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 말어?] '철가방 우수씨' 감동 한 뚝배기 하실래예? (리뷰)

기사입력 2012.11.15 3:02 AM
[봐? 말어?] '철가방 우수씨' 감동 한 뚝배기 하실래예? (리뷰)

[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잊고 사는 걸까? 서로 물고 뜯기 바쁜 한(恨) 많은 이 세상, 분노와 슬픔으로 피폐해진 심장에 한 줄기 따뜻한 빛이 내리쬔다. 순두부처럼 뽀얗고 말캉한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를 읊조리는 김우수(최수종). 차가웠던 마음이 눈 녹듯 녹아내리는 순간이다. 바로 지금, 힐링이 필요할 때다.

영화 '철가방 우수씨'(윤학렬 감독, 대길ES 제작)가 지난 14일 언론 배급 시사회를 통해 뚜껑이 열렸다. '키스도 못하는 남자'(94, 조금환 감독) 이후 18년 만의 스크린 복귀로 예비 관객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최수종은 데뷔 25년 차 연기 신공을 십분 발휘해 영화에 투자했다. 비단 금전적인 투자가 아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마음을 투자한 것.

'기부천사'로 불렸던 故 김우수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철가방 우수씨'의 이야기는 이렇다. 고아로 자라 가난에 대한 분노로 얼룩진 삶을 살아온 김우수는 세상을 원망하며 저지른 실수로 1년 6개월간 교도소에 수감됐다. 외롭게 수감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불우한 아이들의 사연이 담긴 책을 접했고 그 계기로 아이들의 후원을 시작하며 기적과도 같은 행복을 맛보게 된다.

중국집 배달부로 일하며 70만원의 월급을 받는 김우수는 한 평 남짓한 고시원 쪽방에서 생활하지만 고달프거나 불행하지 않다. 그에겐 다섯 명의 아이들이 있기 때문. "감사합니다. 나한테 감사하데요. 나한테도 감사하다는 사람이 있어요. 감사합니다. 또 감사합니다…."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살았던 김우수의 작지만 큰 이야기를 그린 '철가방 우수씨' 볼까? 말까?

◆ 감동 BEST

코끝이 시큰해지는 실화 : 감동 드라마가 모두 그렇듯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신파는 절대 억지스럽지 않다. 습자지에 먹물이 퍼지듯 조용히 부드럽게 파동을 일으킨다. 따뜻한 살 내음이 물씬 풍긴다.

김우수는 천사가 아니다. 피에로 분장을 한 나이트클럽 호객꾼이기도 했고, 길거리 바닥을 이불 삼았던 노숙자이기도 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마주칠법한 이웃이다. 바로 실화가 주는 힘이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이들이 내 친구이자 가족이라는 김우수의 말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재능기부 할만한 연기력 : 재능기부란 기업이나 개인이 가진 재능을 사회단체 또는 공공기관 등에 기부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다. '철가방 우수씨'는 재능기부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부활의 김태원은 음악을 기부했고 소설가 이외수는 주제가 가사를, 디자이너 이상봉은 의상을 기부했다.

배우들의 연기 기부도 눈에 띈다. 최수종을 비롯해 기주봉, 이수나, 이미지, 김정균, 장혜숙, 오지헌 등 모자람 없는 옹골찬 연기로 영화를 잘 만들었다. 모든 배우가 캐릭터와 100% 동화돼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완성도를 높였다.

위트 '살아있네~' : '철가방 우수씨'가 감동 드라마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100분 내내 눈물을 쥐어짜지 않는다. 깨알 같은 위트로 영화를 보는 내내 먹먹함을 달래준다. 윤학렬 감독의 밀당 수준이 제법이다.

김우수 씨의 실화를 전제로 했지만 약간의 픽션을 가미해 좀 더 탄력 있는 감동을 자아냈다. '덜 떨어진' 배달부 동선 역을 맡은 오지헌은 맛깔나는 바보 연기로 웃음을 유발했다. 특히 상상도 못했던 김우수와 배마담(장혜숙)의 로맨스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안습 BEST

극적 반전 없는 밋밋함 : 윤 감독은 작가 출신 감독으로 '철가방 우수씨'의 각본을 쓸 당시 극적인 장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잔잔한 스토리로 밋밋함을 전해준다. 절절한 감동을 선택하는 대신 데미지를 얻은 셈. 조금 지루함이 느껴진다.

김우수를 좀 더 잔인한 과거 속으로 밀어 넣고 싶다는 유혹이 컸지만 진정성을 다루고 싶어 과감히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김우수 씨의 삶에 근접하려던 윤 감독의 노력은 가상하나 일단 관객의 시각을 사로잡는 도전도 필요하지 않을까?

소심한 사회 비판 : 영화 속 김우수는 주변 이웃들에게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하며 '인간 힐링제'를 자처한다. 그렇지만 문제는 사회 이면이다. 백날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인 것처럼 김우수의 힐링 전파에도 사회는 어둡기만 하다. 물론 영화적 감성으로 김우수의 방식이 통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철가방 우수씨'가 말하는 고발은 김우수와 많이 닮았다. 조근조근 잔잔히 던진다. 비정규직으로 인한 보험가입 제안, 무연고자 시신처리 등 목청껏 소리쳐도 될 법한 일들을 유들유들하게 넘긴 소심함이 못내 아쉽다.

◆기자가 관객이라면?

감동 한 뚝배기 하실래예? : 'OO왕'으로 불러야 할 것 같은 최수종의 스크린 복귀는 일단 성공적이다. 그동안 발산했던 카리스마는 잠시 잊어도 좋을 듯. 착할 善(선)을 두 눈 가득 담은 순수남 최수종의 변신이 새롭다.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비주얼은 보너스.

뼛속까지 시린 추운 겨울날, 자신에게 따뜻한 감동 한 뚝배기 선물해주는 건 어떨런지? 힐링이 필요한 지금, 김우수표 힐링 주사 한 방 맞고 훌훌 털어버리자. 효과 제대로 발휘하는 예방 접종이다. 12세 관람가. 오는 22일 개봉.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