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여성국악인`에 쏟아진 갈채

기사입력 2009.11.27 1:34 PM
`발칙한 여성국악인`에 쏟아진 갈채
"국악을 즐겨듣는 편이 아니라 사실 좀 걱정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너무 재미있게 공연 관람을 했습니다. 판소리가 재밌다고 느낀 건 처음입니다." -EBS 게시판 시청자 (anthand)

지난 주말(20일) `EBS 스페이스 공감`의 `젊은 국악인 이자람` 편을 본 안방 시청자들은 아마도 같은 생각을 가졌을 것 같다.

여드름이 채 가시지 않은 듯한 앳된 얼굴의, 새파란 한 여성이 나와 부채를 관객 앞에 내리 꽂으며 "내 사위가 어사또가 된 마당에 어찌 춤 한자락 안헐 수 있겄어~시방~"하며, 판소리 `춘향가` 한 대목을 불러제끼는 모습은 아마도 국악을 처음 접해본 일부 시청자들에겐 신기한 장면이었을 것이다.

더불어 국악을 아는 이들은 그 발칙한 능수능란함에 미소를 머금었을 성 싶고, 특히 어른들은 `얼씨구`하고 각별한 애정으로 추임새를 넣었을 것이다.

`EBS 스페이스 공감`은 관객과 함께 하는, 흔치 않는 음악프로다. 더우기 음악성 하나면 모두 도전할 수 있는 진정 열린 무대다.

이날은 이자람의 무대였다. 춘향가를 구성지게 한판 부른 뒤, 갑자기 기타를 꺼내들고, 가요를 불러대더니, 나중엔 뮤지컬 배우가 되어 뛰어다녔다.

첫 무대 `춘향가`를 통해 이자람은 소리만 들어본다면 결코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탄탄한 `소리내공`을 보여줬다.

이자람은 크로스오버에도 강했다. 원래 트로트나 국악을 하면, 가요를 부르기 어렵거나 이상하다는 관념이 있는데, 그것을 단박에 날려버렸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는 판소리를 부를 때의 쇳소리와 전혀 딴판.

깜짝 기타 실력도 그랬다. `헤어진 다음날` `슬픈 노래` `행방불명`으로 이어진, 직접 쓰고 만든 노래의 열창 사이로, 선보인 범상치 않은 기타 스토로크는 이자람이 얼마나 욕심많은 재주꾼인지를 증명하는 듯했다.

`사라져가는 내 열정을 찾아주세요. 지워져버린 내 사랑을 찾아주세요`

독특한 선율에 어우러진 가사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행방불명`서 보인 기타 전주와 노랫말은 진부한 요즘 노래와 큰 대조를 이뤘다.

이어졌던 무대, 판소리 뮤지컬 `구지 이야기` 역시 아주 색다르고 재미있었다는 평을 들을만 했다. `구지`는 지구의 거꾸로 된 말. 그 단어처럼 거꾸로 도는, `구지`라는 별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똑바로 된 지구의 부조리를 풍자한 퓨전 마당극이었다.

예컨대 구지에선 한마디로 여성 상위다. 딸을 낳으면 경사스럽고, 아들을 낳으면 위로를 받는다. 여성들이 모두 해먹는 `구지`에서 주인공 이철순의 꿈은 최초의 남자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남성중심 사회의 세태에 대한 풍자와 해학에 객석에선 자주 폭소가 터졌다. 이를테면 `구지`에선 `페라자(?)`라는 게 있다. 남자의 고추를 가리는, 지구의 브래지어 같은 것이다.

이날 무대가 뜻깊게 보인 것은 판소리의 대중화에 있을 것이다.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고 일갈했던 박동진 선생의 광고 카피는 기억하지만, `우리 것`을 잘 모르는 이들에겐 `특별한 선물`이 됐을 것이다. 녹화현장(2월 21일)을 직접 가본 이들은 특히 더 느낌이 새로웠을 법하다.

`국악이 재미없는 게 아니라 국악이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편견이 재미없는 거`라는 이자람의 마지막 멘트는 `오픈 마인드`라는 게 얼마나 즐겁고 중요한 지 새삼 일깨워준다. 아마도 이 프로를 본 이들 중에서 `국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하게 된다면, 그 얼마나 뜻깊은 일일 것인가. 그런 점에서 열린 무대 `EBS 스페이스 공감`엔 갈채가 아깝지 않다. [TV리포트 임대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