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 말어?] '점쟁이들' 호러없고 코미디만...결말도 맹숭맹숭(리뷰)

기사입력 2012.09.26 2:16 PM
[봐? 말어?] '점쟁이들' 호러없고 코미디만...결말도 맹숭맹숭(리뷰)

[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던가. 산으로 갈 법한 배가 웬일로 바다로 향한다. 문제는 가도 너무 갔다. 갈 곳 잃은 점쟁이호, 구조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전국 팔도, 난다 긴다 하는 점쟁이들이 모였다. 골라 먹는 31가지 아이스크림도 아닌 것이 골라보는 재미로 실없는 웃음을 짓게 한다.

'시실리2Km' '차우'를 통해 독특한 감각을 드러낸 신정원 감독의 신작 '점쟁이들'(사람엔터테인먼트 제작)이 공개됐다. 신정원표 코믹 호러의 끝판 왕으로 불리는 '점쟁이들'의 내용은 이렇다.

한국의 버뮤다 삼각지로 불리는 신들린 마을 울진리에 수십 년간 되풀이되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점 꽤나 본다는 점쟁이들이 모여 비밀을 파헤치는 설정.

귀신 쫓는 박선생(김수로)의 지휘 아래 과학으로 점 보는 점쟁이 석현(이제훈)과 비구니와 바람난 귀신 보는 심인 스님(곽도원), 사물을 통해 과거를 보는 타로리더 승희(김윤혜), 미래를 보는 초딩 점쟁이 월광(양경모), 거기에 열정 가득한 열혈 기자 찬영(강예원)까지. 등장부터 시끌법적 요란하다.

원한 가득한 영혼 달래기에 정신없는 점쟁이 오형제와 죽을 자리 스스로 찾아온 일반인 한 명. 싸움 구경 다음으로 재밌다는 굿판 구경 '점쟁이들'. 볼까? 말까?

◆ 감동 BEST 3

점쟁이 종합선물 세트 : 지금껏 귀신이나 점쟁이 소재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많았다. 얼굴에 밀가루를 부은 듯한 귀신의 몰골이나, 화려한 색동옷을 입고 눈을 뒤집는 점쟁이들은 이제 식상하다.

식상함을 단번에 날리는 기막힌 소재의 발견. 다양한 점쟁이들의 향연이 폭소를 유발. 영화를 보면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에 100% 공감할 것. 점쟁이라고 다 같은 점쟁이가 아니다. 기상천외한 다양한 점쟁이로 눈이 즐겁다.

펄떡거리는 캐릭터 : 코미디의 대부 김수로는 잠시 미뤄두자. 말이 필요없는 보증수표. 영화는 김수로의 원맨쇼 수준. 그럼에도 첫 코믹 연기에 도전하는 이제훈과 곽도원의 앙상블도 주목할 포인트.

풋풋하고 순수한 첫사랑 아이콘 이제훈은 '점쟁이들'에서 물티슈로 그곳(?)을 벅벅 문지르는 물 공포증 남자로 등장. 또 '상남자' 곽도원은 4:6 가르마를 뽐낸 채 사랑에 빠지는 '순정남'으로 배꼽을 잡게 한다. '리틀 강동원' 양경모의 "여기가 내 죽을 자리인가?" 등 팔딱팔딱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집합이다.

주연 못지않은 특별출연 :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이다'라는 생각이 스칠 무렵 떠오르는 김태우. 바로 김태우의 동생 김태훈이다. 비중으로 따지면 주연 곽도원보다 더 오래 영화를 이끈다.

섬뜩한 악령으로 변신한 김태훈은 긴장감을 유지해주는 기특한 배우. 그가 왜 특별출연이 됐는지 구구절절한 사연은 알 수 없다. '점쟁이들'에서 가장 신들린 연기를 보인 효자.

◆ 안습 BEST 3

넉넉한 제작비가 부담? : 신정환 감독의 위트를 너무 기대했던 것일까? 실망이 컸던 대망의 3부작.

작은 비용으로 동네잔치를 알차게 꾸몄던 능력은 사라진 지 오래. 큰 비용 부담때문일까. 신 감독만의 맛이 사라졌다. 갈팡질팡하다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느낌.

공포 빠진 코믹 호러 : 분명히 폭소는 있다. 하지만 호러가 없다. 119분 동안 공포감을 조성한 부분은 달랑 두 신. 코믹 호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

웃음제조기 김수로의 활약은 도드라졌으나 그에 비례한 공포감이 전혀 없다. 이 둘의 극명한 콘트라스트가 있었다면, 울다 웃다 관객들의 엉덩이에 뿔났을 텐데.

반전 없는 민숭민숭한 결말 : 예상했던 딱 그 정도. 좀 더 스펙터클하면서도 기발한 결말을 원한다면 '점쟁이'들은 아닐듯. 

후반 파워가 급격히 저하된 모습. 러닝타임이 길어서인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탱탱함이 사라지고 맥이 빠진다. 자양강장제라도 사서 먹여주고 싶은 안타까움.

◆기자가 관객이라면?

본전 생각 날 수도 있는 불길함 : 이제훈의 군입대로 우울한 여성팬에겐 필수. 소장가치 충분한 이제훈의 속옷 대방출에 광대 폭발. '신사의 품격' 임태산(김수로) 앓이에 빠진 언니들까지는 볼만. 딱 여기까지.

영화 본 뒤 본전생각 날지도 모른다는 불길함. 신정환 감독의 차기작은 깔끔한 코미디 장르이길 기대. 선택은 자유, 항의는 정중히 사양. 15세 관람가. 오는 10월 3일 개봉.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