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 말어?] '맨 오브 스틸' 슈퍼맨, 임성한표 '레이저 눈'이 웬말? (리뷰)

기사입력 2013.06.12 8:00 AM
[봐? 말어?] '맨 오브 스틸' 슈퍼맨, 임성한표 '레이저 눈'이 웬말? (리뷰)

[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빨간 망토를 휘날리고 가슴엔 'S' 심볼을 그려넣은 꽃미남. 정렬의 빨간 팬티를 아웃웨어로 입는 독특한 패션 센스 때문에 각종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희화화됐지만 뭐니뭐니해도 마음속 영원한 슈퍼 히어로는 슈퍼맨이다. 어렸을 적 한쪽 주먹을 뻗고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해본 유년기가 있다면 다들 슈퍼맨 향수를 가지고 있을 것. '엄친아 아이언맨이 최고다' '내면까지 다크한 배트맨이 최고다'며 아웅다웅하지만 결국 진리는 원조 슈퍼맨이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심지어 신으로 불리는 슈퍼맨에게도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출생의 비밀이 있었으니, 웬만한 신파보다 뭉클한 슈퍼맨의 성장기가 영화 '맨 오브 스틸'(잭 스나이더 감독)을 통해 공개됐다.

지난 10일 언론 배급 시사회로 슈퍼맨의 여섯 번째 스토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은 슈퍼맨 시리즈의 리부트로 탄생부터 슈퍼 히어로가 되기까지 성장을 그렸다. 배트맨 시리즈를 완벽하게 구현한 크리스토퍼 놀런이 제작을, '300' '왓치맨'을 연출한 잭 스나이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전 세계적으로 들썩이게 만들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연 놀란 제작진의 슈퍼맨은 기대만큼 '대단하다~'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실망만 가득한 빛 좋은 개살구였나?

가슴 속 영원한 슈퍼 히어로 '맨 오브 스틸'의 이야기는 이렇다. 무차별적인 자원 개발로 멸망위기에 처한 크립톤 행성에서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새 생명 칼엘(헨리 카빌)은 종족의 희망으로 떠올랐고 아버지 조엘(러셀 크로우)은 마지막 희망인 칼엘을 지구로 떠나보낸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이 칼엘을 추적하는 가운데 지구를 발견하고 또 다른 클립톤으로 만들려는 야망을 품으며 칼엘과 맞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맨 오브 스틸' 볼까? 말까?

◆ 감동 BEST

혼을 쏙 빼놓는 파워풀한 액션 : 히어로 중 유일하게 맨손 액션을 보여주는 슈퍼맨.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액션의 향연이 두 눈을 사로잡는다. 후반 조드 장군과 칼엘의 전투에서 미국 시내가 쑥대밭이 되는 스케일에 어안이 벙벙할 것.

그뿐인가? 온 나라를 제집 드나들듯 날아다니는 스피드한 슈퍼맨의 비행까지. 한동안 강철 슈트에 마음을 뺏겼다면 이제는 '상남자' 슈퍼맨의 근육에 설레도 좋겠다. 히어로물의 득템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액션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쾌남' 히어로가 보여준 비주얼 : 길죽한 기럭지와 조각 같은 얼굴, 탄탄한 근육질 몸매와 정갈히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까지. 여심을 사로잡을 훈훈한 비주얼부터가 일단 합격.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2시간 20여분 동안 두 눈을 충분히 호강시켜 준다.

슈퍼맨 시리즈의 전성기를 만든 크리스토퍼 리브와 버금가는 꽃미모로 중장년층의 마음조차 사로잡기 충분하다. 부모님과 손잡고 보면서 추억을 곱씹기에 안성맞춤. 쫄쫄이를 입어도 굴욕 없다면 설명은 충분하지 않나?

묵직하게 그려낸 히어로의 자아찾기 : 크립톤의 희망인 칼엘은 지구에서 양부모 조나단 켄트(케빈 코스트너)와 마샤 켄트(다이안 레인)의 손에서 클락 켄트라는 이름으로 자라난다. 자라면서 초능력을 알게 되고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괴물 취급을 받게 된다.

