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캔’, 갑의 횡포 향한 뜨거운 외침(인터뷰)

기사입력 2013.09.24 2:46 PM
그룹 ‘캔’, 갑의 횡포 향한 뜨거운 외침(인터뷰)


[TV리포트=김예나 기자] 가요 프로그램 대기실에서 ‘사장님’ 대접을 받는다. 꾸준히 활동 중인데 “그간 뭐했냐?”가 단골 질문이다. 어떤 이는 가수보단 개그맨으로 알고 있다더라…. 자신들을 둘러싼 오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얘기를 과감하게 끄집어내는 이들은 바로 남성 듀오 ‘캔’(이종원, 배기성)이다. 솔직하고 털털한 매력으로 따지면 엄지 손가락 두 개도 모자를 지경이다.

제 아무리 ‘디스 전쟁’이 화제몰이라지만 ‘셀프 디스’는 쉽지 않은 세상. 15년 차의 관록, 아니 강심장을 지닌 캔이기에 가능한 발언들이다. 이런 그들이 ‘말’보다 더 센 ‘노래’로 다시 돌아왔다. 우선 곡명조차 심상치 않다. ‘반말 하지 말어’(부제: 을이 갑에게). 화려한 오르간 연주와 코러스, 강한 기타사운드에 펑키한 느낌의 어쿠스틱 록에서 디스코 리듬으로 전환되는 후렴구가 인상적이다. 곡 중간에 흐르는 김수로의 나레이션 피처링 또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추석을 코앞에 둔 지난 13일, TV리포트 신규 사옥에서 만난 이종원과 배기성과의 ‘데이트’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음악과 삶’ 그 자체였다. 그만큼 풍성하고 뜻 깊은 대화를 해본 적이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다음은 그룹 ‘캔’과의 일문일답.

Q: 1년만의 컴백이다. 기분이 어떤가

이종원: 이번 곡은 느낌이 좋다. ‘내생에 봄날은’ 낼 때와 같은 기분이 난다. 무대에 서보면 느낌을 아는데 아주 좋다.

배기성: 그 동안 거친 남성을 주로 표현했다. 진정한 사랑을 꿈꾸지만 상처받는 상남자의 모습이었다. 히지만 이번에는 ‘독특한 게 없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던 찰나에 작곡가 김원을 통해 이 곡을 알게 됐고, 묘한 매력을 느껴 우리가 불렀다.

앞서 곡 소개에서도 밝혔지만 이번 앨범의 주 콘셉트는 ‘변신’이다. 음악적 색깔을 바꾸기 위한 그들의 노력과 열정이 전반에 걸쳐 깔려있다. 사실 취재진부터 ‘추적60분’이나 ‘시사매거진 2580’에서나 볼 법한 주제가 아닌가 라는 색안경 아닌 색안경을 끼고 노래를 접했던 게 사실. 정작 당사자들은 음악 자체에 대한 얘기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Q: 노래 자체가 좀 무겁지 않나? 실제 경험담인지도 궁금하다

배기성: 실제 경험담이냐고? 속칭 건달도 저희에게 어깨동무를 하는데 무슨….(웃음) 하지만 이런 경우를 많이 봤다. 마침 이런 걸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반말하지 말라’는 내용이 딱 맞아떨어졌다. 말을 놓지 말자는 내용과 일맥상통했다.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이종원: 원곡은 지금과 다르게 록이었는데, 우리 느낌대로 바꾸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도 을과 같은 입장이다. 대중과 어깨를 나란히 해서 부를 수 있다는 걸 생각했다. 동네 오빠나 형 같은 느낌으로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봐달라.

Q: 데뷔한지 15년 차…대선배 급이다

캔: 후배들이 많은데 정말 오래 활동한 선배님들한테 인사하듯이 한다. 기획사 매니저들이 데리고 와 인사를 시킬 때면 낯 부끄러울 때가 많다. 그래서 가요 프로그램에 나서는 게 쉽지가 않다. 하하.

Q: 함께 데뷔한 게 아니라 2집 때부터 호흡을 맞췄는데(배기성은 1993년 대학가요제 은상을 받고 예명 배유훈으로 데뷔했고, 이종원은 그룹 ‘모자이크’ 출신이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함께 한 건 2집 때부터다.)

