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스크린] 심은경·김향기·김민희…男豊 속 女風의 역습 ①

기사입력 2014.06.22 10:00 AM
[상반기 스크린] 심은경·김향기·김민희…男豊 속 女風의 역습 ①

[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언제부터인가 스크린에는 거친 상남자들의 수컷냄새가 가득한 영화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덕분에 최민식, 송강호, 류승룡 같은 중년 스타들부터 김수현, 김우빈, 이종석 등의 청춘스타들까지 두루두루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남배우들의 풍년이 계속되고 있지만 다행히도 올해 상반기에는 크지는 않지만 날카로운 여배우들의 역습도 심상치 않게 보였다. 여배우가 사라진 충무로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당찬 잔 다르크, 바로 어린 심은경과 김향기 그리고 김민희다. 과연 이들은 충무로의 여풍(女風)을 넘어 여풍(女豊)을 만들 수 있을까?

◆ "칠순 할매도 놀란 명연기" 심은경

지난 1월 22일, 설 연휴에 맞춰 개봉한 영화 '수상한 그녀'(황동혁 감독)는 863만4810명의 관객을 모으며 잭팟을 터트렸다.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 개봉작 중 흥행 1위를 차지한 '수상한 그녀'의 성공에는 배우 심은경이 있다.

심은경은 영화 '써니'(11, 강형철 감독)를 통해 될성부른 아역으로 떠오르며 많은 관계자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모든 제안을 뒤로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2년여간 학생으로서 삶을 만끽했다. 유학 중 '광해, 왕이 된 남자'(12, 추창민 감독)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기지개를 켰고 유학을 마치고선 바로 '수상한 그녀'에 합류해 묵혔던 갈증을 풀었다.

'수상한 그녀'에서 스무 살 꽃처녀 오두리의 몸으로 돌아간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 역을 맡은 심은경은 갓 스무 살이 된 나이임에도 칠순 할매보다 더 할매스러운 코믹한 연기로 관객의 배꼽을 잡게 했다. 입을 쩍 벌리고 깔깔깔 웃는 망가짐도 마다치 않았으며 아들 성동일과 손자에게 모성애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심은경의 명연기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웃기고 울렸다.

최근 열린 제5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심은경은 "어린 내가 이런 큰 상을 받아 죄송하다"라며 대성통곡해 화제를 모았는데 이때 많은 선배 배우들의 얼굴에는 '엄마 미소' '아빠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배우들이 엄지를 추켜세우는 진짜 배우 심은경. 하반기엔 스릴러 영화 '널 기다리며'(모홍진 감독)에 참여할 계획이다. '스릴러 퀸'으로 변신할 심은경이 기다려진다.

◆ "옴팡지게 울리는 14세 소녀" 김향기

올해 여배우들의 바람을 불어넣은 심은경에 이어 힘을 더한 배우는 '우아한 거짓말'(이한 감독)의 김향기다. '우아한 거짓말'은 비수기로 불리는 3월 극장가에 등장해 161만8340명의 관객을 모으며 의외의 선전으로 효녀가 됐다.

심은경의 다음 아역 세대인 김향기 역시 촉망받는 아역 중 하나다. 영화 '늑대소년'(12, 조성희 감독)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2, 김주호 감독),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에서 활약을 펼치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던 김향기는 '우아한 거짓말'을 통해 아역의 한계를 뛰어넘는 감정선으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한몸에 받았다.

'우아한 거짓말'에서 착한 딸, 착한 동생 천지 역을 맡은 김향기는 벼랑 끝에서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던 천지의 극한 감정과 심리를 완벽히 소화해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티 없이 밝고 말간 얼굴이지만 두 눈에 슬픔을 가득 담아 천지의 상황을 풀어냈다. 물론 '우아한 거짓말'은 김희애, 고아성 등 부족함 없는 완벽한 캐스팅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지만 단언컨대 김향기의 열연이 가장 돋보인 작품이었다. 완벽한 앙상블에 천재 김향기가 더해져 작지만 큰 수작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어린 김향기에게 혹여나 천지의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이를 잘 극복하고 지금은 다시 밝고 귀여운 10대 소녀로 돌아갔다는 후문. 현재 학교생활 중이며 차기작을 신중히 살펴보고 있다.

◆ "미혼의 절절한 모성애" 김민희

심은경, 김향기 등 상반기 슈퍼루키의 활약이 도드라진 가운데 여풍의 바톤을 터치한 배우는 김민희다. 6월 개봉한 '우는 남자'(이정범 감독)는 59만3988명의 관객을 모으며 아쉽게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김민희의 열연은 두고두고 화제를 낳고 있다.

한때 '연기력 논란'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던 김민희지만 영화 '모비딕'(11, 박인제 감독)을 시작으로 '화차'(12, 변영주 감독) '연애의 온도'(13, 노덕 감독) 등 매번 색다른 매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훔쳤다. 특히 '화차'의 변영주 감독은 김민희 내면의 알을 깨게 해준 작품으로 '배우 김민희'로 입지를 굳혔다.

'연애의 온도' 이후 1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김민희는 '우는 남자'에서 킬러 곤(장동건)에게 남편과 딸을 잃은 엄마 모경 역을 맡았다. 자신의 전부를 잃은 슬픔, 살아야 할 이유를 잃어버린 가여운 여인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녹여낸 그는 섬세한 표현력과 절절한 감정선으로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연기력 논란'에서 '메소드 연기자'로 완벽히 변신한 김민희는 충무로에서 '톱 클라스' 반열에 오른 여배우다. 이미 많은 감독이 눈독 들이고 있는 중이다.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그는 현재 차기작을 검토 중이며 다음 역시 스크린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 사진=영화 '수상한 그녀' '우아한 거짓말' '우는 남자' 스틸