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 말어?] '내가 살인범이다' 놓칠 수 없는 쫄깃한 다크호스 등장 (리뷰)

기사입력 2012.10.30 2:07 PM
[봐? 말어?] '내가 살인범이다' 놓칠 수 없는 쫄깃한 다크호스 등장 (리뷰)

 

[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뻔뻔하기가 양푼 밑구멍 같다. 살인에 대한 죄책감도, 감각도 상실했다. 대체 왜 죽이는지 이유도 없다. 한 마리 날파리를 죽이는 것처럼 쉽고 짜릿하기까지 하다. 괴물이라고 단정짓기에 부족하다. 괴물도 아까운 사이코패스다. 극악무도의 끝을 보여주는 악의 축이 등장했다. 대체 이놈의 정체는 무엇일까?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정병길 감독, 다세포클럽 제작)가 지난 29일 언론 배급 시사회를 통해 실체를 공개했다. 상업영화의 첫발을 내디딘 정병길 감독부터 데뷔 후 형사 역할은 처음이라는 정재영. 거기에 브라운관 스타 박시후의 첫 스크린 도전까지. 초짜들이 똘똘 뭉쳐 제대로 사고를 쳤다.

올해 수많은 사이코 패스를 접했지만 가장 강력한 놈이다. 혀를 내두를 정도의 무시무시한 '내가 살인범이다'의 줄거리는 이렇다. 15년 전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연곡 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난 2년 후 자신이 범인이라며 살인참회록을 들고 나온 이두석(박시후)과 10년째 이두석을 쫓다 그에게 끔찍한 상처를 얻은 연곡 연쇄살인범 담당 형사 최형구(정재영)의 숨 막히는 대결을 그렸다.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내가 살인범이다' 볼까? 말까?

◆ 감동 BEST

파격적인 상상력 : 간담이 서늘해지는 충격을 경험할 것이다. 연쇄살인범이 참회록을 들고 나오는 아이러니한 상황. 유가족에게 속죄하겠다며 미소 짓는 이두석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갑자기 속이 뒤틀리며 욕이라도 한 바가지 시원하게 해주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는다.

정 감독은 극장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다가 끝까지 남아있는 한 남성을 발견했고, 그 남성으로부터 '내가 살인범이다'의 상상이 시작됐다고 한다. 2006년 공소시효 만료로 끝내 범인을 찾지 못한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그의 발칙한 상상이 빛을 발했다. 공소시효 제도에 대한 날 선 시선과 외모지상주의, 잘못된 팬덤 문화 세태 등을 꼬집는 정 감독의 위트를 찾을 수 있다.

간담 서늘한 캐릭터 : 정재영, 박시후 두 배우의 '쫀쫀한' 대립이 상당하다. 극과 극 비주얼 마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두 사람의 짜릿한 대립 구도가 만만치 않다. 팽팽한 줄다리기의 승자를 맞춰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재영은 사포처럼 거칠고 굶주린 짐승처럼 사나운 최형구를 열연했다. 또 범인에게 당한 얼굴의 상처까지 완벽히 흡수했다. 특히 툭툭 내뱉는 깨알 같은 위트로 긴장감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 사이코패스 역할을 간절히 원했다는 박시후 역시 제대로 칼을 갈았다. 살인미소의 정석을 보여준 박시후는 이두석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이며 극의 몰입도를 이끌었다. 이밖에 김영애, 김종구, 조은지 등 명품 조연의 열연도 한몫 단단히 했다.

대나무 숲 찾게 하는 반전 : 기가 막힌 반전으로 허를 찌를 것. 반전이 밝혀지는 순간 이야기는 다시 리셋된다. 야무지게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기란 쉽지 않지만 풀리고 난 실타래의 끝은 알싸하다. 코끝이 찡해지는 먹먹함은 보너스다.

영화가 끝난 후 처음부터 곱씹어보면 완벽한 퍼즐 맞추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 반전을 말할 수 없는 간질간질함이 못내 통탄스럽다. 대나무 숲을 찾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

◆ 안습 BEST

신인 감독의 과한 패기 : 신인 감독의 상상력은 박수를 받을만하다. 하지만 상상력이 많아도 너무 많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자식이 없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중구난방 식 스토리가 조금 아쉽다.

다양한 구성은 좋으나 이두석과 최형구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야생남' 최형구가 범인의 뒤를 쫓기에도 부족한 시간 국민토론에 열중한다는 설정 자체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이 자체도 반전을 위한 개연성이므로 너그럽게 용서해야 할 듯 싶다.

과유불급 카체이싱 : 전체 회차의 45%, 예산의 1/3 규모가 액션 신을 위해 투자됐다는 '내가 살인범이다'. 그 중 가장 공들인 카체이싱 역시 길어도 너무 길다. 삼각 수영복만 입고 자동차 보닛 위에서 갖은 고생을 한 박시후의 열연은 눈물겹다. 그러나 편집의 미학은 필요했다.

물론 14대의 차량이 완파되는 엄청난 규모만큼 카체이싱 만의 스피디함과 역동적인 액션이 잘 살아있어 감탄스럽다. 배우뿐만 아니라 스태프들의 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공들인 자식을 너무 앞세워 자랑하는 꼴. '그만 달려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지루함이 밀려온다.

◆기자가 관객이라면?

11월 놓쳐서는 안될 쫄깃한 반전 : 노래 부를만한 박시후의 완벽한 살인범 연기와 배트맨의 조커(히스 레저)도 울고 갈 정재영의 폭발적인 비주얼이 상상 그 이상이다. 심장을 조이는 박진감과 짜릿한 쾌감까지. 119분 동안 느끼는 오감 만족의 향현. 놓쳐서는 안 될 11월 기대작이 확실하다.

언니들 밤잠 못 자게 만들 박시후의 수영장 신은 정병길 감독의 선물. '살인의 추억'을 본 관객들에게 100% 추천. 무엇보다 대선 후보들에게 공소시효 폐지 공약을 부탁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어두운 골목 담뱃불 트라우마 주의. 청소년 관람불가. 오는 11월 8일 개봉.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