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엽기가수 1호에서 국가대표로 날아오르다(종합)

기사입력 2012.10.03 7:00 AM
싸이, 엽기가수 1호에서 국가대표로 날아오르다(종합)

 

[TV리포트=김예나 기자] 가수 싸이의 얼굴에 주렁주렁 매달린 땀을 보면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유는 하나다. 흘러내린 땀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싸이에게는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잘생긴 외모도 아니고, 늘씬한 몸매도 전혀 아니다. 가창력이나 춤실력이 끝내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 싸이가 관객들을 들끓게 하더니 결국 세계인들의 마음까지 관통했다.

10월 2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콘서트 ‘CY. X PSY 싸이랑 놀자’가 열렸다. 싸이는 SK컴즈 커뮤니티서비스 싸이월드와 손잡고 티켓판매 없이 관객 8천명을 초대했다.

‘불이 붙는 온도 100도, 우리의 온도 36도, 지금부터 우리는 모두 일어납니다’는 문구로 객석을 달군 싸이는 무대 중앙에서 리프트로 등장했다. 블랙 앤 골드의 화려한 의상으로 무대 위에 오른 싸이는 ‘롸잇나우’로 포문을 열었다. 월드스타답게 의상에는 별 마크가 포인트로 장착돼 화려함을 극대화시켰다.

두 번째 곡 ‘연예인’을 선곡한 싸이는 변함없는 쇼맨십을 선보였다. 어느덧 트레이드 마트가 된 선글라스를 매치한 싸이는 역동적이고 파워풀한 댄스와 랩핑으로 8천 관객 전원을 흥분케 했다. 싸이는 “뛰어”라는 함성을 외치며 중앙 무대와 크로스 무대를 휘저었다.

무대를 한껏 달군 싸이는 “데뷔 12년을 맞이한, 개인적으로 데뷔 12년 만에 전성기를 맞이한 가수, 그리고 12년 만에 남의 나라에게 신인가수가 된 싸이입니다”며 인사를 외쳤다.

이어 “지난 8월 콘서트하고 두 달여 만에 공연을 갖게 됐다. 여러분 아시겠지만, 지난 두 달간 말이 안 통하는 곳에 가서 서로 답답해했다. ‘섹시 레이디’를 제외하고는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관객들의 이런 함성과 합창 없이 외롭게 공연했다”고 토로했다.

싸이는 “그동안은 늘 이런 함성이 늘 있던 게 익숙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해주시면 제가 공연을 길게 할 확률이 높다”면서 객석을 뜨겁게 열광케 했다.

“데뷔시절로 돌아가겠다”고 선전포고한 싸이는 ‘끝’ ‘새’ ‘오늘 밤 새’를 연이어 부르며 관객들을 쥐락펴락했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랩이 특징인 곡 ‘새’는 록버전으로 변주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맛을 전했다. 동시에 ‘새’의 역동적인 댄스는 변함없이 구사하며 11년 전 엽기가수의 진면목을 확인시켰다.

잇따라 ‘흔들어 주세요’ ‘나 이런 사람이야’ ‘위 아 더 원’ 등으로 열광적인 무대를 만든 싸이는 “저는 열흘 뒤면 신인가수로 돌아간다. 활동 때문에 다시 해외로 나가야 한다. 오늘이 여러분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저도 웬만하면 공연을 끝내고 싶지 않다”고 말해 관객들을 흥분케 했다.

하지만 싸이의 진짜 선전포고는 따로 있었다. 오는 4일 오후 9시 서울 시청광장에서 무료 콘서트를 개최하겠다는 것.

싸이는 “내일 모레, 목요일 미국 빌보드 차트가 나오는데 현재 2위지만, 좋은 결과(1위)가 나올 수도 있지만, 제자리를 유지하거나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날 순위 결과에 상관없이 10월 4일 오후 9시 시청 광장으로 오면 공연을 또 하겠다. 그날 제가 상의를 벗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며 해외 활동에 앞서 추가로 무료 콘서트를 다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싸이는 1990년대 히트곡 리믹스 메들리를 열창하며 상의를 찢는 퍼포먼스를 펼쳐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절친 가수 성시경은 갑작스레 등장해 토이의 ‘뜨거운 안녕’으로 앙상블을 이뤄냈다.

싸이는 해외활동에 주력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귀국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싸이는 “제가 이런 중요한 시기에 여러분과 함께 있는 건, 지난 3주간 미국 활동을 하면서 너무나 큰 성원과 응원을 받았다. 이렇게 성원을 받아본 게 처음이다. 제가 워낙 다사다난하게 활동하지 않았나”며 국민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자 한국에 귀국했음을 강조했다.

최종 5곡을 연달아 부른 싸이는 무대 뒤로 사라졌다. 하지만 객석에서는 “앙코르”를 외치며 제자리를 지켰다. ‘강남스타일’이 잔잔하게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무대를 가렸던 장막이 거둬지자 싸이가 무대에 앉은 채 객석을 바라봤다.

자리를 지킨 관객들이 ‘강남스타일’ 노래를 따라부르자 싸이는 “볼륨 올려”라고 외친 후 전 세계를 열풍으로 이끈 말춤을 추며 무대 중앙으로 뛰어 올랐다. 싸이는 앙코르곡으로 선곡한 ‘강남스타일’을 관객들과 완성시켰다.

피날레곡으로 ‘세월이 가면’을 택한 싸이는 “여러분이 저를 만들어줬다. 여러분이 없으면 저는 그저 살찐 남자일 뿐이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다”면서 비속어 섞어 마음을 강하게 전달했다.

싸이 말대로 미국 빌보드 차트 2위에서 더 이상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강남스타일’과 ‘말춤’을 향한 세계적인 열풍이 일회성 이벤트처럼 순식간에 가라앉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싸이와 이날 함께 했던 8천 관객들은 안다. 싸이는 언제나 무대 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관객들을 맞이 할 것이고, 관객들은 그런 싸이를 위해 미칠 준비가 돼 있다는 걸.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 / 사진 = 문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