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KBS 일일극, 갈수록 막장코드 왜?

기사입력 2013.03.15 2:39 PM
잘 나가던 KBS 일일극, 갈수록 막장코드 왜?

 

[TV리포트=이우인 기자] 최근 KBS1 저녁 일일극이 시청률 정체를 빚고 있다. 40%를 넘어 50%에 가까운 시청률을 올리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건 이제 옛말이 됐다. 동시간대 경쟁 드라마가 없음에도 30%대 초반 시청률도 간신히 넘기는 형국이다. 

시청률보다 더 큰 문제는 '막장' 스토리에 있다. 시작은 밝고 따스한 웰메이드를 지향하며 시청자들의 공감과 호평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일일극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이해할 수 없는 등장인물과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들은 물론 연출자와 연기자 모두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일극에 출연 중인 한 연기자는 "처음엔 작가와 연출자도 훌륭하고, 작품에도 좋은 느낌을 받아 출연했는데, 갈수록 이야기가 이상해져서 모든 연기자가 혼란에 빠졌다. 연기자도 이런데 시청자들은 어떤 마음일지 이해가 된다"고 불평을 털어놨다. 

또 다른 연기자는 "출연 전 작가와 연출자가 이야기한 캐릭터와 출연 후의 캐릭터가 전혀 달라 항의하고 싶은 심정은 있지만, 그래 봤자 내 손해고 그들도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냥 자포자기 심정으로 연기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면 저녁 일일극의 부진이 작가들 탓일까. 

현재 방영 중인 '힘내요, 미스터 김!'의 조정주 작가는 지난 2011년 '공주의 남자'로 '공남 폐인'을 양산시켰던 실력파이며, '별도 달도 따줄게'를 쓴 홍영희 작가는 '컬러' '순수'와 같은 인기 미니시리즈와 문학성이 있는 다수의 TV소설, 농촌 드라마 '산너머 남촌에는1' 등을 집필한 베테랑이다. '당신뿐이야'를 쓴 최민기 작가도 TV소설과 '부자의 탄생'으로 필력을 인정 받았으며, '아이리스2' 후속으로 방영되는 수목극 '천명'의 작가이기도 하다. 

필력을 갖춘 작가들이 하나같이 저녁 일일극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는 게 현실. 이에 대해 드라마 연출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한 관계자는 "터무니없이 긴 방송시간 때문이다. 제아무리 셰익스피어라고 해도 한 주에 200분 분량의 극본을 쓰라고 한다면 좋은 극본은 불가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녁 일일극 방송 시간은 20분에서 25분 사이였지만, 방송사 간의 광고 경쟁이 붙으면서 지금처럼 길어졌다. 분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불필요한 에피소드, 막장 스토리가 넘쳐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일극을 꺼리는 작가가 많아졌다"며 "방송사 간의 과당 경쟁이 드라마의 작품성을 해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그렇지 않는다면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KBS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