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수지와 멜로? 보디가드면 모를까.." (인터뷰②)

기사입력 2012.10.19 10:41 AM
소지섭 "수지와 멜로? 보디가드면 모를까.." (인터뷰②)

[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영화 '회사원'(임상윤 감독, 영화사 심미안 제작)에서 살인청부회사 영업2부 과장 지형도를 연기한 소지섭. 마치 '소간지 광고 3종 세트'를 보는 것 같다.

후줄근한 슈트를 입어도 명품 슈트를 입은 듯하다. 핸들을 잡고 운전하는 모습은 '운전하는 남자'의 환상을 증폭시키고 싱크대에 기대어 즉섭밥을 먹는 모습은 숨이 막힐 지경. 침이 마르도록 늘어놔도 모자란 비주얼에 대해 소지섭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무마시킨다.

◆ "내가 봐도 멋있을 때 있다"

"'이렇게 하면 멋있을 거야'라고 연기하지 않는다. 계산된 연기를 하는 편이 절대 아니다. 물론 모니터를 할 때 '내가 봐도 좀 멋있다'고 느낀 적은 있었지만(웃음). 의식적으로 꾸며내지 않는다. 만약 내가 멋있게 보이려고 한다면 굉장한 어색함을 느낄 것."

실제로 멋있게 보이기 싫어 낡은 슈트, 신발, 가방으로 지형도를 꾸몄다. 소지섭이 아닌 지형도로서, 리얼리티를 살린 회사원의 모습이 되고 싶어했다.

"회사원이 집에 가서 제일 많이 먹는 게 즉석밥과 라면이다. 그런 모습이 영화에서 표현된 것이고 의상이나 헤어도 실제 회사원에게 초점을 맞췄다. 몸에 딱 맞는 슈트가 아닌, 펑퍼짐한 슈트에 해진 가방 등 자세히 보면 전혀 멋있지 않다. 캐릭터 그 자체가 되려고 노력해야지 캐릭터가 멋있어 보이게 하려고 한 적은 없다. 지형도는 멋을 안 내는 일반 회사원이다."

특히 하얀 셔츠를 다리고 있는 지형도에게 사람 냄새가 물씬 났다. 다음날 출근을 위해 빳빳하게 셔츠를 다리는 우리의 모습과 같았다. 살인을 직업으로 삼는 섬뜩한 킬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남성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장면이다. 나도 다림질 좀 하는 편이다. 고등학교 때 셔츠를 직접 다려서 입고 단추가 떨어지면 꿰매 입기도 했다. 의외로 바느질 솜씨가 괜찮다(웃음)."

◆ "모든 액션 직접 소화했다"

비단 비주얼 뿐만이 아니다.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야'를 몸소 실천한 소지섭. 손이 보이지 않는 날렵한 액션으로 관객의 몰입을 이끈다. 특히 서 대리(장은아)와 벌이는 격투 신은 입이 쩍 벌어진다. 서 대리가 여자라는 사실에 충격은 더했다.

"서 대리와 액션 신을 찍는 순간 도망가고 싶었다. '설마 실제로 했겠어?'라며 믿지 못하겠지만, 스턴트맨 없이 모두 직접 연기했다. 처음 슛이 들어갔을 때는 서 대리가 내 발차기에 맞고 못 일어나더라. 나중에는 아파서 펑펑 울기까지 했다. 그래도 장은아가 끝까지 버텨내더라. 나중에 병원을 가야 했지만…."

당시의 상황을 곱씹으면서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배우로서 욕심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 소지섭은 위험한 장면이 아니라면 반드시 직접 연기를 해야하는 고집이 있다. 대역이 필요없는 배우로 남길 바랐다.

"나 역시 곽도원 선배한테 맞으면서 촬영했다. 다행히도 그런 묵직함이 화면에 잘 나왔다. 때리는 쪽도 맞는 쪽도 이번 영화에서 한꺼번에 해봤는데 역시 때리는 것 보다 맞는 편이 훨씬 편했다. 두발 뻗고 잘 수 있었다. 큰 부상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손목이나 발목, 무릎의 인대가 늘어나는 정도. 그런데 앞으로는 맞거나 때리는 촬영은 안 했으면 좋겠다. 진짜 미안했고 진짜 아팠다. 하하."

◆ "래퍼와 아이돌의 만남, 괜찮았다"

'회사원'에서 아이돌 동준(제국의아이들)의 연기 도전도 눈길을 끌었다. 동준은 소지섭과 같은 살인청부회사의 아르바이트생 훈을 연기했다.

소지섭에게 '래퍼와 아이돌의 만남'이라며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그러자 멋쩍은 웃음만 짓는다. 그럴 것이 소지섭은 'Pick Up Line'과 '그렇고 그런 애기'로 랩 실력을 뽐냈다. 그에게 동준과의 호흡을 물었더니 "예뻤다"고 정의를 내렸다. 외모뿐만이 아니라 마음 씀씀이가 보기 좋았다는 뜻이다.

"굉장히 의욕적인 친구다. 무엇보다 현장에 나왔을 때 배우처럼 나와서 예뻐 보였다. 겉모습만 배우가 아닌 배우의 마인드를 가지고 촬영장에 나타났다. 요즘 소속사에서 시켜서 나온 아이돌 친구들이 간혹 있는데 동준이는 달랐다. 연기에 대한 욕심도 있고 고민도 남달랐다. 궁금한 것들이 있으면 감독이나 다른 배우들에게 서슴없이 물어본다. 내가 약간의 팁을 주면 수첩을 들고 꼼꼼히 받아 적곤 했는데 어찌 안 예쁠 수 있나? 마음가짐이 바른 친구다."

소지섭은 이어 아이돌 출신에 대한 대중의 편견도 짚고 넘어갔다. 그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어느 정도 기회를 주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나 역시 배우의 길로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연기를 잘한 것은 아니다. 천천히 느긋하게 지켜봐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너그러운 마음까지 갖춘 완벽한 남자였다. 그에게 다음 작품에서 함께 하고 싶은 아이돌을 넌지시 물었다. 특유의 수줍은 미소를 짓더니 "글쎄…"라며 말을 아꼈다. '건축학개론'(이용주 감독)의 수지를 거론하자 "큰일 난다. 안된다"며 극구 사양했다.

"내가 수지에 비해 나이가 한참이나 많다. 아마 수지 팬들에게 욕을 들을지도(웃음). 상대역으로는 무리고 수지의 보디가드 정도면 할 수 있지 않을까? 관객들이 이입을 못 할 것 같다. 하지만 어울린다고 추천해준다면 생각은 해보겠다. 하하."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