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고' 할리우드 앞에서 의기양양할 수 있는 이유? ①

기사입력 2013.04.19 7:31 AM
'미스터 고' 할리우드 앞에서 의기양양할 수 있는 이유? ①

[TV리포트 파주(경기)= 조지영 기자] 시작은 '야구하는 고릴라가 있다면 어떨까?'였다. 꼭 불가능할 것만 같지 않았고 225억을 들고 할리우드에 갔다. 살아있는 것보다 더 생생한 고릴라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지만 돌아오는 건 어이없는 실소다. 225억으로 누구 코에 붙이겠냐며 살아있는 고릴라를 만들어 줄 테니 1100억을 가져오라고 했다. 1100억은 뉘 집 개 이름인가? 오기가 났고 그렇게 꿈은 시작됐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고릴라를 그린 영화 '미스터 고'(김용화 감독, 덱스터필름 제작)는 대한민국 최초를 넘어 아시아 최초로 풀 3D 디지털 과정을 접목했다. 사상 최초의 시도로 100% 국내 순수 기술이 만들어낸 의미 있는 작품이다.

진짜 고릴라보다 더 고릴라 같은 링링의 움직임, 바람에 날리는 털, 움직임에 맞춰 변하는 유니폼, 표정, 관중으로 가득 찬 야구장 등 지금까지 3D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디테일하고 사실적인 모습에 입이 쩍 벌어진다. 최첨단 장비,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다. 한 땀 한 땀 진짜 장인의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수작업까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인고의 결실이다.

물론 2009년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아바타'를 통해 상상 속 신세계를 열었다. 그리고 지난해 이안 감독이 '라이프 오브 파이'로 다시 한번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두 가지 훌륭한 사례가 있다. 혹자는 "그래도 할리우드가 잘 만들겠지" "3D 만든다고 했는데 막상 보면 별로야" "역시 3D는 미국이야" 등 여전히 의심을 품기도 한다.

그럼에도 김용화 감독은 고생을 사서 했다. 자본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굴욕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도 만들 수 있다'를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 '아바타' '라이프 오브 파이'와 차원이 다르다. 225억을 쓰고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 상상 속 '아바타' VS 실존 생물 '미스터 고'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파란 몸에 희한한 이목구비를 한 인간 형체의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와 동물원에 가면 조련사의 어깨에 매달려 볼 수 있는 고릴라. 영화가 개봉한 후 '와, 저런 생명체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반응과 '에이, 내가 본 고릴라는 저렇지 않은데?'의 반응으로 나눌 수 있다.

이게 비경험과 경험의 차이다. 그만큼 '아바타'는 안전함이 보장된 '도전'이었지만 '미스터 고'는 위험한 '시도'로부터 출발했다. 상상 속 인물은 어떻게 만들어도 이유가 되지만 이미 고릴라의 형태, 습성을 잘 알고 있는 관객은 '매의 눈'으로 '저게 정말 고릴라처럼 보이는지'부터 따져 들게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애니메이터의 모션 캡쳐(사람 몸에 센서를 붙이고 움직임을 따내는 작업)를 따는 상황에서 사람이 연기하는 사람 '아바타'와 사람이 연기하는 고릴라 '미스터 고'의 상황도 다르다. 물론 잘 훈련된 고릴라를 캐스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고릴라도 자신의 몸에 센서를 붙이고 원하는 행동을 주문하는 감독의 말을 제대로 알아 들을 수 있을까? '미스터 고'는 서커스가 아니라 한 편의 영화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또 한 번 딴죽을 걸 것이다. '미스터 고'의 링링은 실제 고릴라로 만든 것도 아닌데 얼마나 똑같을 수 있겠나. 판단은 개봉 후 관객의 몫이지만 확실한 건 지금껏 보지 못한 신성한 충격은 안겨줄 것이다. 적어도 '고릴라 흉내를 낸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흉내 낸 고릴라' 정도는 되지 않을까?

링링을 만들어낸 덱스터필름의 박소영 프로듀서는 우스갯소리지만 영화를 보면서 "동물 학대 아니야?"라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최대한 리얼하게 표현하자고 다짐했다는 후문. 개봉 후 동물학대방지연합회에서 항의가 들어오면 어쩌나?

◆ 150컷 '리차드 파커' VS 900컷 '링링'

'미스터 고'와 비교하기 가장 좋은 상대는 다름 아닌 '라이프 오브 파이'다. 뱅갈 호랑이 리차드 파커와 인간 파이 파텔(수라즈 샤르마) 사이에서 전해지는 교감이 고릴라 링링과 웨이웨이(서교) 사이에서 전해지는 것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스터 고'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등장하는 '횟수'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리차드 파커 출연 컷 수는 150여 컷. '미스터 고'의 링링은 900여 컷이다.

리차드 파커는 150여 컷에 650억원의 VFX(시각효과) 비용이 들었고 링링은 900여 컷에 120억원의 VFX 비용이 들었다. 그야말로 저비용 고효율을 얻은 셈이다. 할리우드에서 800컷 이상의 분량을 만들려면 1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상황에 1000여 컷을 단 돈 120억원으로 만들어 냈다니, 이만하면 칭찬받을만하다.

게다가 650억원을 들여 만든 리차드 파커는 파이 파텔을 위협하며 '으르렁'거리거나, 먹이를 뜯어 먹는 행동, 좀 더 발전해 사람과 교감하는 눈빛 정도로 표현해냈지만 링링은 리차드 파커가 하는 행동은 기본 옵션, 야구방망이를 흔들며 야구를 하고 심지어 막걸리를 마시며 음주까지 즐긴다.

더불어 '라이프 오브 파이'는 실제 훈련한 뱅갈 호랑이를 영화 속에 10% 사용했다고 한다. 이유야 어떻든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100% VFX를 사용한 '미스터 고'가 한 수 위라는 소리다.

이만하면 '아바타'와 '라이프 오브 파이'의 비교는 당분간 접어둬도 좋을 듯싶다.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이지만 일단 김용화 감독의 호기는 허세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다. 225억을 들고 간 김용화 감독의 손이 황금의 손이라는 걸 까맣게 몰랐던 할리우드는 오는 7월이 되면 배앓이를 심하게 할 것이다.

사진=영화 '미스터 고' '아바타'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한 장면

파주(경기도)=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