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 정지소 "엄지원 선배 열혈 팬...팔색조 배우 되고 싶어요" [인터뷰]

기사입력 2020.03.16 2:36 PM
'방법' 정지소 "엄지원 선배 열혈 팬...팔색조 배우 되고 싶어요" [인터뷰]

[TV리포트=김민주 인턴기자] 배우 정지소는 연기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였다. 영화 '기생충'부터 tvN '방법'까지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개성 있게 소화한 만큼 여전히 새로운 역할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다. 특히 다양한 연기를 보여준 선배 엄지원을 롤모델로 꼽으며 자신만의 확고한 연기관을 밝혔다.

정지소는 최근 TV리포트와 만난 자리에서 "엄지원 선배의 열혈 팬"이라고 고백하며 "선배와 같은 팔색조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라는 당찬 목표를 말했다.

정지소는 '방법'에서 한자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한 사람을 저주할 수 있는 10대 소녀 방법사 백소진 역을 맡아 연기했다. 극 중 백소진을 도와주는 기자 임진희 역의 엄지원과 함께하는 장면이 유독 많았을 터. 함께 연기한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엄지원에 대한 존경심도 커졌다.

"제가 일방적으로 (엄)지원 선배를 졸졸 따라다녔어요. 어려웠던 존재가 따뜻하게 다가오면 존경의 대상이 되잖아요. 사실 (오래전부터) 선배의 팬이었어요. 영화 '불량남녀'에서 임창정 선배와 재밌게 연기하신 장면을 보고 혼자 연습도 많이 했죠."

이날 정지소는 엄지원에 대한 애정을 끊임없이 드러냈다. 엄지원의 열렬한 팬이었지만, 아직 이를 밝히지는 못했다고.

"(엄지원 선배에게) 진짜 반한 장면은 영화 '경성학교' 때였어요. (작품을 보며 선배에 대해) 찾아봤을 때 '저분이 그 사람(엄지원 선배)이구나' 하는 걸 깨달았죠. 이후 영화 '미씽'을 보고 펑펑 울었는데, 그때도 동일 인물임을 몰랐어요."

정지소는 '방법' 촬영 당시 엄지원과의 일화도 공개했다. 엄지원과 극 중 남편 역으로 출연한 배우 정문성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귀여운 질투심을 느꼈다고. 정지소는 "한 번은 귀걸이 때문에 귀에서 피가 났는데, 지원 선배 관심을 끌고 싶어서 일부러 '여기 피났어요'라고 말했다"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백소진 캐릭터는 100대 1이 넘는 오디션을 통해 결정됐다. 최종 후보에 오른 3명의 배우들이 12명의 관계자 앞에서 정해진 연기를 선보였고, 정지소가 백소진 역에 낙점됐다. 12명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정지소가 결정됐기에 그 의미가 남달랐다.

"저는 이 작품에 욕심이 엄청나게 났어요. 집에 가서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기분이 엄청 좋았죠. 감독님이 저에게 소진이만의 색깔과 느낌을 느끼셨다고 하셨어요. (오디션에서 연기한 장면의) 대사가 엄청 길었는데 대사를 전부 다 외워가서 연기했어요."

정지소에게 '방법' 출연은 매우 간절했다. 2012년 아역배우로 데뷔해 수많은 작품에서 작은 역할을 맡아왔기에 자신에게 찾아온 주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정지소는 "삭발도 할 수 있어요?"라는 질문에 "네"라고 주저 없이 대답했다.

"(주연들의 연기를 보며) '나도 언젠간'이라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어요. 정신 차려보니 '기생충'을 찍었고, 생각보다 과분한 인기와 관심을 얻었죠. '내가 여기서 정말 잘해야 꿈꿔왔던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죠."

