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 말어?] '베를린' 하정우라 쓰고 '신의 한수'라 부른다 (리뷰)

기사입력 2013.01.23 8:07 AM
[봐? 말어?] '베를린' 하정우라 쓰고 '신의 한수'라 부른다 (리뷰)

[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는데 류승완 감독은 최고급 다이아몬드를 꿰어서 명품 옷을 제대로 만들어 입었다. 훌쩍훌쩍 감성을 자극했던 새해 스크린, 촉촉했던 눈가를 거침없이 닦아내자. 액션에 있어 신의 한 수가 등장. 10년 묶은 체증이 한방에 풀린다.

지난 21일 언론 배급 시사회를 통해 초대형 액션 영화 '베를린'(류승완 감독, 외유내강 제작)의 정체가 드러났다. 액션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류승완 감독과 '충무로 대세' 하정우, '1000만 배우' 전지현, '팔색조' 류승범, '국정원 조상님' 한석규까지 초호화 캐스팅으로 2013년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더니 과연 허풍이 아니었다. 판을 벌여도 야무지게 벌였다.

긴장감에 두 손은 땀으로 흥건, 몸은 이미 스크린 안으로 들어가 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베를린'의 이야기는 이렇다. 거대한 국제적 음모가 숨겨진 운명의 도시 베를린에서 북한 최고의 비밀요원 표종성(하정우)과 아내 연정희(전지현)는 베를린을 집어삼키려는 욕망의 포커페이스 동명수(류승범)가 놓은 음모의 덫에 걸려들게 되고 수상한 움직임을 파악한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가 이들을 쫓으며 서로의 표적이 된 치열한 생존을 그렸다. 120분 동안 객석 등받이에 몸을 기댈 수 없는 '베를린' 볼까? 말까?

◆ 감동 BEST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액션탄' : 설명이 필요없는 40년 전통 류승완 표 오리지널 액션물. 전작에서 맨몸 액션으로 시선을 끌었던 그가 총을 겨눴고 결국 아름답게 꽃을 피웠다.

군더더기 없는 격술, 디테일한 공간 이동, 13m 상공에서 떨어지는 아찔한 와이어 액션, 라트비아 도로를 전면 통제한 카 체이싱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최상급 액션 종합선물세트다. 액션물에 거부감이 있는 여성 관객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액션신(神)'의 놀이판에 절로 신명이 날 것.

출구, 원천봉쇄하는 하정우 : 화수분 같은 그, 치명적인 매력의 끝은 대체 어디일까? 의심할 여지 없이 충무로 최고 대세남이었다. '베를린'을 통해 자신의 출구를 원천봉쇄 해버린 하정우. '미친' 연기력이 압권. 파도 파도 끝이 없는 마성의 하정우에 모두 녹다운.

그뿐만인가? 악역 류승범의 신들린 '양아치 연기'에 넋을 놓을지도. 무겁고 진지한 스토리에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는 류승범만의 차진 위트를 주목하자. 또 여성팬이 하정우로 눈 호강을 한다면 남성팬은 전지현으로 마음을 달랠 것. 이런 북한 동지 여성이라면 날래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국정원 요원의 조상격인 한석규도 엄지를 치켜들게 한다. 1998년 '쉬리'(강제규 감독) 유중원의 업그레이드 버전.

시원하게 터지는 LTE급 전개 : 한국 사람들 특유의 '빨리빨리' 근성을 제대로 엿볼 수 있는 대목. 늘어짐 없는 팽팽한 고무줄처럼 쫀쫀한 전개가 볼만하다.

몰아치는 속도감에 한눈을 팔면 따라기지 못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나도 모르게 엉덩이가 들썩, 객석의 등받이는 잊은 지 오래. 시원시원한 진행 덕분에 120분이 단숨에 사라져버렸다. 올레와 대적할만한 '빠름~ 빠름~'이다.

◆ 안습 BEST

거대한 음모와 맞물리는 거대한 어려움 : 첩보영화 초보자에겐 어려울 수 있는 스토리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국제 무기 거래상, 이스라엘 비밀경찰 모사드, 러시아 국제 무기 거래상, 아랍의 무장단체까지 한데 출동하는 바람에 현기증이 날 수도.

거대한 음모에 걸맞은 어려운 상황들의 나열이 관계를 이해하는데 방해가 된다. 거기에 빠른 속도감까지 더해져 되새김질하기엔 역부족. 물론 초반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해도 영화를 보는 데 지장은 없다.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잔가지가 정리되기 때문. 하지만 극장을 나선 후 아리송함은 풀어지지 않는다. 저절로 재관람을 유발하는 CJ E&M의 똑똑한 마케팅의 일환일 수도.

틀에 박힌 첩보 스토리의 답습 : 진부한 첩보 스토리가 못내 아쉽다. 기똥찬 번뜩임도 세련된 스토리텔링도 아니다. 캐릭터들의 신선함을 살아있지만 전체적인 스토리가 첩보영화의 전형적인 답습이다.

류 감독의 열린 결말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하고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들의 운명이 눈에 보이는 허술함이 안타깝다. 아마 첩보영화의 순리이자 숙명인 듯하다.

◆기자가 관객이라면?

'전국구' 김기리도 울고 갈 액션의 완성 :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첩보 영화의 탄생. 김기리가 패션의 완성을 노래했다면 류 감독은 액션의 완성을 보여줬다. 요란한 빈 수레가 아닌 가득 찬 황금 마차. 온몸에 짜릿짜릿 전율이 흐르는 '일렉트릭 쇼크' .

특히 '쉬리'의 한석규를 그리워하는 세대라면 반드시 관람할 것을 강추한다. 정진수로 변신한 유중원을 보는 맛이 쏠쏠. 후속편이 기다려지는 걸작의 탄생. 다만 매 작품마다 기대이상의 비주얼을 뽐내는 '먹방(먹는 방송)' 연기가 사라졌다. 베를린 표 '하정우 세트'는 다음 작품에서 보는걸로. 대신 하정우의 파이팅 넘치는 마성에 노예가 될 수 있으니 주의 요망. 15세 관람가. 오는 31일 개봉.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