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임슬옹 "보이지 않는 손? 전혀 신경 안썼다" (인터뷰)

기사입력 2012.12.05 4:11 PM
'26년' 임슬옹 "보이지 않는 손? 전혀 신경 안썼다" (인터뷰)

[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임슬옹(25)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아오~ 저놈의 자식을 그냥!'이라는 탄식이 입 밖으로 절로 나온다. 임슬옹을 겨냥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권정혁에게 던지는 타박이다. 할 수만 있다면 밧줄로 꽁꽁 묶어 어딘가에 가두고 싶다.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을 바탕으로 한 영화 '26년'(조근현 감독, 영화사청어람 제작). 임슬옹은 친누나가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한 후 경찰이 되어 세상의 정의를 지키겠다는 믿음을 가진 권정혁을 연기했다. 게다가 작전에서 '그 사람'(장광)과 관련된 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원이었다.

"권정혁이 좀 답답했죠? 거사를 망친 녀석인데(웃음)…. 영화 보시면 '아이고~'라면서 다들 한숨을 쉬시더라고요. 한 대 쥐어박고 싶으셨을 거에요. 저도 그렇게 봤는걸요. 영화를 보신 분들이 미워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네요. 그래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전 권정혁이 아니니까 덩달아 미워하시면 안 됩니다. 하하."

◆ '26년' 덕분에 박학다식해졌다

임슬옹은 최근 운동을 하다 왼쪽 발등과 발가락이 골절되는 중상으로 수술까지 받았다. 깁스한 다리가 불편한지 여전히 절뚝 절뚝거렸다. 다행히 통증이 많이 가라앉았다며 상대를 안심시켰다. "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이냐?"며 안타까움을 토로하자 '26년' 때문이란다.

임슬옹은 "영화 홍보를 다니기 전에 살을 빼려고 운동하려다 이렇게 됐다"며 "영화 촬영하면서 선배들과 술자리가 많았다. 살이 8~9kg 정도 쪘다. 이 상태로는 안 되겠다 싶어 급하게 운동을 들어갔고 3주 만에 9kg을 감량했다. 급하게 운동을 하다 보니 빈혈이 생기더라.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져서 부러지게 됐다. 이게 다 회식 때문이다"고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 멤버 조권의 말을 빌려 발라드 가수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부상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넉살 좋은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막상 '26년'을 이야기할 때는 한없이 진지해지는 청년이다. 자신에게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26년'. 물론 영화적인 내용이 그러하지만 배우로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준 고마운 은인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단다. 초등학생 글짓기 시간의 한 구절 같지만 '26년'을 하면서 잊고 있었던 애국심을 생각하게 됐다고.

영화 촬영에 앞서 과거 신문을 찾아보게 됐다는 임슬옹. 정치면을 읽어내려가며 차근차근 습득했고 이어 역사에 눈을 돌리게 됐다. 더불어 경제, 사회면까지 두루 섭렵했다. 살면서 지식의 틀을 완성하게 될 줄 몰랐지만 이번 기회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학교에선 시험을 위해 외우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언제 일어난 운동인가?' 정도죠. 교과서 속 한 페이지로 기억하다가 좋은 시기에 제대로 배우게 된 거죠. 5.18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책, 자료 등 준비를 철저히 했어요. 그렇게 해야만 제가 이 작품에 참여해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덕분에 박학다식해지고 좋았죠."

◆ 보이지 않는 손? 무슨 상관!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에피소드가 돼버린 '26년'의 제작무산. 4년 동안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수차례 제작과 무산을 반복하는 산통을 겪었던 작품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배우, 감독들에게 시나리오가 거쳐 가기도 했다. 한 간에는 정치적 색이 강한 '26년'을 하게 되면 하는 일에 트러블이 생긴다는 루머 아닌 루머가 돌기도 했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26년'은 위험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거절도 많이 당한 비운의 시나리오이기도 했다. 하지만 임슬옹은 의외로 덤덤했다.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눈치다. 그는 시나리오를 접하기 전 강풀 작가가 웹툰으로 연재하고 있던 당시 '26년'을 접했다고 한다.

임슬옹은 "웹툰이 연재될 때 봤던 작품을 시나리오로 다시 접하니까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더라. 전적으로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선택한 것이다. 사실 신인배우라 영화 제작에 대해 잘 몰랐던 점도 있다. 그래서 겁 없이 뛰어들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라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지금까지도 '26년'에 대해 좋은 시선만 있는 건 아니다. 이에 임슬옹은 "영화는 영화로서만 봐줬으면 좋겠다"며 "예전이나 지금이나 영화로서 재미있으면 흥행할 것이고 재미가 없다면 흥행하지 못할 것이다. 다른 의미로 예민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26년' 언론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혜진 누나가 그런 말을 했잖아요. 광고도 드라마도 무리 없이 잘 들어오고 있다고. 저도 지금 여전히 광고 잘 나가고 있고요. 작품도 간간이 들어오고 있어요. 우려와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하하."

◆ '연기 흉내'란 소리 듣고 싶지 않았다

광주를 배경으로 한 만큼 사투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구수하고 걸쭉한 사투리의 향연을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무안할 정도로 임슬옹의 사투리 연기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고작 누나를 떠올리며 울먹이는 장면 정도다.

아이돌 가수 출신의 연기력 논란이 걱정됐던 걸까? 임슬옹에게 사투리에 대해 물었더니 개인 과외까지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선생님께 철저히 레슨을 받았다. 광주 사투리 중에 '~하는 것이'를 '~하는 그시'라고 말한다. 그런 것들을 주로 배웠다. 안타깝게 권정혁은 흥분할 때만 사투리가 툭툭 튀어나오는 캐릭터라서 잘 안 들렸던 것뿐이다"고 말했다.

임슬옹은 '전남의 아들'로 불리는 멤버 정진운도 언급했다. 어머니와 통화를 할 때 사투리가 가장 많이 나온다는 정진운. 덕분에 사투리가 어색하지 않고 익숙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경상도 출신이라서 아직도 발음에 있어 억양이 남아있다. 그래서 광주 사투리가 귀로는 충분히 익숙하나 입으로 내뱉기가 힘들었다고.

"대중들이 아이돌 출신의 연기자들을 더 예민하게 보는 것 같아요. 그런 대중의 눈을 의식하면서 연기했어요.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죠. 사투리 연기도 그랬어요. 저 때문에 작품에 흠집이 날까 걱정이 많이 됐죠. '아이돌 가수가 하는 연기 흉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어요. 배우로서 3개월 동안 최선을 다 했죠. 이제 배우 임슬옹으로 불려도 되겠죠?"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