백소진은 정적인 느낌으로 방법사 특유의 서늘함을 표현해야 하는 독특한 캐릭터다. 굿판을 벌이며 동적인 행동을 많이 취하는 진경도사(조민수 분)와 비교되는 인물이기에 연기를 하며 까다로운 점도 많았다. 이에 정지소는 최근 방영된 진경도사 방법 장면 촬영에서 조민수의 연기에 감동을 받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현장에서 조민수 선배가 온 힘을 다하면서 꺾는 연기를 하셨는데 정말 진짜 같았어요. 숨이 안 쉬어졌죠. 제가 조금이라도 대충하면 안 되겠다 생각해서 최선을 다했어요. 선배가 (연기하며) 처절하게 넘어지는 만큼 (극 중) '더 증오스러운 표정과 말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정지소가 연기에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조민수, 성동일 등 선배들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정지소는 특히 "성동일 선배의 배려에 설레기도 했다"며 관련 일화를 털어놨다.

"성동일 선배가 귀불이라는 곳에 거처를 옮기시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에서) 제가 감정을 많이 분출해야 했는데, 여러 장면을 찍다 보니 힘이 많이 들었죠. 그때 선배가 '얘 얼굴부터 찍자'고 하셨어요. 에너지가 남아있고 감정을 기억하고 있을 때 얼굴을 찍고 나니 선배가 '이제부터 힘 빼고 해'라고 하셨죠. (선배의 배려에) 정말 깜짝 놀랐어요."

뿐만 아니라 성동일은 해당 장면 촬영에서 원래 설정에 없는 모닥불을 피워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촬영할 수 있게 배려했다. 성동일의 세심한 모습에 정지소는 "귀불에서 성동일 선배에게 울부짖을 때, 증오스러운 눈빛을 더 표현했어야 하는데 하필 선배에게 그날 반해서 감히 째려볼 수가 없었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그렇다면 '방법' 시즌2에 대한 정지소의 생각은 어떨까. '방법'의 극본을 맡은 연상호 작가는 제작발표회 당시 "시청률 3%만 넘어도 시즌 2를 만들 것"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던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지소는 "당연히 (시즌 2를) 하고 싶다"며 "꼭 했으면 좋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지소가 출연한 '기생충'은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달성했다. 봉준호 감독, 배우들과 축하 인사를 주고받은 정지소는 "'기생충'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기생충'의 인기에) 마음이 들뜨고 신기해요. 아직 '내가 이렇게 관심을 받아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죠. 지금은 '관심 주시는만큼 보답해야겠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정지소는 어릴 적 "재능이 있다"는 선생의 말에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가 결국 연기자로 전향했다. 배우라는 꿈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지소가 스스로 결정한 선택이었다.

"사실 (피겨가) 적성에 안 맞았는데 오랜 기간 하다 보니 포기를 못 했어요. 그러다 초등학교 5, 6학년 때쯤 연예인이 하고 싶어서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는데 안 된다고 하셨죠. 중학교 1학년 때 (혼자) 주변을 수소문해서 오디션을 알아봤고, 합격하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이제는 오히려 아버지가 주변에 제 자랑을 하세요."(웃음)

본래 현승민으로 활동했던 그는 최근 정지소로 개명했다. 동생의 본명인 화랑에서 착안해 역사 속 화랑의 어머니인 지소 태후의 이름을 본따 정지소라는 이름을 직접 지었다. 초등학생인 동생 이야기에 웃음이 떠나지 않던 정지소. 그는 앞으로의 꿈도 남달랐다.

"사소한 나만의 꿈이긴 한데 동생이 좀 크면 학교에서 누나를 자랑하는 '자랑스러운 누나'가 되고 싶어요. 배우로든 뭐든. 배우는 죽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끝으로 "배우를 안 했으면 무엇을 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정지소는 "(배우가 아닌 다른 직업은) 상상도 못 해봤다. 저는 하나를 찍으면 그것만 본다"고 강조했다.

김민주 인턴기자 minju0704@tvreport.co.kr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