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인 "아내, '99억의여자' 출연 반대…악역 이미지 굳어질까봐"[인터뷰]

기사입력 2020.01.24 7:0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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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석재현 기자] "딸들이 요즘 카톡으로 '세 친구' 시절 웃긴 장면을 캡처해서 보내줘요. 어찌나 짓궂던지." (웃음)



배우 정웅인이 지난 23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신의 세 딸 세윤, 소윤, 다윤 양의 근황을 공개했다. 정웅인의 대표작인 MBC 시트콤 '세 친구'를 유튜브를 통해 보기 시작했다는 것. 



"(딸들이) 제가 나오는 것이라면 항상 챙겨봐요. '세 친구'에서 제가 입으로 피자 먹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엄청 웃긴가 봐요. 그래서 저를 놀린다고 짤로 저장해 카톡으로 종종 보내요. 19년이나 지난 작품을 본다는 말에 기분 좋았어요."



우연의 일치였을까, 정웅인은 최근 '세 친구' 때 함께 했던 출연자 및 제작진들과 만났다고 털어놨다.  



"오랜만에 술 한 잔 하면서 깔깔깔 웃었어요. 개인적으로 '세 친구' 같은 성인 시트콤을 매우 좋아해요. 지금도 가끔 그 시절이 생각나곤 합니다. 요즘엔 시트콤을 보기 힘들어졌는데, 한 번 더 하고 싶어요. 아내도 이런 장르를 해보라고 권장해요." 





# 정웅인의 가족이 '99억의 여자'를 피한 이유



유행어 "감 잡았어"를 남겼을 만큼 과거 코미디 연기로 이름 날렸던 정웅인이지만, 현재는 악역 전문 배우로 주목받고 있다. 인생캐릭터 민준국을 탄생시킨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비롯해 '기황후', '보좌관' 등 소름 끼치는 악역으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KBS 2TV '99억의 여자'에서 다시 한번 악역의 진수를 보여줬다. 정웅인이 연기한 홍인표는 서늘한 어투로 항상 존댓말로 상대를 대하며 긴장감을 유발하는가 하면, 세상의 부조리로 느낀 피해의식과 열등감 등을 아내 정서연(조여정 분)에게 화풀이하는 폭력 남편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웅인은 '99억의 여자'에 출연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그의 아내가 반대했기 때문.



"대본 1, 2부를 받고 읽었을 때, 아내를 학대하는 수준이어서 너무 불편했어요. 예전에 착한 아빠나 밝은 역할도 소화했지만, 악역을 했을 때 더 주목받다 보니 아내가 '이제는 (이미지) 관리해야 한다'고 반대했죠. 그래서 거절했어요."



한 차례 고사한 '99억의 여자'에 합류하게 된 이유는 오랜 인연을 맺은 김영조 PD의 전폭적인 믿음 때문. 정웅인은 김 PD의 기대에 부응하는 연기력을 선보였으나, 그의 가족은 단 한 번도 TV로 지켜보지 않았단다.



"예전과 달리 요즘 시청자들은 역할과 실제 모습을 분리해서 봐주시지만, 아내는 한쪽으로 굳어질까 봐 걱정되서 안 봤어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통해 제 활약상을 항상 들었대요. 딸들도 이번 작품만은 시청하지 않았어요. 대신 '정말 나쁜 사람'으로 나오는 건 알고 있어요."





# 정웅인도 감탄한 조여정의 연기 열정 



'99억의 여자'에서 조여정과 처음 만나 호흡을 맞춘 정웅인. 그는 조여정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체구는 작지만, 내공이나 존재감은 누구보다도 컸어요. 주연 배우답게 현장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분위기를 주도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노력하는 모습에 감탄했어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끝으로 세계적인 배우와 헤어지는 게 아쉬워요. (웃음)" 



홍인표가 악랄하고 폭력적인 남편으로 존재감을 발산할 수 있었던 데에는 조여정의 연기 열정도 한몫했다. 극 초반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던 얼음물 욕조 학대 장면은 조여정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었다. 



"처음에는 일반 물이었어요. 그런데 여정이가 차갑다는 표현을 실감 나게 하려면 얼음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의견을 냈어요. 그 외에도 정서연의 처절함과 돈 앞에서 느끼는 희열을 극대화하려면 홍인표의 폭력 수위가 강해야 한다며 항상 더 세게 해달라고 했어요. 그만큼 열의가 대단한 친구예요."





# "만약 99억 원이 주어진다면…"



드라마 속 상황처럼 정웅인에게 실제 99억 원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봤다. 그는 곰곰이 생각한 뒤 이렇게 대답했다.



"음, 저만의 영화를 제작하고 싶어요. 최근 개봉한 영화들은 CG 비율이 늘어나는 등 디지털화 되거나 세련된 반면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많이 사라졌어요. 그런 영화가 나와야하는데 여건상 쉽지 않아요. 한 25억 원 정도 쓰면 만들 수 있겠죠? 하하."



말나온김에 제작자 정웅인이 추구하는 영화 스타일을 물어봤다. 그는 자전적인 이야기, 혹은 학생이 주인공인 작품을 만들고 싶단다.



"제 이야기도 좋고,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어요. 아니면 김윤석 선배님이 연출한 '미성년' 같은 작품도 좋고요. 첫째 세윤이가 중학생이 되는데, 조금 도움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영화 제작에 25억 원을 투자한 정웅인. 나머지 금액 사용 계획을 묻자, 현실 가장 다운 답변을 내놔 웃음을 유발했다.



"나머지는 저축해야죠! 하하하. 배우라는 직업이 정규직처럼 보장되는 게 아니잖아요. 만일사태를 대비해, 노후용으로 남겨야죠."





석재현 기자 syrano63@tvreport.co.kr / 사진= '99억의 여자' 공식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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