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 말어?] '전국노래자랑' 삼고초려 한 이경규의 뚝심 (리뷰)

기사입력 2013.04.28 2:20 PM
[봐? 말어?] '전국노래자랑' 삼고초려 한 이경규의 뚝심 (리뷰)

[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유비의 마음이 이처럼 간절했을까? 신분을 막론하고 제갈량의 마음을 얻기 위해 초옥을 세 번 찾아가 간 삼고초려(三顧草廬)의 정신이 지금 이경규를 설명하기에 딱이다. '코미디 대부'가 편한 길을 놔두고 가시밭길 스크린의 문을 세 번이나 두드렸다. 

대한민국 최장수 프로그램 KBS1 '전국노래자랑'을 영화화한 '전국노래자랑'(이종필 감독, 인앤인픽쳐스 제작)이 지난 23일 언론 배급 시사회를 통해 막을 열었다. '복면달호'(김상찬, 김현수 감독) 이후 6년 만에 영화 제작에 나선 개그맨 이경규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의 영화 욕심은 이미 '복수혈전'(92, 이경규 감독)때부터 소문이 자자한바. '전국노래자랑'이 '복수혈전'처럼 개그의 소재가 될지, '복면달호'처럼 센세이션을 일으킬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일단 적어도 웃음거리로 전락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꿈의 무대 '전국노래자랑'의 이야기는 이렇다. 대한민국 대표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한 참가자들이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꿈의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웃음과 감동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일생에 한 번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전국노래자랑' 볼까? 말까?

◆ 감동 BEST

'코미디 대부'가 전하는 웃음? 감동! : 이경규가 또 한 번 코미디에 도전했다. 지난 '복면달호'로 영화 맛 좀 본 그가 또 코미디를 들고 나왔다고 하길래 '이번에도 역시…'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나 막상 영화를 관람 후 '의외의' 감동에 정신이 어리벙벙하다.

웃음으로 겉포장을 예쁘게 했지만 막상 속엔 뭉클한 감동이 자리 잡고 있다. '힐링캠프'를 하더니 눈물이 많아진 걸까? '웃음의 전설'이 아닌 '감동의 전설'이다. 이만하면 이경규도 어엿한 영화인으로 불려도 좋을듯 싶다.

실화에서 오는 진정성 : 영화가 처음 시작할 때 '이 영화는 참가자의 실제 이야기를 재해석했다'라는 문구로 호기심을 자아낸다. 사실 봉남(김인권)의 롤모델은 트로트 가수 박상철. 그래서인지 억지스럽지 않다. 이게 바로 실화에서 오는 진정성의 힘.

게다가 33년 역사, 방송횟수 1650여회, 출연자 3만명, 관람객 수 1천만명에 가까운 '전국노래자랑' 스펙답게 주변에 있을법한 이야기가 머릿속에 쏙쏙 남는다. '전국노래자랑' 종합판을 보는 기분.

일석사조, 골라 먹는 재미 : 김인권이 주연인 줄 알았다면 큰 오산. 마치 옴니버스 구성을 보는 듯한 각자의 스토리가 눈길을 끈다. 봉남과 미애(류현경), 주하나(김수미)와 맹과장(오광록), 동수(유연석)와 현자(이초희), 오영감(오현경)과 보리(김환희) 등 4커플이 펼치는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기막힌 앙상블을 보인다.

특히 오영과과 보리의 이야기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중요한 열쇠. 억지스럽지 않은 오현경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꽃 중의 꽃.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손주들에게 강력히 어필한 최고의 무기.

◆ 안습 BEST

눈살 찌푸리게 하는 PPL : 감동이 가슴 깊이 올라오는 순간, 빨간 로고의 '롯데 면세점' 쇼핑백이 거슬린다. 굳이 그 순간 PPL이 들어갔어야 했을까? 갑자기 짜증이 울컥 치민다.

중요한 점은 한 장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 보리가 엄마를 만나고 할아버지와 함께 식사하는 장면까지 이어진다. 가족이 오랜만에 만나 밥을 먹는 장면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롯데 면세점' 쇼핑백. 아무리 생각해도 보리 엄마는 꼭 '롯데 면세점'을 광고해야 했을까?

전형적인 캐릭터 : 평범함이 주는 안도감이 있지만 평범해도 너무 평범하다. 적어도 영화니까, 특별한 캐릭터가 생길 법도 한데. 코미디 휴먼 장르에서 볼 법한 전형적인 캐릭터만 존재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순간을 담고 싶었다는 이종필 감독의 생각과 달리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순간을 담았다. 특별한 순간이라고 하면 미용실 셔터맨 봉남의 철없는 행동뿐?

판타지로 끝난 엔딩 : 많은 사람이 예상하는 엔딩이다. 다시 말해 '해피엔딩'으로 불리는 뻔한 엔딩.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다. 뻔한 '전국노래자랑'이 실망스럽다.

갑자기 판타지로 전락해버리는 상황은 몹시 당황. 특히 마지막 뮤직비디오 장면은 탄식을 자아낼 정도. 홍보를 위해 만든 뮤직비디오가 영화 마지막을 장식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에필로그가 아니다. 봉남의 마지막 이야기다. 현실적인 이야기로 공감을 얻다 마지막 산으로 가버린 설정.

◆기자가 관객이라면?

삼고초려 이경규의 뚝심은 인정 : '전국노래자랑'은 이경규다.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도전해가는 봉남의 모습이 영화인이 되고 싶은 이경규의 모습인 것. '복수혈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 '복면달호'에 비하면 업그레이드된 스킬.

하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이언맨3'(셰인 블랙 감독)와 대진해야 한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 슈퍼 히어로에 질린 관객이라면 슈퍼 버라이어티로 눈을 돌려도 좋을 듯. 과연 '전국노래자랑'을 즐겨보지 않는 젊은 관객들에게 어필이 될지 의문이나 확실히 중장년층 관객은 100% 보장. 이경규의 4번째 작품을 위해 강력 추천. 12세 관람가. 오는 5월 1일 개봉.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