스타그램,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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