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감독 "'국가대표'로 번 돈, '미스터 고'에 올인" ④

기사입력 2013.04.19 7:36 AM
김용화 감독 "'국가대표'로 번 돈, '미스터 고'에 올인" ④

[TV리포트 파주(경기)= 조지영 기자] "848만 관객을 동원한 '국가대표'로 30억을 벌었죠. 그리고 그 30억을 그대로 '미스터 고'에 쏟아부었죠. 그뿐인가요? 살고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빚도 생겼죠. 많이 벌었고 전부 썼어요. 그래도 보람은 있네요. 하하."

지난 18일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에 위치한 덱스터 디지털에서 김용화 감독을 만났다. 4년 전 '국가대표'로 반질반질 윤이 났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빨갛게 충혈된 눈과 피로로 검게 변한 안색으로 180명의 제작진과 함께 파주를 지키고 있었다.

70% 완성된 영화 '미스터 고'(덱스터필름 제작) 일부를 언론에 공개한 김 감독은 그동안 서러웠던 고생담과 동시에 작업에서 느낀 뿌듯한 자부심을 한 번에 쏟아냈다. 관객의 냉철한 평가를 받기도 전에 김 감독은 "나는 이미 성공했다"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그는 "나와 내 스태프는 이런 영화를 시도해보고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한 셈이다. 내가 낸 용기로 한국 영화가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면 이보다 더한 영광이 어디 있겠나? 이만하면 성공한 인생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김용화 감독의 일문일답.

- '미스터 고'를 택한 이유는?

"어렸을 때 나는 CF감독을 하려고 했던 사람이었고 강제규 감독의 '쉬리'를 보고 방향을 틀어 영화감독을 꿈꿨다. '쉬리'를 보면서 언젠가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로 고통과 희망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상상을 했다. 이후 2003년 '오! 브라더스'로 데뷔에 성공했고 2009년엔 '국가대표'로 흥행 감독이 돼 상도 많이 받았다. 무엇보다 영화감독으로선 성공의 발판이 됐다. 그렇게 10년 넘게 영화를 하면서 내 안에 나도 모르는 타성에 젖었다. 일단 그런 부분을 버려야 할 시기가 왔고 그렇게 '미스터 고'를 만났다."

- 여주인공 서교는 '중국의 다코타 패닝'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데, 한국에서는 큰 반응이 없다.

"사실 서교는 우리 영화에 투자한 중국 화이브라더스의 제안이었다. 중국인 역을 원한 상태였고 배우 두 명을 추천했는데 그 중 한 명이 서교였다. 서교는 나이에 맞지 않게 굉장한 재능을 가진 배우다. 장담하건대 현재 18살인 서교는 20세가 된다면 장쯔이를 능가하는 대륙을 호령하는 여배우가 될 것이다. 감독으로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훌륭한 배우랑 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나는 다르다. 내 안에 반골기질이 있다. 나는 좋은 영화에 훌륭한 배우가 나타난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지 훌륭한 배우가 훌륭한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스터 고'는 구성과 캐릭터에 집중돼있기 때문에 유명세가 없어도 훨씬 더 잘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 중국 3대 메이저 스튜디오 중 하나인 화이브라더스가 제작비의 25%인 500만달러를 투자했다고?

"그렇다. 한국과 중국의 합작영화다. 중국에서는 투자 금액의 20% 수치가 넘으면 합작의 조건이 된다고 한다. 정확히 500만불이 들어왔는데 의미 있는 점은 미국달러 보유국 1위인 만큼 외화 유출을 싫어하는데 위안이 아닌 달러로 송금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또 아시아 전역의 개봉 규모도 다르다. 내 인생의 목표가 내 영화가 1만 개의 스크린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것인데 '미스터 고'를 통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 링링이 두산베어스 소속으로 출연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하하. 개인적으로 내가 두산의 열렬한 팬이다. 우리가 여러 구단에게 제의를 했을 때 긍정적으로 받아 준 팀 중의 하나다. 영화적인 설정도 있고 기업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두산은 생각보다 기업 문화 부분에 열려 있더라. 그래서 링링이가 두산베어스를 만나게 됐다."

- 실제 두산베어스 선수들의 출연은 없나?

"선수 출연은 전혀 없다. 그렇다고 아마추어적이지는 않다. 프로야구 2군이나 은퇴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선수들을 훈련해 출연시켰다. VFX(시각효과)가 있기 때문에 공을 잘 던질 필요도 없다. 오히려 공 없이 연기해 잘 쳐야 한다는 부담도 없었다."

- 야구를 소재해서 두산베어스에 적잖이 광고 효과를 줄 거 같은데, PPL 지원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는 10원도 안 받았다. 물론 개봉 전이라 광고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안 했지만 개봉 후에도 PPL로 수익을 얻을 생각은 없다. PPL로 부가적인 수입은 생길 수 있지만 안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처음엔 이 장면이 필요해서 촬영했는데 나중에 편집 과정에서 컷을 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지 않나. 그런데 PPL 때문에 편집을 해야 하는 부분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그런 부분에 대한 제약은 없어서 좋다. 그래도 5월이 되면 홈그라운드 전광판에 '미스터 고'를 선전해주지 않을까?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다."

- '미스터 고'를 기다리는 관객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

"'라이프 오브 파이'를 만든 팀은 영화를 만드는 내내 실제 호랑이를 관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미스터 고'는 고릴라의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일본의 우에노 공원에 있는 고릴라를 2박 3일 정도 관찰하는 정도였다. 화질도 좋지 않은 동영상을 수십 번 돌려가면서 만든 링링이다. 많은 스태프의 정성이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 많이 기대해주시는 만큼 잘 만들겠다. 이 시대에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건 내게 큰 행운이다."

사진=쇼박스

파주(경기도)=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