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패다' 윤시윤 "부족한 결과물, 오히려 축복이었어요" [인터뷰]

기사입력 2020.01.13 7: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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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성민주 기자] "'제빵왕 김탁구'를 제외하곤 대박난 게 없어서, 부족한 스코어로 연출자와 작가에게는 늘 미안했어요. 그렇지만 항상 2~3% 부족한 결과물을 받는 상황이 저에게는 오히려 축복이었던 것 같아요."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TV리포트와 만난 윤시윤은 겸손하고 냉정했다. "겸손하다"는 말에도 손사래를 칠 정도로 겸허했지만, 자신의 성과를 평가하는 데는 가차 없었다.



지난 9일 종영한 tvN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에서 자신이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라고 착각한 세상 착한 육동식으로 열연한 윤시윤은 화면 바깥에서도 육동식의 착한 성품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윤시윤 역시 '캐릭터와 닮았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고 했다.



"제가 생각하는 싱크로율은 1~2%인데, 타인은 100%라고 얘기해요. '호구를 어떻게 연기하지' 고민했는데, 감독님께서도 연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시더라고요. 술자리에서 제 모습을 보시곤 '시윤아, 너 이대로만 하면 돼' 라고 하셔서 제가 그렇게 사람들에게 멋지게 어필 되지는 않는구나 싶었죠.(웃음)"



그는 자신이 사이코패스라고 착각하는 육동식은 사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동식이라는 캐릭터로 보통의 우리들이 약거나 잘나지 못해서 겪는 일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자신이 사이코패스라는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통해서 본질적으로는 자존감을 회복하고 용기를 얻는 과정도요. 호구와 사이코패스는 상징적 의미였을 뿐이죠."





스릴러와 코믹 요소가 공존하는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촬영 현장은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박성훈과의 마지막 결전이 힘겨웠다고 했다.



"마지막에 쉽지 않은 분량이 많아 밤을 좀 샜어요. 저희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어 나가는데, 한 명 죽을 때마다 밤새운다고 보시면 돼요. 마지막에 성훈이 형이 정말 처리가 안 됐어요. 며칠 밤을 싸워도 안 죽더라고요.(웃음)"



그러나 윤시윤은 '시간이 지나면 힘든 건 기억도 못 하니 오히려 한 번 더 하자'고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고생하는 건 괜찮아요. 그때 당시에는 힘들고, 조그만 거에 삐치고 그러는데, 드라마 끝나고 보니 힘들었던 건 아무 기억도 안 나요. 그냥 '좀 더 열심히 할 걸, 테이크를 한 번이라도 더 갈 걸' 생각하죠. '어차피 기억도 못 하니까 한 번이라도 더 하자'가 경험적인 깨달음이 됐어요."



그는 힘든 촬영 상황에서도 자신보다는 동료 배우 정인선을 걱정했다.



"오히려 인선 씨가 걱정이었어요. 실제로 보면 정말 마르고 조그매서 한주먹만 하거든요.(웃음) 안 그래도 날도 추워서 고생인데, 게다가 SBS '골목식당'까지 하고 와요. 저에게 KBS 2TV '1박 2일' 때 어떻게 (촬영을 병행)했냐고 묻기도 했어요."





윤시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시청률 1~2%대 늪을 헤매다가 최종화 3%로 종영했다. 아무래도 아쉬운 수치지만,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팀은 서로를 걱정했다고 한다.



"촬영장 분위기는 너무 좋았어요. 이종재 감독님께서 미안해하시더라고요. 오히려 저희(배우들)가 더 미안한데. 채널을 잡는 힘은 인기가 아니라 연기적 신뢰감인 것 같아요. 아직은 제게 그게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다시 이종재 감독님과 재회한다면 더욱 배우로서의 신뢰감을 쌓은 뒤 만나고 싶어요."



사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가 뻗어나가지 못한 것은 시청자들의 기대만큼 빠르게 전개되지 않은 줄거리 탓도 있다. 그러나 윤시윤은 전부 자신의 연기에 책임을 돌렸다.



