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노트-6탄] 유철용PD "영화계 상처받고 '올인' 성공신화 썼다"

기사입력 2012.10.11 9:0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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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이우인 기자] 유철용 PD는 한류 드라마 '올인'을 만들었다. '올인'은 지성, 진구, 한지민, 최정원 등 많은 배우가 톱스타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올인'의 제주도 촬영지는 국내외 관광객이 필수로 찾는 관광 명소. 2003년은 '올인'의 해라고 불러도 될 만큼 그 열풍이 뜨거웠다. 



유 PD는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스웨덴에서 5년간 유학생활을 했다. 정작 그를 유명하게 만든 무대는 드라마였다. 영화감독에서 드라마 PD로 성공하기까지 과정, 드라마 PD로 사는 그의 인생에 관해 가감 없이 옮긴다. 



◆ 영화감독 꿈 좌절, 드라마 세계 입문 



내 꿈은 영화감독도 드라마 PD도 아니었다. 유럽영화를 좋아하는 모범생이었다. 부모님은 내가 '사' 자로 끝나는 직업을 갖기를 원했다. 하지만 판사 같은 직업은 내 적성에 맞지 않았다. 외교관이 되면 해외를 오가며 자유분방할 것 같았다. 외국어대학교 스웨덴학과에 입학해 외무고시를 준비했다.



어느 날, 내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찾아왔다. 신입생 MT 때였다. 선배들이 신입생을 모아놓고 '10년 뒤 나의 모습'을 그리라며 종이를 나눠줬다. 외교관의 모습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카메라와 '큐' 사인을 주는 감독의 모습을 그렸다. 그때 확신이 섰다. 외교관이 내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부터 아무도 모르게 유학준비를 했다. 북유럽은 대학장 추천만 받으면 정부 지원금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비행기 표와 첫 달 생활비를 제외하고 부모님 지원은 받지 않았다.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겨우 학교를 졸업했다. 스톡홀름대학교에서는 영화학을, 뉴필름스쿨에서는 2년 과정으로 영화 촬영 실기를 공부했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충무로에서 2년 정도 조감독 생활을 했다. 제대 후 때마침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장길수 감독)을 준비한다며 영화사에서 연락이 왔다. 2개월 동안 스웨덴 로케이션이 필요했기 때문. 영화에 대한 반응은 좋았지만, 나는 충무로를 떠날 마음을 먹었다. 사람에 대한 실망이 컸기 때문이다. 



◆ 프리랜서 선언 후 만든 '올인'의 대박 



이후 3개월 동안 두문불출하면서 내 인생에 대해 고민했다. 역사 프로그램 제작사에서 3개월 동안 일하던 내게 드라마 PD가 될 기회가 찾아온다. SBS에 특채로 들어갈 수 있게 된 것. 내가 원하던 영화는 아니지만, 드라마도 영화와 같은 영상 매체고, 해볼 만하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3년 반 동안 드라마 조연출로 회사에서 살다시피 했다. 이장수(로고스필름 대표), 문정수(팬엔터테인먼트 대표), 오종록 선배 아래서 '사랑이라 부르는 것'(93),  '아스팔트 사나이'(95) 등을 만들었다. 감독으로서 첫 입봉작은 '도시남녀'. 구본근(SBS 드라마센터 센터장), 최문석 CP와 돌아가며 연출했다. 비틀스의 'Let It Be'에서 영감을 얻은 12화 '렛 잇 비'가 나의 순수한 첫 연출작이다.  



방송국에 있으면 내가 고집하는 작품만 할 순 없다. 방송국 내 지침에 따라 할 게 많다. 미니시리즈를 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따라주질 않았다. 프리랜서 전향 후 처음 만든 작품이 '올인'이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드라마였다. 성공도 따라줬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거의 50%까지 나왔다. 



혼신을 다했지만, 그토록 큰 사랑을 받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한국 드라마는 뒤로 가면서 만드는 사람이 쫓기는 제작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연출자는 하나라도 더 찍고 싶고, 차분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런 욕심이 방송이 임박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때가 가장 고통스럽다. 





◆ 감독 의자에서 '큐' 사인 하다 죽어도 좋다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고 뭔가를 느꼈을 때, 내가 드라마 PD라는 게 그렇게 기쁠 수 없다. '올인'은 일본에서도 방영됐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 무렵 홋카이도에 사는 한 일본인 아주머니로부터 장문의 편지를 받았다. '올인'을 보고 삶의 희망을 얻고, 다시 행복해졌다는 내용이었다. 



나 또한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내가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묘한 힘을 얻은 적이 있다. 그럴 땐 세상이 달라 보이기까지 한다. 그 마음이 어떤지를 잘 알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가 만든 작품을 보고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니 더없이 뿌듯했다.



'올인'이 내 대표작이지만, 모든 작품이 소중하다. 대작과 단막극을 만들 때 고민의 정도는 똑같다. 끝없이 생각하고 갈등하고 고민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의 연속이다. 좋아서 하지 않으면 못하는 직업이 드라마 PD다. 



작품은 연출자의 발자취다. 작품이 완성되고 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 작품을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는다는 건 대중 앞에서 발가벗겨진 느낌이다. 나는 감독 의자에서 '큐' 사인 하다 죽어도 좋을 만큼 이 고통스러운 현장이 좋다.  



◆ 마음 맞는 사람들과 영화 만드는 게 소원 



스웨덴 유학시절 했던 아르바이트만 10가지가 넘는다. 청소부, 설거지, 웨이터, 번역, 통역, 소시지 공장, 노동, 큐레이터 등 밑바닥 일부터 닥치는 대로 다 했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내 작품에 반영됐다. 사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은 연출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은 안 된다. 



