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배우] '악역 전문' 곽민석 "평범한 얼굴이 무기"

기사입력 2012.10.14 9:00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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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리포트=손효정 기자] '국민드라마'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는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많았다. 그만큼 밉상 캐릭터도 많았다. 그 중 지PD는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다.



드라마에서 지PD는 '악마의 편집'으로 윤빈(김원준)과 방일숙(양정아)를 곤경에 빠트린 인물이다. 오히려 "원래 이 바닥이 이런 것 모르냐?"며 자신의 행동에 당당했다.



지PD를 연기한 배우는 곽민석이다. 곽민석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진짜 방송국 직원인 줄 알았다" "방송인 것을 알면서도 얄미웠다" "악역 연기 최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알고보니 그는 악역 연기가 처음이 아니다. 곽민석은 영화 '모던보이'에서 주연 박해일을 고문하던 깐깐한 일본인 형사로, MBC 드라마 '혼'에서는 트럭남 킬러로,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는 얄미운 바람둥이로 등장했다. 이 때문에 그는 악역 전문 배우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의 그는 어떨까. 180cm를 넘는 장신에 선한 인상을 지녔다. 옆집 아저씨같은 친근함이 느껴졌다. 그를 보는 순간 '미중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렇게 선해 보이는 배우가 악역 전문 배우라니 다소 놀라웠다.



이런 반응에 대해 곽민석 역시 "다들 직접 보면 너무 착해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면 인정해준다. 오히려 얼굴이 평범해서 여러 가지 역을 맡을 수 있는 것 같다. 콧수염만 달아도 달라 보이니까"라며 넉살좋게 말했다.





(▲ 사진 : 상단-KBS 2 '넝쿨째 굴러온 당신'/ 하단 - 영화 '모던보이' 캡처, MBC '혼' 화면 캡처)



◆ “알아보는 대중들..나도 깜짝"



곽민석은 '넝굴당'이 국민 드라마라는 것을 체감했다. 곽민석은 약 한 달 정도 밖에 출연하지 않았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주목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곽민석은 "'넝굴당'에 출연할 때, 나를 알아보는 식당 아주머니들이 있었다. 나도 깜짝 놀랐다. 사인해 달라는 분들도 있었고, '왜 이렇게 못 되게 굴어?'라고 물으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넝굴당' 종영 후 곽민석은 또 한 번 주목 받았다. SNS에 올린 사진 한 장 때문. 곽민석은 지난달 21일 트위터에 빅뱅의 탑과 배우 김민재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이 사진 한 장은 '탑 근황'으로 이름 붙여지며,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되기도 했다.



곽민석이 탑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던 이유는 영화 '동창생'을 함께 촬영했기 때문이다. '동창생'은 탑이 주인공을 맡은 영화로 이미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곽민석은 이 영화에서 탑의 아버지이자 간첩으로 출연한다. 그는 역할상 탑과 많이 호흡했다. 곽민석의 촬영은 끝난 상태. 그러나 그는 아직 극 중 역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는 후배 탑을 아끼는 마음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미 탑을 아이돌 출신의 꼬리표를 떼고 배우로 인정하고 있었다.



"탑은 집중력이 정말 뛰어나다.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이고, 어떻게 보면 코스를 밟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기존 배우를 능가할 정도의 집중력, 이미지 관리 등 기본적인 것이 다 되어 있다. 주연으로서 스토리를 끌고갈 힘도 있다고 본다. 실제의 탑은 친화력도 좋고 장난기도 많다. 그런데 연기에 들어가면 캐릭터로 확 바뀐다. 왜 사람들이 열광하고 호응하는지 알겠더라."





◆ "연기 인생 10년, 최고의 작품은.."



곽민석은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후 오랜 극단 생활을 했다. 돈이 없으니까 소위 막노동이라는 것도 하면서 하루 하루를 버텼다. 2003년 그는 '상업 배우'가 됐다. 그는 상업 영화와 TV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뜻으로 자신을 상업 배우라고 말했다. 이후 10년 동안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아버지가 2003년도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장례를 치를 돈도 없었다. 30살 초반인데 장남 구실을 못했다. 술 담배를 끊었고 극단 대표 형한테 같이 못하겠다고 말했다. 일반 직장에 취직할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할 줄 아는 것이 연기밖에 없었다. 마침 영화 '범죄의 재구성' 오디션이 있었다. 프로 배우가 되어서 내 이름 석자를 남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버지가 연극영화과를 나오셨는데, 살아계셨을 때 이 일을 못하게 하셨다. 그만큼 힘드니까. 분칠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치 않으셨다. '범죄의 재구성'이 나왔는데 내 출연분이 편집이 안 되고 그대로 나와서 되게 많이 울었다.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정말 아쉬웠다."





