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주연영화 잔혹사 "흥할 수 없겠느냐"

기사입력 2012.11.23 10:23 AM
아이돌 주연영화 잔혹사 "흥할 수 없겠느냐"

[TV리포트=황소영 기자] 아이돌 가수가 주연을 맡으면 그 영화는 흥하기 힘들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상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자칼이 온다'(배형준 감독, 노마드필름 제작)는 3632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9위를 기록했다. 시사회를 포함한 누적관객수는 18만0847명이다. 

'자칼이 온다'는 전설의 킬러 봉민정(송지효)과 여심킬러 톱스타 최현(김재중) 사이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담았다. 특히 그룹 'JYJ' 김재중의 첫 스크린 도전작이라 아시아 6개국에 선판매되는 호재를 등에 업고, 15일 흥행을 목표로 힘차게 개봉했다.

이처럼 뜨거운 관심과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한국 영화시장에서의 중간 성적은 초라하다. 관객 100만 돌파시 자장면을 쏘겠다는 호기 어린 공약이 머쓱해질 지경이다.

그렇다고 김재중한테만 무거운 짐을 지우는 건 곤란하다. 지금껏 아이돌 가수들이 주연을 맡은 영화를 되돌아보면 대부분은 낯 부끄러운 성적표를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젝스키스'와 'H.O.T' 주연의 영화 역시 팬들에겐 더 없이 고마운 선물이었다. 두 그룹은 각각 1998년 영화 '세븐틴'으로, 2000년 '평화의 시대'에 출연했다. 하지만 일반 관객들로부턴 계속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서둘러 개봉관 자리를 비워줘야 했다.

'세븐틴'은 젝스키스 멤버들을 화이트키스와 블랙키스로 나눠 17세 청소년의 일탈을 다뤘다. 반면 '평화의 시대'는 서기 2200년 평화를 기원하는 축구제전 갤럭시컵에서 지구 대표팀으로 나선 H.O.T 멤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들은 다소 유치한(?) 스토리라인 때문에 일부 팬들조차도 보기 힘들었던 영화로 꼽힌다. 

이후에도 아이돌 가수들의 스크린 도전은 계속됐지만 빛을 보진 못했다.

'신화'의 김동완이 주연을 맡은 영화 '돌려차기'는 6만8,000명이란 성적에 만족해야 했고, 동 그룹 멤버인 이민우 주연의 '원탁의 천사', 젝스키스 은지원 주연의 영화 '여고생 시집가기'는 흥행도 흥행이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된 배우라는 평가만 남기고 사라졌다. 말 그대로 아이돌 가수의 영화 잔혹사였던 셈이다.

물론 이들 외에 주연은 아니지만 연기력을 인정받아 수상의 영광까지 안은 주인공도 있다.

'빅뱅'의 탑은 2010년 개봉한 '포화 속으로'를 통해 제31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과 인기스타상, 제8회 맥스무비 최고 영화상 최고의 남자 신인배우상, 제4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신인연기상 등을 수상하며 '아이돌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스에이'의 수지 역시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어린 서연 역으로 변신, 제48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며 국민 여동생 캐릭터로 맹활약 중이다.

그러나 신세대 아이돌 출신 배우들은 아직 자신들의 이름을 타이틀로 내세운 영화로 승부를 건 것이 아니기에 현재 시점상으로 정확한 평가를 내리긴 힘들다. 물론 이들이 잔혹사로 명명된 오욕의 역사(?)를 깨줄 것이란 기대는 크지만 말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아이돌 가수들의 흥행 파워를 믿고 영화를 찍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면서도 "최근엔 연기력까지 검증받은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니 앞으로를 기대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황소영 기자 soyoung920@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