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희 "일 중독에서 벗어나 여유있는 삶 찾을래요"(인터뷰)

기사입력 2012.04.04 8:06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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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장영준 기자] 정선희(40)와 인터뷰를 하러 가는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가 않았다.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반대로 그런 질문들로 그녀에게 오히려 또 다시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여러 질문을 준비했지만, 과연 이 질문들을 모두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인터뷰가 언제 시작된 건지도 모를 만큼 그녀는 밝은 웃음으로 유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정선희는 2008년 남편이었던 故(고) 안재환의 자살과 일련의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며 잠시 방송 활동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이듬해 SBS라디오 '정선희의 러브FM'을 통해 방송에 복귀할 수 있었고, 그렇게 조금씩 TV 출연을 위해 부단히도 애를 썼다. 그러나 본인은 방송에 복귀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주변에서는 아직 시기가 이르다고 판단했다.



"여기저기 부지런히 머리를 들이밀었죠. '저 (방송에) 나가도 돼요?'라고 물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내가 아직까지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생각했나봐요. 저 혼자 방송과 짝사랑을 한 거죠. 제가 계속해서 대시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기다리라는 말 뿐이었죠. 하지만 저는 준비가 돼 있었거든요."



주변의 우려와 걱정 때문에 정선희는 그토록 원하던 방송 출연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대로 멍하니 누군가 불러줄 때까지 기다릴수 만은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치유제라고 부르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꾸준히 팬들과 호흡했고,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각종 예능프로그램 모니터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럴수록 정선희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예능인이라는 사실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



"한 2년 동안은 라디오 방송과 함께 TV 문도 두드리면서 그렇게 준비해왔어요. 처음에는 방송 모니터도 하기 싫었는데,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그 소리 밖에 안 들려요. 동료들 목소리를 따라가게 되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는 예능프로는 케이블로라도 다시 봤고, 3사 드라마까지 다 꿰고 있었어요. 사실 연예뉴스는 정말 보기 싫었지만, 라디오를 진행하려면 볼 수 밖에 없었죠. 그렇게 본의 아니게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적응하기도 어렵지 않았고요."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했던가. 정선희에게서는 왠지 모를 단단함이 느껴졌다. 남편의 죽음으로 세간의 화제로 떠오르면서 취재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당시를 떠올렸지만, 슬픈 기억보다는 그 당시 겪었던 재밌는 일화를 먼저 떠올렸다. 정선희는 다른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만큼 큰 일을 겪었지만,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과 유머감각으로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다.



특히 정선희가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데는 개그맨들 사이에 존재하는 독특한 문화도 한 몫했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터지면 오히려 웃어버리는, 그런 문화 말이다. 개그맨들이 자신들의 아픔을 개그로 승화시키는 일은 이제는 다반사가 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정선희는 과거 선배 이경규가 자신에게 해 준 말을 떠올렸다.



"(이)경규 오빠가 그러더라고요. 희극인이기 때문에 난 살거라고. 굉장히 우울한 상황이 와도, 그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웃게 돼요. 사건이 터지고 우리 집앞에 기자들이 두달 동안 상주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보니 가로등을 안 켜도 밝더라고요. 그게 웃겼어요. 또 어떤 기자분이 우리집을 물어봤는데, 경비 아저씨가 가르쳐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기자분이 그렇게 친절한 경비는 처음봤다는 말에 다시 한 번 빵 터졌죠."



예능으로의 복귀가 힘들어지면서 정선희는 잠시 외도를 할까도 생각했다. 주변에서는 지상파 예능 버라이어티로 돌아온 그녀에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을 들어보면, 그가 이렇게 예능으로 돌아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뭐 할 줄 알았어요? 김기덕 감독님의 독립 영화? 연극? 물론, 연기를 할까 하는 그런 생각도 했어요. 어느 정도 장막이 있어주면 좀 나을까하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어차피 저란 이미지 자체가 그 뒤에 숨을 수가 없어요. 내가 까지던 피가 나던 그냥 가자라는 생각이었죠. 정면 돌파였어요. 제 친구가 저보고 진짜 대단한 강심장이라고 하더군요.(웃음)"





정선희가 새로 고정을 맡아 출연중인 MBC TV '우리들의 일밤 2부-남심여심'은 남자와 여자가 각자의 역할을 바꿔 봄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여심팀은 남자들이 하는 거친 운동 등 몸으로 하는 일을 많이 한다. 정선희는 프로그램 얘기가 나오자마자 "드럽게 힘들다"며 불평 아닌 불평을 늘어놨다. 그럼에도 자신이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힘들지만, 재밌고 웃기고, 그게 감사해요. 예전에 일이 많았을때는 모든게 힘들고 벅찼거든요. 10년 동안 일 중독이었다고 할까요? 92년에 데뷔해 3년간 무명을 겪었고, 그 후에는 10년 이상 계속 일 뿐이었죠. 재미를 못 느꼈어요. 하지만 이제는 일 중독으로 살지는 않을 거예요."



일 중독으로 살지 않겠다는 그녀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하루를 악착같이 살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진정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며 살고자 했다. 사람도 그렇다. 그동안 정선희는 일 관계로 만나는 사람 외에는 진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기만의 시간,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그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아직은 큰 그림을 못 그려요. 큰 틀을 놓고 그 안에 뭔가를 넣으려고 하지만 아직 미래가 불투명하거든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 틀이 없으니까 제가 작은 그림들을 넣을 수가 있어요. 그래서 지금 그걸 모으고 있어요. 또 불확실하다는 게 약간 설레는 느낌도 있고요. 저는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이제는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단 지금 출연중인 '남심여심'의 아기 민낯 같은 시청률을 누군가 애썼다고 등 두드려 줄 정도의 숫자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죠." 





사진=코엔스타즈



장영준 기자 jjuny54@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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