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 말어?] '돈크라이마미' 강추하기엔 2% 아쉬운 연기돌 (리뷰)

기사입력 2012.11.16 2:46 AM
[봐? 말어?] '돈크라이마미' 강추하기엔 2% 아쉬운 연기돌 (리뷰)

[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엄마는 딸을 잃었다. 딸은 엄마의 생일을 하루 앞두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가여운 딸은 사랑하는 엄마에게 마지막 선물을 남겼다. 하얀 눈처럼 깨끗한 케이크에 서러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돈 크라이 마미(Don't Cry Mommy). 가슴 속 넘쳐 흐르는 먹먹함이 사무치게 슬프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분노에 부들부들 손이 떨린다. 쿵쾅거리는 심장은 멈출 줄 모른다. 명치 언저리에 꽉 막힌 한숨을 내뱉어 보지만 답답한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애꿎은 가슴만 내리칠 뿐….

영화 '돈 크라이 마미'(김용한 감독, 씨네마 제작)가 지난 15일 언론 배급 시사회를 통해 그 복수의 실체를 공개했다. 첫 영화 연출작인 김용한 감독은 세상의 모든 엄마가 울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돈 크라이 마미'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충격적인 실화를 가감 없이 직설적으로 풀어냈다. 신인 감독의 패기가 날카롭고 야무지다. 제법 센 직구를 던졌다.

청소년 성범죄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남편과 이혼하고 새 출발을 준비하던 유림(유선)에게는 막 고등학생이 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은아(남보라)가 있다. 그러나 은아는 같은 학교 남학생들로부터 집단 강간을 당하게 되고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딸을 한순간에 잃은 절망과 반성 따위 시궁창 밑바닥에 던져버린 가해자들의 뻔뻔함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밀려온다. "사형시켜 주세요. 전부 다" 피를 토하는 심정이다. 딸을 잃은 엄마의 처절한 복수를 그린 '돈 크라이 마미' 볼까? 말까?

◆ 감동 BEST

충격적인 실화 소재 : '돈 크라이 마미'는 2004년 밀양의 한 여중생이 44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비슷한 또래였던 미성년 가해자들은 성폭행뿐만 아니라 성폭행을 자행하는 모습을 휴대전화와 캠코더로 촬영해 추후 1년간 협박의 도구로 사용했다.

이런 믿기지 않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주먹이 절로 쥐어지는 현실이다. 동영상 속의 은아를 보는 순간 두 눈 가득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유림의 분노는 비단 유림만의 것이 아니다. 모든 연령층에게 공감을 이끌며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사법부 향한 쓴소리 : 하루 44.3건, 시간당 1.8건(2009년 대검찰청 집계 기준)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다고 한다. 특히 성폭행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대부분 무죄 또는 집행유예로 사건이 처리된다. 미성년 가해자에 대한 처벌 체계와 사후 조치가 확립되지 않은 것.

김 감독은 이런 현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재판장에서 힘없는 엄마는 목놓아 울 뿐이다. "이게 재판이야?"라며 절규하는 유선이 가엽기 그지없다. 합의해서 받은 돈으로 한약이나 먹이라는 변호사의 말이 가슴을 울린다. 대체 이 나라는 누굴 위한 나라일까?

전율 흐르는 연기 : 두려움과 분노,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표현한 유선의 모성애 연기는 소름 끼친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 입술이 터지고 피범벅이 됐지만 죽은 딸의 넋이라도 달래고 푼 엄마의 마음이 절절히 와 닿는다.

남보라의 진정성 있는 연기 또한 박수받을 만하다. "나 아직도 너무 더러워"라며 스스로를 탓하는 장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툭 하면 터지는 '울보' 남보라를 100% 이해할 수 있을 것. 게다가 악인의 끝을 보여준 권현상과 이상민의 모습도 몸서리쳐진다. '국민 죽일놈'으로 단번에 등극한 이들, 당분간 밤길 조심해야 할 듯 싶다.

◆ 안습 BEST

미지근한 반전 : 신인 감독의 스킬이 부족했던 것일까? 분명 반전이 있는 것 같은데 당최 찾아볼 수가 없다. 김빠진 맥주를 마신 것처럼 맨송맨송하다. '헉' 소리가 날 만한 포인트가 없고 뜨뜻미지근하다. 처절한 복수는 좋은데 강력한 한 방이 없다.

전반전 열심히 수비했지만 후반전 들어 어이없게 실책한 꼴.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면 '설마 그게 반전?'이라며 의문을 품을 것. 차라리 반전 없이 담백하게 풀어나갔더라면 깔끔하기라도 할 텐데.

국어책 읽는 연기돌 : 우후죽순 쏟아지는 연기돌. 잘해도 본전인 아이돌 가수 동호의 연기 도전이 매우 거슬린다. 하필 관객의 몰입도를 최대로 이끄는 클라이맥스 부분에 제대로 훼방을 놓는다. 국어책을 읽듯 무미건조한 조한(동호)의 "살려주세요"는 극장 출입문을 찾게 만든다.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격. '미스 캐스팅'이 한탄스러울 뿐이다. 촬영 당시 일본과 국내를 오가며 촬영한 정성은 기특하지만 발연기는 아쉬울 따름이다. 야구를 좋아하던 사랑스럽고 귀여운 그의 모습이가 그립다. "그렇게 나쁜 일인 줄 몰랐어요"라는 조한의 어색한 카피가 머릿속을 맴돈다.

◆기자가 관객이라면?

강력 추천하려다 멈칫하게 만드는 발연기 : '국민 엄마' 유선과 '국민 울보' 남보라의 앙상블이 환상적이다. 전 국민의 사회적인 분노를 이끌며 제2의 '도가니법(2011년 개봉된 '도가니' 영화를 통해 만들어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길 간절히 바란다.

청소년 필견 무비로 당연히 추천하고 싶지만 일부 배우의 아쉬운 발연기가 멈칫하게 만든다. 오글거리는 손발을 견딜 수 있다면 볼만한 영화. '멘붕스쿨' 서태훈의 연기 조언 필요. "나~는, 연~기하고 싶다고. 꺼이꺼이꺼이" 15세 관람가. 오는 22일 개봉.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