'맨 오브 스틸'은 외로웠던 클락의 유년기를 성실히 표현해냈다. 외면 속에서 살아야 했지만 삐뚤어지지 않고 인간을 사랑하는 전능한 슈퍼 히어로의 성장이 관객의 감정을 끌어올린다.

◆ 안습 BEST

놀란의 비장미와 휴먼 히어로의 충돌 : '맨 오브 스틸'은 역대 슈퍼맨 시리즈 중 가장 다른 노선을 타고 있다. 완벽한 초능력에 초점을 맞췄던 과거와 달리 슈퍼맨의 나약한 내면을 선택한 것. 묵직하게 히어로의 고뇌를 읊조리는 건 좋으나 어쩐지 슈퍼맨과는 어울리지 않다는 게 함정.

배트맨에서 느껴졌던 비장함과 중압감이 슈퍼맨과 만나 버겁게 다가온다. 슈퍼맨만의 색깔을 잊어버린 것 같아 오랜 팬들에겐 서운함을 안길지도 모른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웅장함은 번쩍번쩍 화려하지만 인간미 철철 넘치는 슈퍼맨에겐 과한 처사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배트맨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 답답한 클락 : 꼬마 클락은 유약하고 여리다. 반항한번 없이 양부모와 살아가고 양부모는 그런 클락에게 '초능력을 들키면 안 된다'고 주문한다. 고분고분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클락의 모습에서 어떤 인물인지 말해주고 있다. 여기까진 좋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꼭 부모님의 말씀을 들어야만 했을까? 허리케인 때문에 눈앞에서 아버지가 날아가도 '초능력을 들켜선 안 된다'라는 가르침 앞에 슈퍼맨의 좋은 능력은 무용지물이 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한 우유부단한 슈퍼맨은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임성한 작가의 '레이저 쇼', 슈퍼맨으로 부활? : 슈퍼맨은 자유자재로 날아다닐 수 있고 강력한 주먹을 가진 히어로다. 거기에 눈에서 레이저를 쏘며 적을 물리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문제는 현실에서의 이질감이다. '설마 그 능력마저 보여주는 거야?'라고 생각할 무렵 슈퍼맨은 과감히 눈을 충혈시키더니 충격적인 레이저 눈빛으로 악당을 소탕한다.

사실 아무리 뛰어난 CG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장면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진지한 순간 자꾸 실소가 터지며 몰입을 방해한다. 특히 한국 관객은 앞서 한 차례 폭풍 같은 트라우마가 있지 않나? 장군 귀신에 빙의해 초록색 레이저를 뿜던 SBS 드라마 '신기생뎐'이 자꾸만 떠올라 웃음을 참기 힘들다.

◆기자가 관객이라면?

자꾸 배트맨이 생각나는 건 왜죠? : 비행기에서 추락해도, 63시티 꼭대기에서 떨어져도 어디선가 날아와 구해줄 것만 같은 영원한 히어로 슈퍼맨. 다시 돌아온 히어로는 반갑기 그지없지만 빨간 팬티를 벗고 온몸에 다크 서러움을 치장한 슈퍼맨은 허전하다.

초호화 명품 제작진이 총출동해 새로운 슈퍼맨을 만들려 노력한 점은 가상하나 욕심이 과한 듯하다. 지난해 등장한 배트맨이 생각나는 건 물론이고 엔딩으로 치달을수록 '어벤져스' 또한 생각나게 한다. '레이저 쇼'도 이해할 아량이 있는 관객에겐 추천한다. 전매특허인 긴 런닝타임 때문에 IMAX로 관람하는 관객은 목에 디스크가 생길 지경.  배트맨의 놀란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실망을, 놀란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관객이라면 만족을 안겨주는 143분이 될 것이다. 12세 관람가. 오는 13일 한국과 북미 동시 개봉.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