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삼' 오지은 "실제 '이상' 같은 순정파 OK"(인터뷰)

기사입력 2009.12.06 4:5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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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조우영 기자 / 사진 강정화 기자] 무심코 쳐다보면 쉽게 구분하기 힘든 봄꽃들이 있다. 매화와 벚꽃, 살구꽃이 그렇다. 매화는 향이 진하고 달콤하다. 벚꽃은 눈송이처럼 부서지는 하늘거림으로 사람들을 멈춰 서게 한다. 살구꽃은 매화보다 붉다. 꽃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가지까지 온통 붉은 빛으로 바뀐다. 도종환 시인은 이를 두고 ‘겨우내 참고 참아온 나무의 열정과 설렘,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뜨거운 기다림의 마음이 그렇게 만든다’고 했다.

같은 듯 다른 이 세 꽃을 한꺼번에 닮은 배우가 있다. KBS 2TV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서 주어영 역을 맡고 있는 배우 오지은이다. 찬바람이 매서운 겨울날 해질 무렵, 따스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그녀를 만났다.

진한 향이 느껴지다

오지은은 설중 혹한을 뚫고 꽃을 피운 매화 같은 배우다. 극 초반 ‘물쇼’와 ‘의자춤’ 등을 선보이며 뽐낸 화려한 외모와 뿜어내는 향기가 진해서가 아니다. 비록 ‘수상한 삼형제’를 통해 이름을 알렸지만 2007년 미장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과 신상옥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실력파다. 그 외 드라마 ‘불량가족’ ‘이산’에 잠시 얼굴을 비췄고, 영화 ‘내생애 최악의 남자’ ‘불신지옥’ 등에도 조연을 맡았던 중고 신인이다. 올해 나이 스물아홉. 신인 여자배우로서 적지 않은 나이다.

“나이에 대한 조급함 같은 것은 없어요. 아마 그런 게 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제가 있을 수 없겠죠. 앞으로 40년 동안 연기자로 살아갈 건데 1, 2년 서두르는 것보다 차근차근 준비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싶어요.”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오지은은 처음부터 배우가 될 줄 몰랐다고 한다. 대학에서의 첫 전공도 의상학과였다. 이후 신문방송학과를 거쳐, 연극영화학과(한양대)를 최종 선택했다. 덕분에 대학생활을 7년이나 했지만 소녀 같은 순수함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배우로서 제가 수많은 대중들 앞에 서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지금껏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곳에 온 느낌이랄까. 막 울타리를 벗어난 느낌 있죠. 막연한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아직도 얼떨떨해요.(웃음)”

벚꽃을 닮았다

피어났을 때보다 지는 모습이 아름다운 꽃이 벚꽃이라면 오지은은 내면의 슬픔을 담아낼 때 더욱 아름다운 배우다.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서 시청자들의 첫 눈길을 사로잡은 그녀의 모습 역시 사랑하는 사이였던 왕재수(고세원 분)의 배신으로 슬픔에 젖은 눈망울이었다. 극 초반 애절한 눈빛 연기로 일명 ‘사슴 눈빛 오지은’이란 애칭까지 얻은 그녀는, 하지만 이제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슬퍼하는 장면이 많으면 저까지 슬퍼져요. 아프고 힘든 장면을 찍을 때는 진짜 저도 아프고 촬영장을 향하는 제 발걸음도 무거워지죠. 앞으로는 즐거운 일이 많길 바랐는데 김이상(이준혁 분)과도 계속 힘든 사랑을 하게 될 것 같아요.(웃음)"

극중 ‘주어영’ 역을 맡은 오지은은 이름처럼 어영부영한 연애 방식을 보여준다. 왕재수와 김이상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더니 요즘에는 이상과 무작정 결혼하지 않겠다며 이별을 선언하기도 한다. 시청자들에게 욕도 많이 먹는다. 실제 오지은이라면 어떨까.

“어영이랑은 달라요. 아직 그런 경험은 없지만 누군가와 헤어지고 나서 쉽게 다른 사람을 사귀지도 못하거니와 사랑이 변질됐다면 아무리 가슴이 아프고 힘들어도 깨끗이 포기할 것 같아요. 하지만 진짜 ‘이상’같은 순정파가 있다면 저라도 마음을 열겠네요.(웃음)” 

    

열매를 맺기 위한 꽃

한편 드라마의 첫 주연을 맡은 오지은의 부담감은 컸다. 그것도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주말드라마에서 오지은의 비중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작가님이나 감독님이 그리시고 계신대로 제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아요. 더 재밌고 더 멋있고 더 애절한 연기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항상 아쉽죠. 다행히 신인치고는 잘한다는 정도로 많은 분들이 관대하게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에요.”

신인으로서의 겸손함을 잃지 않는 오지은이지만 배우로서의 욕심은 숨김없이 드러냈다.

“기회가 되면 장희빈 같은 역할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일반적인 환경에서 나올 수 없는 본능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잖아요? 또 순박한 아이가 세상에 나와 눈을 떠가는, 엉뚱하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역할도 해보고 싶죠. 제가 그런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거든요.(호호)”

때로는 매화처럼, 때로는 벚꽃을 닮은 그녀는 끝내 살구꽃마저 닮았다. 반드시 열매를 맺고 난 뒤에야 지는 살구꽃 말이다. 매화보다 붉은 열정이 배우 오지은의 봄을 완성 시키고 있다. 70세까지 배우로 남겠다는 오지은의 말처럼 그녀 연기 인생의 여름, 가을, 겨울 또한 제각각의 아름다운 향과 탐스러운 열매로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 

조우영 기자 gilmong@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