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천 "대학시절 하정우父子와 동고동락…많이 혼났죠"(인터뷰)

기사입력 2013.11.04 7:22 AM
한성천 "대학시절 하정우父子와 동고동락…많이 혼났죠"(인터뷰)

[TV리포트=김수정 기자] 대중에겐 조금 낯설지만 영화 속 장면을 얘기 하면 '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 배우 한성천(36)은 분량과 상관 없이 늘 스크린 안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몫을 해냈다.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2005, 윤종빈 감독) 이후 오랜 세월 연극 무대에서 탄탄하게 자신의 내공을 쌓아온 그는 지난해 '577 프로젝트'(이근우 감독)에서 하정우 일당(?)을 모두 속인 몰래카메라로 관객들을 울리고 웃겼다. '이웃사람'(김휘 감독)에선 강형사 역을 맡아 짧지만 강한 존재감을, 상반기 흥행 돌풍을 일으킨 '더 테러 라이브'(김병우 감독)에서는 라디오 PD 역으로 관객에게 얼굴을 알렸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해를 보낸 그는 최근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의미 있는 작품 하나를 추가했다. 바로, 중앙대 연극영화과 동기이자 오랜 절친인 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판타지오픽쳐스 제작)가 그것이다. '롤러코스터'에서 바비항공사 도쿄발 인천행 비행기 기장 역을 맡은 그는 심상치 않은 비주얼로 등장만으로도 관객을 압도한다. "나 수동 운전 처음이야"라는 골때리는 대사를 비장하게 소화하며 마준규(정경호)에게는 분노를, 관객에게는 웃음을 안긴다.

 

"촬영 당시에는 92kg까지 몸무게가 쪘어요. 웃기지 않을 것 같은 비주얼이 웃기면 정말 재밌겠다 싶었죠. 원래는 얼굴 실리콘 모형까지 다 만들었는데 워낙 클로즈업이 많다 보니 분장보다 '살을 더 찌우자'라고 하게 된 거죠. 지금은 20kg 가까이 뺐어요. 간헐식단식 중이에요.(웃음) '577 프로젝트' 끝나고 살이 갑자기 쪄서 뺐다가 '이웃사람' 때는 찌웠다가 '더 테러 라이브' 때는 뺐어요. 살 빼고 찌는 건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롤러코스터' 속 그의 남다른 비주얼에는 감독 하정우의 손길이 깃들어 있다. 바로, 그의 팔에 새겨진 문신을 하정우가 직접 그려준 것. "잘 안지워지는 펜으로 그렸는데도 결국엔 지워지더라고요. 나중에는 팔에 박스를 두르고 잤을 정도라니까요. 자다가 얼굴이 간지러워도 못 긁고.(웃음) 문신 때문에 조금 고생했죠."

이미 알려졌듯 '롤러코스터'는 촬영 기간보다 리허설 기간이 더 길었다. 하정우 감독은 석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배우들을 매일 오전 일찍 연습실로 불러모았고 속사포에 가까운 대사를 자다가 일어나 외울 정도로 함께 연습했다. 그래서 그런지 한성천을 비롯해 배우들에게 이번 작품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 정도 역할을 받기란 쉽지 않아요. 캐스팅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하)정우가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을 단기간에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감사한 시간이었죠. 하정우 영업비밀이랄까. 사실 저는 관객에게 100을 전부 다 보여주는 타입이었어요. 관객 입장에선 다음 장면이 궁금하지 않게 된 거죠. 영화에는 조명, 음악, 편집이 있어서 배우가 여백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전 연극무대만 생각했던 거예요. 이런 서툰 점을 정우가 많이 고쳐줬죠."

한성천은 '롤러코스터' 시나리오가 탄생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하정우 옆에서 지켜본 사람 중 하나다. 하정우는 태국 여행 가는 비행기 안에서 20페이지 분량의 '롤러코스터' 초안을 썼고 이를 한성천에게 읽어보라며 건넸다. 단편 영화로 시작했던 '롤러코스터'가 장편 상업영화가 되는 과정을 모두 지켜본 셈. 때문에 영화가 가진 특유의 결과 매력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연기해야 관객이 웃을 것 같았다"는 것이 그가 이 영화에서 살아남은(?) 비결이란다.

 

하정우와 20대를 거쳐 30대 중반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함께 한 그는 하정우의 군입대 전까지 그의 집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다. 이쯤 되면 절친이 아니라 가족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학교 끝나면 잠원동에서 다 같이 노는 거에요. 막차 타고 집에 가야하는데 너무 먼 거죠. 한 두번 정우네서 자다가 언제부턴가 거기서 살게 됐어요. 정우네 아버님(배우 김용건)에게 '술좀 작작 마시고 다녀라'라고 진지하게 혼나기도 하고. 정우가 저보다 집에 일찍 들어간 적도 많거든요.(웃음) "

아무리 가족처럼 살을 비비고 지낸 사이라도 감독과 배우로 만났을 때 서운한 점은 없었을까. 한성천은 "그 당시에는 서운하지만 뒤돌아서 생각하면 결국엔 정우 말이 맞더라.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하정우 아닌가"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물론 정우가 모진 말 하면 서운할 때도 있죠. 연습할 때 '너 그 정도밖에 안 되는지 몰랐다' 이런 말들 하면 '가장 친한 친구가 어떻게 저런 말을…'이란 생각이 들죠. 나중에 생각해 보면 그건 정우가 제 연기를 더 끌어내려고 했던 말들인 거죠. 정우는 오히려 연습 때 모진 말을 하고 촬영 현장에선 인상 한 번 쓴 적 없어요. 배우들이 감독에게 한 소리 들었을 때 얼마나 위축되는지 잘 아니까 그랬겠죠. 정우의 이런 배려 덕분에 최상의 컨디션에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이선화 기자 seonflower@tvreport.co.kr, 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