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알고 보면 직원들 밥해주는 회사원이다" (인터뷰①)

기사입력 2012.10.19 10:39 AM
소지섭 "알고 보면 직원들 밥해주는 회사원이다" (인터뷰①)

[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근래에 보기 드믄 '바른 남자'다. 데뷔 17년 차, 이만하면 겸손을 조금 덜어놔도 좋으련만 여전히 조심스럽고 모든 일에 '남의 덕'을 빼놓지 않는다. 벼는 익을수록 머리를 숙인다고 하는데 소지섭(35)이 그러했다. 진정 허우대만 멀쩡한 '소간지'가 아니다.

영화 '회사원'(임상윤 감독, 영화사 심미안 제작)에서 지형도 역을 맡았다. 겉으론 평범한 회사원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살인청부회사 영업2부 과장이다. 전작 '오직 그대만' '영화는 영화다'에서 보여준 액션과 차원이 다르다. 날 선 몸짓과 무게감이 상당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컬쳐쇼크'를 유발하는 폭발적인 비주얼까지. 눈 호강 제대로 시켜준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소지섭 판 '아저씨'(이정범 감독)가 아니냐는 추측이 많았지만 영화 속 소지섭은 확실히 원빈과는 다른 내공을 뽐냈다. 연신 '이렇게 멋있어도 되나'라는 감탄을 하게 만든다. 이런 과장님이 있다면 평생 충성을 다 바쳐 일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지형도 과장이 없다는 게 함정.

◆ "도전, 가능성 보여주고 싶었다."

회사원들에게 필수 지침서가 될법한 영화다. "내가 너 예뻐하는 거 알지?"라는 상사의 말에 폴더 인사를 하며 넙죽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를 외치는 지형도.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상사의 눈치를 보는 소지섭을 보고 있으니 인간적인 '소간지'가 보인다. 어색하지 않고 꽤 잘 어울린다.

회사원들의 절대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재다. 평범한 회사원이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소지섭에게 '회사원'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역시나 재미있는 시나리오가 가장 마음에 들었단다.

"독특하다. 평범한데 평범하지 않은 무언가가 마음에 들었고 매력적이었다.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이다. 무엇보다 나에게 도전이었고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지형도라는 인물을 잘 쫓아가면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 업무 스트레스가 가장 많을 때 지형도를 보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지형도를 보며 위로받았고 또 힐링됐다. 회사에 꼭 있을 법한 밉상 권종태(곽도원)를 향해 총을 겨눌 때, 가슴 속 응어리가 녹아내리는 것 같다. 권종태는 실전 경험이 없는 낙하산 전무이사로 지형도를 끔찍이 싫어하며 잘난 척을 일삼는 캐릭터다. 그런데 소지섭은 그런 밉상 권종태도 사연이 있다며 감싼다.

"권종태 같은 직장상사는 무조건 있다. 어떻게 보면 불쌍한 사람이다. 낙하산으로 직장을 입사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정말 일을 잘 하고 열심히 해도 똑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다. 부하 직원은 지형도만 따르지, 상사에게는 현장 경험이 없다며 무시당하지…. 얼마나 불쌍한 인생인가. 너무 미워하지 마라(웃음)."

"나도 출퇴근 있는 회사원이다"

권종태를 측은하게 여기는 소지섭에게 "실제 회사 생활을 안 해봐서 모르는 게 아니냐"라며 농을 던졌다. 그는 "나도 회사원이다. 어떻게 보면 대기업 종사자다"고 응수한다.

소지섭은 "거대한 그룹이다. 정말 많은 사람을 상대하고, 눈치 보면서 일하고 있다. 우리는 조금 다른 형식의 회사원인 셈이다"고 말했다.

때로는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꿈꾸기도 했을 터. 자유로운 회사원이었다면 어땠을까?

"예전에는 당연히 회사원이 될 줄 알았다. 수영을 오래 해서 수영에 관련된 일을 할 줄 알았다. 이제는 회사원을 꿈꿔도 될 리 만무하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지금 회사원의 입장일 수도 있겠다. 피프티원케이(51K)를 운영하고 있으니까."

피프티원케이는 2009년 소지섭이 세운 1인 기획사다. 평소 51%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소지섭. 49%와는 단 2%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그 수치에 다가가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스케줄이 없을 땐 나도 회사에 출퇴근한다. 물론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은 아니지만 꼬박꼬박 출근하려고 노력한다. 직원들이 점심때 회사에서 밥을 해 먹는데 나도 같이 껴서 먹기도 하고 내가 해 줄 때도 있다. 하하." <②편에 계속>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