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배우] '마의' 최범호 "탤런트 동기 장동건은 엄지, 나는 새끼 손가락"

기사입력 2012.11.18 9:00 AM
[아!그배우] '마의' 최범호 "탤런트 동기 장동건은 엄지, 나는 새끼 손가락"

[TV리포트=손효정 기자] MBC드라마 '마의'에서 혜민서 의학교수 조정철 역으로 나오는 배우. 어쩐지 얼굴도 목소리도 모두 낯익다. 어떤 작품에서 봤는지 단번에 떠올리기 힘든 기억력의 결례. 분명한 것은 '명품 조연'으로 각인돼 있다는 점이다.

'아! 그 배우' 이름은 최범호. 1964년생이며 1992년 MBC 21기 공채 탤런트다. '마의'를 포함해 이병훈 감독의 작품, '하얀거탑' '히어로' 등에도 출연했다.

케이블TV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의 머리 희끗한 정우식 국장도 최범호였다. 비 신세경 주연의 영화 '알투비:리턴투베이스'에서는 항공전대장 역으로 등장했다.

여의도 MBC에서 만난 최범호는 드라마 속 모습보다 훨씬 젊고 선도 굵어 보였다. 공채탤런트답게 그는 지인들과 인사하기 바빴다. 청소하던 아주머니도 그를 보고 밝은 미소를 띄우며 인사를 건넬 정도였다. 따뜻한 인성이 절로 느껴지는 배우였다.

그는 자신을 ‘단역배우’라고 겸손하게 표현하면서도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그의 긍정 에너지에 푹 빠졌다.

◆ "이병훈 감독의 페르소나? 처음 듣는 말"

'마의'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조연으로 활약 중인 최범호. 알고보니 이병훈 감독과 계속 호흡해 왔다. '이병훈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릴만하다.

이에 대해 최범호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거기에 어울리는 사람은 내가 아니다"며 이희도, 서범식, 임현식, 맹상훈 등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MBC '이산' 때 내시 역할을 맡으며 이병훈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허준'과 '대장금'에서 단역 연기를 펼쳤다. '상도'에서는 5~6회 정도 출연했다.

최범호는 "'동이'에는 출연을 못했다. '이산' 출연 배우들은 '동이'에 출연을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희도 형님은 '동이'에도 나왔다"며 "지명도라든지 캐릭터라든지 그런 것이 부족했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사실 나는 '어느 배우는 어느 사단이다' 그런 것에 들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고 생각한다. 어느 작가나 감독의 작품에 누가 나온다는 것을 배우도 시청자도 다 안다. 그 안에 포함되고 싶었고, 누리고 싶었다.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때로는 연약함을 느낀다."

◆ “장동건은 엄지 손가락, 나는 새끼 손가락"

인터뷰를 하는 내내 최범호의 겸손함이 넘쳤다. 그는 사실 과거엔 자격지심에 휩싸인 사람이었다고 고백했다. '나는 못난 사람'이라는 트라우마는 그가 고등학교 에 진학할 때 시작 됐다.

"인문계 연합고사에서 떨어지면서 충격이 컸다. 나는 못난 놈이다라고 생각했다. 농고에 가서 여학생들하고 많이 놀고 담배도 피우고 그랬다. 재수를 하고 힘들게 대학교에 들어갔다. 우리학교가 국립대라서 연극영화과가 없다. 연극반에서 밥을 준다고 해서 처음 들어갔다. 이후 과 공부는 하나도 안 하고 연극 연습만 했다. 계속 부모님께 불효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늘 아프게 했다."

최범호는 대학 졸업 후 무조건 서울로 왔다. 영업, 아동용 비디오 제작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도 배우 도전 역시 멈추지 않았다. 그는 5~6번 넘게 탈락을 맛본 후 비로소 MBC 21기 공채 탤런트가 됐다. '탤런트'라는 이름은 부여 받았지만 길은 쉽게 펼쳐지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나를 본 지인들은 '조금 많이 나올 줄 알았다 했는데 지나갔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나는 왜 못났을까, 잘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나. 내가 아는 감독 작가한테 인정받아야겠다 생각했다. 인생의 목적이 성공이었고, 인정받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이 없어도 차가 없어도 나는 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최범호의 열등감 속에는 잘 나가는 동기들도 한 몫했다. 그의 공채 탤런트 동기는 장동건, 박주미, 김원희 등이다. 그는 현재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동기들을 엄지 손가락에, 자신을 새끼 손가락에 비유했다. 자신은 초라하고 작은 새끼손가락이라는 것. 그러면서도 그는 "손가락은 모두 있어야하며,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범호는 "배우로 산 지 20년이다. 나는 지금 배우 인생의 하프 타임에 있다고 생각한다. 남은 시간은 전반전처럼 안 살려고 노력 중이다"며 각오를 다졌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단역배우, 엑스트라는 하나의 직업일 뿐이다. 내가 조금 인기가 없고 단역이라고 해서 자격지심에 빠지고 싶지 않다. 방향을 모르는 사람들을 세워주고 회복시키는 배우가 되고 싶다. 어느 배역을 맡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어려운 누군가가 있다면 손 내밀어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진=MBC '마의',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 화면 캡처, 영화 '길' 스틸컷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