하지만 영화감독이 되려고 감수한 고생이 물거품이 된 뒤, 한 번도 영화 쪽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래도 영화는 언젠가 꼭 만들 생각이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게 영화판 상황이 나아졌고, 몇 년 전엔 영화 연출 제의도 받았다. 당시엔 내가 준비가 덜 돼서 할 수 없었지만. 



나는 하수구나 쓰레기장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꽃 같은 느낌을 좋아한다. 살다 보면 각자 인생의 굴곡이 있다. 그리고 헤쳐나가는 방법이 다 다르다. 내가 치열하게 살아서 그런지, 절절하고 치열한 이야기를 선호한다. 



작품이 끝나면 인간적으로 마음이 맞는 배우들이 있다. 조감독 시절 만난 스태프와는 20년 동안 같이 일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모두 모아서 한 작품을 만들고 죽는 게 꿈이다. 영화가 될 수도 있고, 드라마가 될 수도 있다. 뭐든 인간적인 작품이 될 것이다. 





◆ 못다 한 이야기...



- 충무로에서 받은 상처는: '수잔브링크의 아리랑' 조감독을 하고 나면 감독으로 데뷔를 시켜준다고 약속했다. 몸 바쳐서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 연출 세계에 영향을 준 선배 PD: 이장수 선배가 사수였다. 호흡이 유독 잘 맞았다. 선배가 가진 열정과 연출자의 근성을 높이 산다. 



- MT 때 그린 그림, 현실이 됐다: 그 그림을 그리고 정확히 10년 뒤, 조연출로 야외촬영에서 '큐' 사인을 했다. 



- 연출작 시청률 순위: 50% 가까이 나온 '올인'이 1위. '폭풍속으로' '슬픈연가' '히트' '태양을 삼켜라' '포세이돈' 순. 그밖에 SBS에서 만든 작품은 수치가 기억나지 않는다. 



- 최고의 작품: 모두 소중하다. 데뷔작 '렛 잇 비'에 가장 애착이 많다. 



- 아쉬운 작품: '포세이돈'. 원래 생각했던 기획이 여러 가지 제작 상황 때문에 전면 수정됐다. 전혀 다른 작품이 됐다. 



- 궁합이 잘 맞는 작가: 최완규와 작품 스타일이 잘 맞는 편이다.  



- 앞으로 호흡을 맞추고 싶은 작가: 관심 있게 보는 작가는 있지만, 가르쳐 줄 수 없다. 



- 같이 호흡을 맞춘 최고의 배우: 이병헌은 연기에 대한 열정, 집착, 분석력이 대단하다. 내가 선택한 모든 배우는 다 소중하다. 



- 우려했지만 급격한 성장을 보여준 배우:  지성. '올인' 캐스팅 때, 출연하고 싶다며 찾아왔다. 전혀 모르는 신인이었다. 그 전에 많은 배우를 만나고 오디션을 봤는데, 지성과 잠깐의 대화를 나눈 후 '네가 해라' 했다. 내 결정에 깜짝 놀란 사람이 많았다. 



- 신인으로 발탁해 지금은 톱스타가 된 배우: 안타깝게 이 세상에는 없지만, 정다빈과 이은주다. 



다빈이는 학생 때 매니저를 따라 임수정과 같이 왔다. 다빈이와 수정이의 느낌이 정말 좋았다. 매니저에게 '배우로 잘 키워라'라고 조언했다. 다빈이는 이후 '달콤한 신부'의 한 회 게스트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이후 잘됐다. 



은주는 드라마 '백야 3.98'에서 아역으로 나온 모습을 보고, 납량특집극 '어느 날 갑자기'에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이 작품이 은주의 주연 데뷔작으로 알고 있다. 



그 밖에도 '도시남녀'의 김소연, '올인'의 진구, 한지민, 최정원, '미우나 고우나'의 이요원 등이 스타가 됐다. 



- 다시 호흡해보고 싶은 배우: '히트'를 하면서 고현정에 대해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드는 배우: 이보영. '올인' 할 때 오디션을 봤었다. 이미지는 좋았는데, 여러 가지 상황이 맞지 않아서 떨어뜨렸다. 지성을 만날 때마다 "내가 항상 미안해하고 있다고 해라"라고 말한다. 



이밖에 '포세이돈'의 첫 멤버 김옥빈, 김강우, 전혜빈에게도 미안하다. 촬영까지 했는데, 제작 여건상 못하게 됐다. 다른 작품에서 꼭 만나고 싶다. '태양을 삼켜라' 때 정말로 고생을 많이 한 임정은도. 다음 출연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하다.  



- 꼭 한번 해보고 싶은 배우: 로버트 드니로, 앤젤리나 졸리. '올인' 때 로버트 드니로를 미국 마피아 보스 역할로 섭외한 적이 있다. 출연하기로 했는데, 우리 쪽 스케줄이 어긋나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다. 영화 '대부1'에 나왔던 지안니 루소가 그 자리를 꿰찼다.  





유철용 PD는? 1963년생 / 스톡홀름대학교 영화학 학사 / 1992년 SBS 입사(특채) / 대표작 - 올인, 폭풍속으로, 슬픈연가, 히트, 태양을 삼켜라 / 수상경력 - 2003년 제39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 2003년 제30회 한국방송대상 드라마부문 작품상 



사진=유철용 PD 제공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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