'범죄의 재구성' 촬영 이후, 그는 4~5년 동안 프로필을 들고 영화사를 직접 돌아 다녔다. 그렇게 해서 그는 영화 12편, 드라마 22편에 출연하게 됐다. 영화 '환상 극장‘과 드라마 한 두 편에서 주연을 맡은 것 외에는 조연 혹은 단역이었다. 곽민석은 오랜 시간 고민하다 인생 최고의 작품으로 영화 '모던보이'와 '환상 극장'을 꼽았다.



"'모던보이'는 정지우 감독 작품이다. 촬영 때, 영화와 캐릭터에 대해서 감독과 얘기를 많이 했다. 감독이 '이 정도만 표현해주세요'라고 하는 분이 아니고, 회식 자리 등 다른 자리에서도 계속 영화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연기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일본인 형사를 연기했는데 인상 깊었다. 흥행이 많이 안 돼서 좀 안타깝기도 하다.



하나 더 얘기하자면 이규만 감독의 '환상 극장'이다. 20분씩 단편 세 개가 모여서 장편이 된 영화이다. 주연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꿰뚫고 봐야했다. 그것이 힘들었다. 호흡도 못 찾는 정도였는데 감독이 많이 도와줬다. '환상극장'이 서울에서 개봉되기 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무대 인사를 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했다. 거기 객석에 박해일씨가 앉아 있었다. 겸사 겸사 온 것이었겠지만 되게 고마웠고, 기분이 이상했다."



힘들고 무시를 당하던 시기가 많았음에도 긴 시간을 버텨 온 곽민석은 자신 스스로를 기특해했다. 그는 "예전에는 행복인지 몰랐는데 현장에 가면 행복하다. 항상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 준비된 팔색조 배우



곽민석에게는 '악역 전문 배우'보다 '팔색조 배우'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듯 싶다. 실제로 그는 '악역'보다 의사나 경찰 등 강인한 역을 더 많이 연기했다. 즉 카리스마 넘치고 남성적인 역을 많이 맡은 것. 그중에 악역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겨 '악역 전문 배우'가 됐을뿐이다.



"원래 초기에는 선한 역을 많이 맡았다. 형사로 오디션을 봤는데 선생님을 하라고 해서 그런 적도 있다. 강한 성격의 연기를 하기 시작한 것은 곽경택 감독의 '태풍'이었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곽 감독이 연기를 잘 한다며 칭찬해줬다. 그걸 하고 나서 곽 감독이 계속 불러줬다. '태풍' 이후로 모든 작품에 애착이 간다. 역할에 대해 철저히 연구하는 스타일이다. 연기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최대한 캐릭터화시키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나는 캐릭터에 완전히 빠져든다. 준비를 하는 한 달동안 몸무게를 빼거나 사투리를 익힌다. 배우는 얼굴에 분칠을 하면 다른 캐릭터로 바뀔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곽민석은 항상 변화할 준비가 되어있는 배우다. 그는 "악역 전문 배우라는 말도 나는 좋다. 악역을 또 맡게 된다면 지금한 것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하며 "관객들이 기대감을 갖고 찾아올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너무 욕심 많은 말인가?"라고 쑥스럽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40대가 돼서야 주목 받고 있는 곽민석. 이에 대해 그는 "나는 한번도 늦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조금씩 캐스팅 연락이 오는 것만해도 고맙다.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자기 자신을 아낄 수 있게 된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잘 표현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고 뭐고 사는 것 자체가 사리 분별이 안 될 때가 있었다. 그때 되게 재밌고 애절한 영화를 봤다. 그 순간만큼은 현실적인 고민이나 감정들을 잊게 됐다. 연기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누군가가 나의 연기에 용기도 얻고 힘도 얻을 수 있으니 진정성 있게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자기 관리를 잘 하면서 진지하게 매순간 임하겠다. 그런 것들을 많이 깨닫는 요즘이 좋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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