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 말어?] '범죄소년' 세상 모든 '실수소년'에게 바치는 위로 (리뷰)

기사입력 2012.11.21 2:24 AM
[봐? 말어?] '범죄소년' 세상 모든 '실수소년'에게 바치는 위로 (리뷰)

[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영화 '범죄소년'(강이관 감독, 영화사 남원 제작)이 언론 배급 시사회를 통해 모습을 공개했다. 주연을 꿰찬 서영주는 장지구 역을 완벽히 연기해 도쿄국제영화제 사상 최연소 최우수남우상을 수상했다. 첫 영화 주연에 상까지,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며 무서운 신예의 등장을 알렸다. 그뿐만 아니다. 2000년 '하피'이후 12년 만의 스크린 복귀인 이정현은 미혼모 역할로 팔색조 같은 변신을 꾀했다. 거기에 유수 영화제에서 이름을 알린 강이관 감독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

문제적 엄마와 범죄소년을 그린 영화의 이야기는 이렇다. 자질구레한 범죄를 저질러 보호관찰 중인 문제아 지구는 나쁜 친구들과 함께 빈집털이에 가담하게 된다. 결국 절도죄로 체포되고 그를 구제해 줄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소년원에 가게 된다. 소년원에 있는 동안 유일한 가족인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동시에 죽은 줄만 알았던 엄마가 눈앞에 나타난다.

엄마는 13년 만에 아들을 만나 가족의 정에 대해 새롭게 느낀다. 과거를 속죄하며 아들을 의지하고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하지만 지구의 여자친구가 임신했다는 사실에 깊은 충격에 빠진다. 엄마는 또 다시 지구를 버리게 되고 가여운 지구는 또다시 소년원에 들어가게 된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비극의 굴레 '범죄소년' 볼까? 말까?

◆ 감동 BEST

범죄소년? 가여운 소년 : 강이관 감독의 페이크. 모두를 제대로 낚은 위트(?)있는 센스. 소년을 마주하기 전 제목에서 풍겨오는 포스로 위협을 가하지만 실상은 유들유들하다. 범죄를 가장한 역설이다. 긴장된 승모근을 릴렉스 해도 좋다.

범죄가 아닌 실수다. 어쩌면 실수보다 잘못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지도. 냉혹한 세상에 일침을 가하는 것. 실제 강 감독은 소년원 취재 당시 극악한 범죄를 저지를 이들은 20%, 나머지 80%는 절대적 빈곤으로부터 오는 단순 절도 및 폭력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 번의 실수로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다.

14세 소년의 연기 신공 :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여기 금싸라기 떡잎이 발견됐다. 중학생 2학년이 보여주는 묘한 감성에 나도 모르게 두근두근. 누나들은 가녀린 심장을 잘 다스릴 것. 영화를 보는 107분 동안 "오빠"라고 외치고 싶은 충동이 불끈불끈 솟을지도 모른다.

실제 지구의 나이보다 1살 어린 서영주. 의젓한 소년이 보여주는 연기 신공이 엄청나다. 어린 나이에 힘들었을 베드신이 마음 걸리지만, 어색함이 없다.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감성을 타고났다. 소년원 창가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창밖을 바라보는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리얼리티 살린 사회문제 : 나쁜 엄마와 나쁜 아들. 범죄소년의 비극은 범죄세대의 대물림이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 느낀 강 감독의 체험을 한껏 반영한 리얼리티가 곳곳에 살아있다. 부재한 가정에서 오는 정신적인 빈곤이 아이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다.

효승(이정현)과 지구의 관계를 통해 가감 없이 사회를 꼬집었다. 특히 실제 소년원에서 촬영한 장면은 관객에게 피부 깊숙이 느껴지는 체감을 전하며 소년원생의 낯설지 않은 소년원 모습을 드러냈다.

◆ 안습 BEST

자주 맥 끊는 장면전환 : 러닝타임을 위한 살점 도려내기지만 중간중간 맥이 툭툭 끊기는 아쉬움이 있다. 효승을 감싸주는 아들 지구의 교감을 느끼기도 전 맥을 끊는 장면 전환이 못내 서운하다. 뜨끈뜨끈한 무언가가 목구멍으로 올라오려던 찰라 차가운 얼음물을 쏟아붓는 격.

무엇보다 지구가 여자친구의 임신을 고백하면서 효승의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그때. 단순히 효승의 가출로 허둥지둥 포장해버리는 무심함이 가슴 언저리에 걸린다.

2% 부족한 결말, 그 허전함 : 애처로운 모자(母子)에게 따뜻한 결말을 선물해 주고 싶은 희망은 관객의 오지랖일까? 또 지구의 여자친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수많은 궁금증으로 머리는 포화상태.

열린 결말로 친절 아닌 친절을 베푼 강 감독의 이해심은 높게 산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방향을 제시한 열린 결말이었다면 어땠을까? 뒷이야기를 기대하려던 순간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는 황당함. '어라?' '그래서?'를 외치게 한다. 비극과 희극 사이의 줄다리가 여간 감질맛나게 만든다.

◆기자가 관객이라면?

서영주의 일품 범죄연기 강추 : 두말하면 잔소리, 세말하면 입아프다. 강력한 루키의 등장에 긴장들 하시라. 느낌 충만한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우량주 서영주다. 정기 적금처럼 든든하다. 10년 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오감 만족 시켜줄 것이다. 중학생에게 마초남 냄새가 물씬, 제2의 하정우다.

범죄소년이라고 겁내지 말자. 손난로처럼 은근한 따뜻함으로 시린 마음을 천천히 녹여준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범죄소년'이라는 영화 카피처럼 주변을 둘러보면 볼 수 있는 가까운 세상 이야기. 어제 부모님과 심하게 다툰 당신, 일탈을 계획하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실수소년'에게 바치는 심심한 위로. 15세 관람가. 오는 22일 개봉.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