이종원: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OST 활동할 때 처음 만났다. 처음 배기성을 만났는데, 이마에 ‘나 힘들었어’라고 쓰여있는 것 같았다. 첫 만남에서 캔의 향후 활동에 돌파구를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Q: 정작 캔이 알려진 건 음악 방송이 아니라 토크쇼에서였다

배기성: 하겠다는 의지는 있었지만, 경쟁력이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주변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다 찾았다. 나중에 관객들 보고 노래할 생각에 더 열심히 웃겼다. 덕분에 신인 최초로 토크왕을 먹었고, 눈을 뜨니까 스타가 됐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예능 프로그램 섭외만 쇄도했다.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MBC 로비에서 만난 가수들은 ‘음악캠프’로 가는데, 난 반대편인 버라이어티 스튜디오로 향했던….

이종원: 사실은 그때가 ‘캔’의 위기였다. 배기성이 떴지, 이종원 혹은 캔은 아니었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다. 이를 안 기성이가 ‘우리가 노래를 하기 위해서’라고 날 설득했다. 결국 참고 버텼고, SBS 드라마 ‘피아노’ OST인 ‘내 생애 봄날은’로 대박을 터트렸다.

Q: 그런 고비와 트러블을 어떻게 버텼는가

배기성: 우린 처음부터 음악적 색깔이 달랐다. 난 일본 음악을 추구했고, 종원이형은 팝 음악을 좋아했다. 그러나 각자 고생을 많이 했던 터라 서로 (음악적) 협의를 잘 봤다. 각자의 음악적 요소를 공유하고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했다. 지금도 그런 얘기를 자주 하고 그때그때 푼다.

이종원: 우리는 그릇이 크다.(웃음) 그러자 배기성도 “워낙 고생하고 만나서 그릇을 크게 만들었다. 신화를 보라. 돈 따라갔으면 벌써 무너졌을 것”이라며 이종원의 말을 거들었다.

Q: 말 나온 김에 배기성은 ‘외도’를 많이 했는데

이종원: 배기성은 다른 외도 활동을 해도 노래 부르는 무대 위에서 가장 행복해한다. 그런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캔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본다. 왜 나는 연기를 안 하냐면…그냥 나랑 안 맞는 거 같다.

배기성: 예전에는 노래가 아닌 일이 생겼을 때 노래를 하기 위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에는 멀티(플레이어)가 대세다. 나 혼자 처박혀 노래만 하겠다는 생각을 바꿨다. 시대 흐름에 맞게 발맞춰서 빨리 깨우쳐서 해야 한다. 다양하게 활동하는 게 맞는 듯하다.

Q: ‘M4’도 그렇고, ‘빨간 추리닝’이란 그룹 활동도 따로 했지 않나

배기성: 맞다. 음악적인 결합은 다 하고 싶다. 지금도 여전히 가수가 꿈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기량이 있다면 뭐든 하고 싶다. 종원이형이 든든하게 지원해주니까 좋다.

이종원: 내가 큰형으로 집을 지키고 있다. 그래야 캔이 유지될 수 있지 않나.

Q: 앞선 질문들이 너무 무거웠던 거 같다. 결혼 계획은 없는지

이종원: 당장은 없지만 곧 하겠다. 하지만 2세는 원하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배기성: 결혼은 아니지만, 아이는 원한다.

Q: 후배들 중에 마음에 드는 친구는 없는가

배기성: 어린 친구들은 나이차가 많이 나서 이제 좀…. 예전에는 괜찮다고 대시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다들 조카뻘이라서. 연예계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짝을 찾아봐야 할 거 같다.

이종원: 우리 나이대에 미혼이 없다. 슬프다.

Q: 다시 음악 얘기로 돌아가서…어떻게 활동하고 싶나

배기성: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건 음악적인 지향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음원을 공개하고 앨범을 낼 수 있다는 자체에 감사하다. 그런 열정이 항상 있다. 내년에도 솔로 20주년 앨범과 콘서트 준비에 나설 것이다. 가요계 선배로서 연예계 흐름에 뒤지지 않고 움직이고 싶다.

이종원: 지금 꿈을 꾸는 것도 가수다. 앞으로도 계속 노래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아직 있다.

Q: 벌써 마지막 질문이다.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배기성: (한참을 고민하다) 이번에 들려줄 음악은 ‘반말하지 마라’다. 다음에는 또 다른 음악으로 찾아 뵐 것이다. 팬들과 이 시대를 같이 보내는 것 자체가 큰 의미 아닌가. 이번 앨범이 마지막이 아니니까 이번에 (우리 음악을) 즐기고 다음에 또 다른 음악으로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

이종원: 솔직히 대중과 같이 늙는 것이 바람이다. 다음 앨범도 계속 계속 나올 때마다 기대해달라.

/사진 제공=제이제이홀릭미디어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