"배우로서는 제가 입체적이지 못하게 그렸던 걸 탓하는 게 맞아요. 동식이가 각성하기 전에 소소하게 재밌는 부분을 만들어야 하지 않았나 싶어요. 결국에는 배우가 책임을 지는 위치니까요."





윤시윤은 촬영을 할 기회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나를 주인공으로 써주는 게 황송하다"는 말을 거듭 반복했다.



"지금도 촬영 현장 가는 게 설레고 좋아요. 이렇게까지 뭔가를 좋아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매번 그래요. '이번 작품이 끝나고 또 나에게 이런 기회가 올까? 또 나를 주인공으로 써줄까?' 생각하면 여전히 황송하고 감사해요. 적어도 저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부심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데뷔 이래 쭉 주연만 차지해온 12년 차 배우에게 듣기엔 아무래도 낯선 말. "정말 겸손하다"는 말에 그는 "절대 아니다"라고 손을 내저었다.



"겸손이 정말 아니에요. 자기 객관화가 돼야 발전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같은 직업은 어디 가서 'No'라는 얘기를 안 들어요. 잘해서가 아니라, 주목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다들 'Yes'라고 말해주는 거죠. 그런데 제가 정말 항상 'Yes'라고 생각하면 거기서부터 개인의 삶이 망가지는 것 같아요."





윤시윤은 지난 2009년 MBC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데뷔해 큰 인기를 얻은 뒤, KBS 2TV '제빵왕 김탁구' '최고의 한방' '녹두꽃', TV조선 '대군-사랑을 그리다' 등으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스코어가 늘 부족했다고 고개 숙였다. 또 동시에 그것이 축복이었다고 표현해 시선을 끌었다.



"'제빵왕 김탁구'를 제외하곤 대박 난 게 없어서, 부족한 스코어로 연출자와 작가에게는 늘 미안했어요. 그걸 팬들의 응원이 메꿔줬지만, 샴페인을 터뜨릴 순 없었어요. 작품 하나 잘 돼서 몇 억씩 받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항상 2~3% 부족한 결과물을 받는 상황이 저에게는 오히려 축복이었던 것 같아요. 만약 정말 대박이 나버렸다면 저도 건방져지지 않았을까요."



자신에게 너무 박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그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겸손을 놓지 않았다.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저는 잘 된 작품으로 인해 지금도 너무너무 혜택을 받으며 일해요. 그러니 저 자신에게 엄하게 해야죠. 사실 '제빵왕 김탁구'도 전광렬, 전인화 선배 같은 어른들이 잘해주셨는데, 제목이 '김탁구'이다 보니 마치 제가 잘한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윤시윤은 어째서 이렇게 자신을 냉철한 시선으로 돌아보게 된 걸까. 그는 그 이유를 연기를 처음 배웠던 '지붕 뚫고 하이킥' 식구들에게서 찾았다.



"제가 신인 때 너무 닮고 싶었던 배우들이 신세경, 최다니엘이었어요. 예를 들어 지금 촬영장 가면 신인들에게 커피를 사다 주거든요. 긴장 풀라고 얘기도 하고요. 그건 최다니엘이 했던 거예요. 그게 그렇게 멋있게 보였거든요. 또 세경이만 오면 현장 분위기가 밝아지고 편해졌어요. 잠 못 자고 힘든 사람들도 힘이 나고, 저 같은 상대 배우도 믿고 일할 수 있었고요.



첫 스승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지금도 꿈꿔요. 어디선가 그들이 저에 관한 얘기를 들었을 때, 저도 그런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초심 잃고 건방져지지 않고요. 지금도 10년 했다고 건방져져서 스케줄 조정 얘기를 하다가도, 한 번도 스케줄로 불평 안 하시는 이순재 선생님을 생각하며 마음 다잡는 걸요."



성민주 기자 meansyou@tvreport.co.kr / 사진=모아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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